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생각보다 치명적이지 않다.
급성 질환처럼 단번에 쓰러뜨리진 않고
조용히 오래 누적되어 가슴 한구석을 보이지 않는 무게로 눌러온다.
어떤 날엔 그 무게가 유독 무겁다.
누가 본 것도 아닌데 괜히 말수가 줄고
침대에 눌러 앉은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가 흐른다.
그럴 때면 평소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침대 밑 먼지처럼
신경 쓰지 않던 사소한 것들이 갑자기 눈에 선명해진다.
외로움은 시선을 낮추고 그래서 외면했던 것들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그 먼지처럼
나의 외로움도 누군가에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알아본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손을 내밀지 않아도 내 곁에 조용히 머문다.
그런 사람들은 외로움이 만든 침묵의 언어를 읽는다.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사람들만 알아차리는 기류 같은 것.
말 없이도 전해지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