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온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는 늘 이런 생각을 갖게한다.
AI가 지브리스타일로 그림도 그려주는 세상에 왜 우산만은 그대로일까?
그렇다.
내가 태어나서 우산을 쓰고 지낸이래, 우산의 형태는 변함이 없다.
가끔 좀 더 볼록 올라온 우산, 살이 더 많은 우산, 똑딱이를 채우지 않아도 되는 우산, 거꾸로 접히는 우산 정도가 있었지만 결국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며칠전 큰 비가 내렸다. 우산을 쓰고 10초 걸었는데 목 아래로 싹 다 젖었다.
우산을 쓰고 걷는게 바보같다고 느껴질만큼, 그날의 우산은 정말이지 거추장스러웠다. 비오는날 우산이 거추장스럽다니.
이는 장마나 태풍같은 큰 비에는 우산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경험이 있을것이다. 우산을 썼는데? 안쓴거나 다름없어요!!하는 경험.
우산을 판매하는 시장 자체가 그리 크지 않고, -누구나 집에 몇개씩은 있지만 자주 사지 않아서 시장성이 떨어짐-자주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보니 그럴수 있을것 같다. 누가 우산따위에 수천억 투자해서 수익을 얻으려고 하겠어? 그치만 인류의 발전을 생각해서 누군가 혁신적인 우산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애초에 우산은 이미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더는 변화가 필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완벽이라는 말을 쓰다니. 나는 우산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대요.
연인과 비오는날 우산을 쓰고 걷는 상황.
남자가 우산을 받쳐든다. 남자의 한쪽 어깨는 다 젖었다.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상대적으로 키가 작은 여자쪽은 얼굴로 비가 들이치기 시작한다. 어깨는 사수했을지언정 정면으로 오는 비는 막아주지 못한다. 우산을 낮게 들면 남자 정수리에 우산이 닿고 시야를 가리게 되므로 본인키에 맞춰 들게 된다. 두사람다 다 다른방향으로 절반이 젖게된다. 1인용 우산인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아주 공평하게 절반씩 비에 몸을 내어주니 말이다. 1인을 넘어가는 범위는 비로 응징하겠다는 우산의 또다른 기능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