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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신발의 새하얀 밑창을 무서워한다

by 권수

아무것도 아닌 것을 무서워 한다


새하얀 백지

새하얀 신발

새로운 연필


새롭게 채워나가고

더러워지고,

깍여나갈 미래가 무섭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그냥 가면 될텐데,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건데

쓰잘데기 없는 것을 무서워한다


새로운 모습이 보잘것 없을까 두려워

손가락질 받을까 두려워


그러면 어때, 어쨌든 걸어갔잖아

어떠면 어때, 지저분해질 수도 있는 거지.

새로 태어났으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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