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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상

by 권수

같은 창밖을 보면서도

너는 흐린 하늘을 아쉬워하고

나는 흐린 하늘이 편안하다.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너는 가사가 아프다고 하고

나는 멜로디가 따뜻하다고 한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너는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하고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설렌다.


같은 계절을 맞이하면서도

너는 꽃이 지는 게 슬프다 하고

나는 꽃이 진 자리에도 바람이 머문다고 한다.


우리는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마음으로 살아간다.


어떤 이는 신을 찾고,

어떤 이는 스스로를 믿으며,

어떤 이는 믿음 없이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같은 노래를 들어도

어떤 이는 가사에서 희망을 찾고,

어떤 이는 멜로디 속에서 슬픔을 듣고,

어떤 이는 그저 흘려보낸다.


같은 역사를 배우면서도

어떤 이는 영광을 기억하고,

어떤 이는 상처를 되새기고,

어떤 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어떤 이는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고,

어떤 이는 걸어온 길을 후회하고,

어떤 이는 그저 걷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


같은 세상에서 태어나도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듣고,

다른 것을 믿고, 다른 것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같은 태양 아래 살아도

어떤 이는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고,

어떤 이는 신발을 신고 거실을 누빈다.


같은 밥을 먹어도

어떤 이는 수저를 들고,

어떤 이는 손으로 집어 먹고,

어떤 이는 포크와 나이프로 자른다.


같은 사랑을 말하면서도

어떤 이는 손을 잡는 것만으로 충분하고,

어떤 이는 말로 해야 사랑이라 믿고,

어떤 이는 조용한 시선 속에 마음을 담는다.


같은 집을 두고도

어떤 이는 담장을 세우고,

어떤 이는 문을 활짝 열고,

어떤 이는 문조차 만들지 않는다.


같은 문화 속에서도 다르고,

같은 나라 안에서도 다르고,

같은 도시, 같은 동네에서도 다르다.


우리 모두 같은 세상에 살아가지만

각자의 세상을 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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