무채색 인간의 각성

유채색 인간 되기채색 인간 되기

by 강문유

1.

좋아하는 모임이 있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읽은 후 금요일에 만나는 모임이다. 만나서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어떤 내용인지,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한다.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다. 가끔 귀찮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읽지 않는 나에게 강제성을 준다. 그래서 좋아한다.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책 말고도 각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 고민, 내 꿈, 내 목표. 터무니없는 목표도 우스워하지 않고 응원하고 고민해 준다. 나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그들을 보며 배운다.

2.

어제는 취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커피 맛, 아메리칸 빈티지 로고, 예쁘지만 사고 싶은 물건, 디자이너, 가구, 우산 등등... 그들은 취향이 확실했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는 게 없었다. 아는 체하고 싶고 잘난 체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공감이 안 됐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공감이 안 됐다. 나는 가성비 인간이었다.

- 취향이 없는 사람들을 보면 색이 없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를 몰라. 무언가 소비할 때 가격이 1순위지. 가성비만 따지는 거야. 그런 사람들을 보면 색이 없는 것 같아.

3.

색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색이 없는 사람인 걸 들킨 기분이었다.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나를 잘 모르고 있었다.

가치관이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가성비 인간인 걸 만족할지도 모른다. 그들은 알뜰하고 현명하다. 하지만 나는 유채색 인간이 되고 싶다. 내가 동경하는 건 색이 확실한 사람들이었음에도 내 현실을 채우는 건 색이 없는 것들이었다.

무채색 인간에서 유채색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했던 걸 해보려고 한다. 최선을 다해 경험해 보고 나에게 투자해보려고 한다. 가성비 없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일들이 어쩌면 내 취향일지도 모른다.

가성비 인간, 무채색 인간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내가 유채색 인간이 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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