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다시 만난 건 국민학교 4학년 무려 5년이라는 긴 공백을 건너서였다.
오랜만에 잡은 엄마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뻔한 놀이공원이 아닌 킴스클럽이라는 낯선 신세계. 지금의 코스트코 같은 초창기 창고형 할인점이었는데 시골 촌년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천장까지 빽빽하게 쌓인 박스 떼기 물건들과 낯선 영어 간판들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이었다. 거기에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회원제의 문턱까지.
5년 전 빈손으로 떠났던 엄마는 복어 독을 다루는 칼끝처럼 예리하고 단단한 능력자가 되어 돌아왔다. 아무나 못 딴다는 복어 조리기능사 자격증만큼이나 엄마의 지갑은 두툼해져 있었고 높은 천장 아래 끝없이 진열된 대용량 물건들 앞에서, 엄마는 마치 그 무대의 주인공처럼 당당하게 카트를 밀었다.
그날 엄마의 사전에 Price(가격)는 없었다. 오직 Choice(선택)만 있을 뿐
내 눈을 단박에 사로잡은 건 수입 쿠키였다.
질소 반 과자 반인 한국 과자와는 차원이 다르게 투박한 흰색 종이 포장 위로 묵직하게 꽉 채워진 큼직한 초코칩 쿠키들. 내가 알던 구멍가게 과자와는 때깔부터 다른 윤기가 흘렀다.
쭈뼛쭈뼛 눈치만 보는 나를 보고 엄마는 망설임 없이 그것들을 카트에 척척 쓸어 담았다. 한 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 종류별로. 그리고는 덤이라기엔 너무나 거대한 내 몸통만 한 생애 첫 레고 박스가 카트 위로 쿵 하고 무심하게 얹혀졌다.
차 뒷좌석에 가득 실린 수입 쿠키와 레고 박스
그건 단순한 쇼핑이 아니었다. 지난 5년의 부재를 한방에 메워주는 엄마가 피땀으로 일궈낸 성공의 증명서이자 이제 기죽지 말고 살라는 엄마의 뜨거운 선전포고였다.
그날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오독오독 씹어먹은 초코칩 쿠키. 그것은 단순한 설탕 맛이 아니었다 엄마가 악착같이 벌어서 내 입에 넣어준 가장 달콤하고 짭짤한 승리의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