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개표 논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호 Jun 03. 2017

<더 플랜>은 틀렸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뭔가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난 뒤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행동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 우리 사회에서는 잘못을 인정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만 온갖 독박을 다 뒤집어쓰고 희생양이 되어 버리는 풍습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소위 "전략적"이라는 미명 하에 끝까지 잘못을 인정 안 하고 버티기도 하고, 가끔은 그런 후안무치한 태도가 실용적으로 먹히기도 한다. 어찌 되었거나 이런 행태는 최소한 "옳은 일"은 아니다.

어찌 되었거나..

대선 전에 공개된 "더 플랜"에서 주장했던 K 값의 문제는 이제 확실하게 잘못된 주장이었음이 밝혀졌다. 심지어 "더 플랜"에 직접 출연했던 아이오와 주립대 통계학과 김재광 교수도 "더 플랜"의 주장이 틀렸음을 인정했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했다. 


<19대 대선 문-홍 K값은 1.6…정규분포>


뉴스타파가 실제로 선관위로부터 이번에 치러진 대선에 관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로는 이번 대선에서 문과 홍 후보 간의 득표율과 미분류 비율로 계산을 한 K 값은 1.60이며, 250개 개표소의 데이터 역시 정규분포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결국 각 후보자별로 지지자 집단의 성격이 다르고, 이 다른 성격은 서로 다른 미분류율을 나타내게 되고, "더 플랜"에서 정의한 K 값은 1이 되는 게 오히려 신기한 현상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밝혀진 셈이다.  

더 이상의 논증이 필요할까?

도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이 그렇게 광범위하게 유포되는 것일까?

먼저, 어떤 국가적인 사안에 관해 이해하기 힘든 면, 즉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제기되어야 한다.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라는 점, 우리 모두 동의해야 한다. 이 의혹 제기 자체를 억누르는 것은 독재자의 행동이며, 자신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접수했을 때 설득하거나 해명하지 못하는 것은 원래의 주장에 자신이 없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어떤 주장이나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측 역시 똑같이 그 의혹 제기에 대한 반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영화 "더 플랜"은 지난 대선에 대한 나름 진지한 의혹 제기였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의혹 제기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그 의혹 제기의 내용이, 18대 대선은 부정개표였다는 결론을 먼저 마음속에 들여놓고, 그 결론을 주장하기 위한 증거들의 짜맞춤이었다면 어찌할 것인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런 류의 의혹들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가장 유명했던 걸로는 "로지스틱 함수" 건이었다. 지난 일이니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로지스틱 함수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에는 나도 솔깃해서 내가 아는 수학 전공자들의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해서 확인해 보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차근차근 살펴본 결과, 터무니없는 주장이었고, 결정적으로 최초 주장자의 데이터에 조작의 흔적까지 발견되면서 신뢰도는 급격하게 떨어져 버렸던 기억이 난다.

이번 "더 플랜"은 사실 로지스틱 함수 건보다 훨씬 더 풀기 쉬운 문제였다. 논리적인 연역의 결과 그리 어렵지 않게 잘못된 주장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잘못된 의혹 제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혹 제기가 실제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뒤, 사과하는 것"이다. 그게 앞으로 있을 바람직한 "의혹 제기"를 돕는 길이기도 하다. 잘못된 의혹 제기를 했을 때, 누구나 오류가 입증되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풍토가 자리 잡는다면, 의혹 제기를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훼손되지 않거나 최소화될 수 있다.

그러나 모른 척하고 넘어가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로 치부된다면, 사회의 일반 대중은 앞으로 있게 될 또 다른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어차피 저것도 헛소리로 밝혀지겠지~" 하면서 무관심해져 버릴 수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비롯한 "더 플랜" 제작팀의 반응을 지켜보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권위에 의존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