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단 하나의 지구 위에
우리는 75억 개의 세상을 들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기도를 올리며 세상을 믿고
어떤 이는 논리로 벽을 세우며 스스로를 지킨다
누군가는기억 속 고향을 꿈꾸며 앞을 걷고
미래의 새벽을 위해 오늘을 버틴다
취향이 삶을 규정하고
신념이 언어를 만들고
통념이 행동을 이끌며
정치가 이웃을 가르고
가치관이 사랑을 나눈다
모두가 각자의 망원경으로
세상을 보고
모두가 자기만의 법칙으로
진실을 측정한다
나는 이상하다고 느꼈던 그 사람도
누군가에겐
가장 자연스럽고
정직한 삶의 방식일지도 몰라
이해할 수 없어도
인정할 수는 있다
자기에게 맞는 세상이 있다는 걸
그리고 우리는
모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75억 개의 우주 속에서
단 하나의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기묘한 공존
서로의 다름이
부딪치며 생긴 흉터조차
우리가 함께 있다는 증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