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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Sonny Boy> 리뷰

by 화원

<다다미 넉 장 반의 세계일주>가 필연을 덧댄 개인의 무한한 가능성 상자의 여러 줄기에 대한 이야기라면, <Sonny Boy>는 그 가능성의 줄기를 선택하는 인간의 의지가 덧대어진 이야기이다.

이미지 출처: © Sonny Boy Committee, Sonny Boy 공식 트위터(@sonnyboy_anime)

무한하게 카피된 모든 세계선에 존재할 ‘나’ 중에서 하나의 ‘나’를 선택하여 주체적인 미래로 향하는 길은

햇살에 반짝이는 찬란한 들판을 지날 때도, 부정이 반복되는 고독한 침묵의 회랑을 지날 때도 있을 것이다.

혹은 도중에 매혹적인 ‘천국’이라는 단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타의에 포식되어 살아가는 파뉘르주의 양처럼 한낱 공허한 방주의 품에 안주해 살아가는 시기도 있으리라.


작 중 라지다니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미지 출처: © Sonny Boy Committee, Sonny Boy 공식 트위터(@sonnyboy_anime)
오래 살다 보니 깨달았어. 다양한 경험 같은 게 거듭되다 보면 점점 일그러진 무언가가 생겨나. 그게 커지다 보면, 하나하나의 의미가 옅어져서 균일화 되어간다고 할까? 자신이 기울어 가는 것에 점점 무감하게 되어가지. 그리고 그건 뻥 뚫린 구멍이 되는 거야.


육체가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또 그만큼 이리저리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의미는 포화되고 마비된다. 마치 처음 도착한 낯선 도시의 모든 풍경에 대해 눈부셔하던 사람이, 시간이 흐를수록 무표정한 통근자의 얼굴을 갖게 되는 것처럼 — 감각과 감정이 탈색되어, 정신도 죽음에 가까워지는 순간이 온다.


나가라의 대사에서 또한, 타의와 자의가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 혼란스러운 세계 안에서, ‘주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연약하고 덧없는 신기루같은 것인지 깨달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Sonny Boy Committee, Sonny Boy 공식 트위터(@sonnyboy_anime)
지금 여기에 서서 뒤돌아보면 거기엔 확률적 요소가 있을 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별이 안가게 돼.
언젠가 이 감정도 잊어버리고 같은 일을 반복하겠지.

하지만 관객이 없이 영화의 필름이 완성될 수 없듯, 아무리 세계에 ‘현상’이 실질적으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관측자의 시점, 즉 관측자의 마음에 ‘카피된 현상’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생겨날 때 비로소 세계는 창조되고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내가 엮어갈 세계의 실은

본디 나로부터 푸르게 빛날 것이니,

디딜 땅을 정할 수는 없을지라도

내가 바라볼 푸르른 하늘은 정할 수 있으리라.

이미지 출처: © Sonny Boy Committee, Sonny Boy 공식 트위터(@sonnyboy_anime)


<Sonny Boy>의 감각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Toe'의 삽입곡을 함께 즐겨보세요 :)

https://www.youtube.com/watch?v=zjGCjHYNsmQ

サニーボーイ・ラプソディ(Sonny boy Rhapsody) by Toe


※ 본 게시물에 삽입된 사진들은 © Sonny Boy Committee에서 제공한 공식 이미지입니다. (출처: Sonny Boy 공식 트위터 @sonnyboy_anime/https://twitter.com/sonnyboy_an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