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함은 조용히 내려 마신다

예쁨은 내가 나한테

by 머머씨


그 카페의 오후 햇살이 좋았다.


단골까진 아니어도 자주 가던 동네 카페.

익숙한 조명, 낯익은 메뉴, 큰 기대는 없지만

기분 좋은 루틴이 쌓이던 공간이었다.


사장은 인스타그램으로 손님들과 종종 소통했다.
친한 사람들과는 웃음도 나누고, 취향도 기억했다.


그리고


이름도, 취향도 기억되지 않는 손님도 한 명쯤 있다.

테이블에 앉아 있어도 없는 것처럼 지나쳐지는 누군가.


그게 나였다.



어느 날, 카메라 셔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온 손님들이었다.


그들의 라떼 위에는

향긋한 시나몬이 솔솔 내려앉아 있었다.

귀여운 곰 모양. 예쁜 꽃 모양. 예쁜 라떼 아트.


사진 찍기 좋은 커피.


나는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았지만

내 라떼 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나뭇 잎 조차도.


괜찮은 척, 무심한 척.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셔터를 누르는 척을 했다.


그저, 나도 그 풍경 속 일부인 척.


아무리 오래 있어도
기억되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서운할 줄은 몰랐다.


그제야 알았다.

이곳은 '좋아하는 손님'보다는

'보여지는 손님'이 필요한 곳.


세상은 관계’보단 관심’으로 움직이는 법이니까.


서운했다. 빈정도 상했다.

하지만 항의할 용기는 없었다.


괜히 말을 꺼내봐야

한 민망함만 내 몫이 될 것 같았다.


대신 나만의 방식으로 거리를 두기로 했다.




그렇게 집에서 커피를 내려먹기로 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캡슐 머신을 주문했고

배송 알림이 울릴 때 작은 승리감이 밀려왔다.


내가 나한테 주는 예쁨


이제는 타인이 아니라

내가 나한테 주는 예쁨으로 살아간다.


나만의 방식으로 거품을 내고

엉성한 그림을 그려본다.


정체불명 외계인과 뚱뚱한 토끼.

튜브를 보고 흉내 낸 어설픈 아트.


누가보면 웃겟지만 난 꽤 마음에 든다.


나를 챙기고 귀하게 여기는 이 시간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해 자꾸만 매만지던 마음이

커피 향과 함께 조금씩 내려앉는다.


누군가의 관심을 구걸하던 습관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도 괜찮은 이름

부르지 않아도 내게 돌아오는 시간


그게 지금

내가 머무는 가장 따뜻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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