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나, 낯선 나, 진짜 나
익숙한 곳에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헷갈릴 일이 없다.
모두가 나를 알고
나도 역할을 알고 매일 같은 말만 반복한다.
아침 인사, 점심 메뉴 이야기, 퇴근 시간 투덜거림.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나.
근데 아주 낯선 공간.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게 되면
내 목소리 톤 하나 눈빛 하나에 내가 놀라게 된다.
처음 가본 식당에서 주문할 때 나오는 목소리.
평소보다 한 톤 낮아지고 부드럽고 친절하다. 왜 그럴까.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 진짜 목소리가 원래 이런 건가.
길을 잃었을 때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나.
평소라면 절대 말 걸지 않을 사람한테도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급해서? 아니다. 오히려 여유롭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튀어나오는 나.
익숙함 속에서는 몰랐던 내 진짜 말투, 생각, 태도.
그게 뚜렷해질 때 내가 나인데 낯설고 이상해진다.
예전에 수영장에서 강습할 때도 그랬다.
물속에서 만나는 회원들 앞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더 친절하고 유연하며 활기찼다.
육지에서의 나와는 다른 누군가.
낯선 곳은 가면을 벗는 곳이 아니라 진짜 얼굴을 발견하는 곳인지도 모른다.
평소의 나는 습관이고 익숙한 곳의 나는 연기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 일부러 모르는 길로 간다.
내가 누구인지 다시 만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