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

EP50: 허수아비에 화살을 쏘는 까마귀들

by 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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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판 한가운데, 높이 세워진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허수아비는 낡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모습이 어느덧 까마귀들의 주된 화살받이가 되어 있었다. 허수아비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까마귀들은 날아와 그에게 화살을 쏘듯 소리쳤다.


"저 허수아비가 우리 곡식을 빼앗아 가고 있어!"
"그래, 저 녀석이야말로 우리가 왜 이리 힘들어졌는지 아는 주범이야!"


까마귀들의 비난은 끊이지 않았고, 점점 더 많은 까마귀들이 그곳에 모여들어 허수아비에게 화를 냈다. 루나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허수아비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이 기묘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왜 허수아비를 그렇게 비난하는 거지?"


루나는 까마귀 중 하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 녀석이 우리가 왜 이렇게 살기 어려운지 모든 책임을 지고 있어. 허수아비가 곡식을 훔쳐간다고 들었거든!"


까마귀는 지친 날갯짓을 하며 말했다. 루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허수아비는 그대로였다. 낡은 옷을 입은 채, 바람에 흔들리기만 할 뿐, 곡식을 훔쳐갈 수도 없는 존재였다.


"정말 허수아비가 곡식을 훔쳐갔다는 증거라도 있는 거야?"



"직접 본 건 아니지만, 모두가 그렇게 말하잖아. 다들 허수아비를 탓하고 있으니 뭔가 잘못한 게 틀림없어!"


루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들판에는 수많은 까마귀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모두 허수아비를 향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그중 어느 누구도 허수아비가 직접적으로 곡식을 훔쳤다는 것을 본 적은 없었다.


그때, 루나는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작은 무리의 까마귀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멀리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다른 까마귀들의 공격에 동참하지 않았다. 루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너희는 허수아비를 공격하지 않는 거야? 저 까마귀들은 모두 허수아비가 곡식을 훔쳤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중 한 마리의 나이 든 까마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는 걸 아니까. 허수아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저 여기 서 있을 뿐이지. 하지만 소수의 까마귀들이 처음에 허수아비를 비난하기 시작하자, 그 말이 점점 더 커져서 이제는 모두가 허수아비가 문제라고 믿게 된 거야."


루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면, 처음에 허수아비가 문제라고 주장한 까마귀들은 아주 적었겠군."


"맞아. 아주 소수의 까마귀들이었지. 그저 이런저런 이유로 허수아비에게 화살을 쏘기 시작했어. 하지만 대부분의 까마귀들은 직접적으로 허수아비에게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어. 그런데도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마치 허수아비가 모든 문제의 원인처럼 보이게 된 거지."


루나는 다시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허수아비는, 그저 주변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까마귀들은, 자신들이 들은 이야기에만 몰두한 채, 그 허수아비가 진짜로 문제인지 고민하지 않고 있었다.


루나는 다시 처음 만난 까마귀에게로 돌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허수아비가 실제로 우리에게 해를 끼친 게 아니라면, 우리가 잘못된 타깃을 향해 화를 내고 있는 건 아닐까?"


까마귀는 잠시 멈칫하며,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런 건가? 하지만 이미 모두가 허수아비를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가 이제 와서 그 말을 뒤집을 수 있을까?"


루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진실을 알게 됐다면, 우리가 그걸 따르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모든 까마귀가 허수아비를 문제로 삼고 있다고 해서, 진짜 문제는 따로 있을 수 있잖아."


그날 이후로, 작은 무리의 까마귀들은 허수아비를 비난하는 소리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허수아비가 실제로 문제인지, 아니면 그저 타깃이 되었을 뿐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이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들판의 대부분의 까마귀들은 여전히 허수아비를 향해 화를 내며, 마치 그가 모든 문제의 근원인 양 비난을 이어갔다. 루나는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허수아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 있지만, 그가 맞고 있는 화살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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