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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ul 16. 2017

낫투데이-20170715

가족여행 (1부)


오늘 새벽에는 빗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내리는 빗소리가 좋아서 침대를 벗어나 의자에 앉아서 한참을 듣고 있었습니다.

수술 전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좀 보내기 위해 1박 2일로 여행을 계획했고, 그게 오늘인데도 그렇게 되더군요. 빗소리는 사람을 좀 감상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뭐 크게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수술 날까지 상태가 너무 많이 악화되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그 정도는 원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무리한 희망도 아닌 것 같고..

그렇게 새벽에 깨어 있다 보니 늦잠을 자서 결국 여행은 출발 시각 자체가 늦어져 버렸습니다. 급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좀 늦은들 어떻겠습니까? 이것저것 챙기고 길을 떠나 슬슬 가다 보니 어느새 강원도 화천에 다다릅니다.

그냥 갑자기 결정한 가족여행이고 상업적인 숙소를 가는 것도 아닌 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것이라서 대단한 계획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저 오며 가며 차 안에서 가족들과 대화하고 신기한 경치 나오면 멈춰서 구경하고 웃긴 간판이 나오면 다 함께 웃으면서 가는 거죠.

진작에 그렇게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누구나 다 하는 후회도 약간 해 보지만 그거 의미 없는 후회입니다.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돈을 벌려고 노력하고, 돈을 벌려다 보니 가족들과 보낼 시간은 자꾸 줄어들고, 그게 또 잘 안되다 보니 스트레스가 쌓여 가족들끼리 서로 퉁명스럽게 대하게 되고, 악순환이 자꾸 생기는 거죠.

그게 누구 한 명의 잘못이겠습니까? 우리네 삶이 그런 거죠. 하지만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돈 천만 원 일억 더 버는 것보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어디론가 단출한 1박 2일 여행 한 번 다녀오는 기억이 훨씬 더 값진 일입니다. 여러분들 거의 대부분도 이거 무슨 말인지 머리로는 끄덕끄덕하면서 실행은 못하실 겁니다. 그리고 저처럼 다 늦어서 후회를 하시게 될 거예요. 딱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인간은 그렇게 어리석은 동물이거든요. 당하기 전에 배우는 지혜는 우리에게 허용된 일이 아닌가 봅니다.

어찌 되었거나 화천 근처에 가서 구곡 폭포라는 곳을 구경했습니다. 


<화천 구곡폭포>


이렇게 생겼더군요. 입구에 차를 세우고 한 십오 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나옵니다. 탱구도 함께 걸어갔지요.

비가 억수로 퍼붓는 와중에 떠난 여행길이라 걱정했는데, 구곡폭포 올라갔다 내려오는 그 사이에는 신기하게도 비가 딱 멈춰줘서 편하게 시원하게 올라갔다 왔습니다. 그리고 한두 군데 더 구경하고, 화천 시내에 들러 수박 한통 사들고 지인 댁을 방문합니다.

오래간만에 긴 거리 운전을 해서 그런지 피곤했나 봅니다.

저녁 식사를 하자마자 곯아떨어져서 아침까지 내리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 쓰인 거라는 것 정도는 모른 척해 주시길..)

신기하게도.. 경기도를 벗어나 강원도에 진입하면서부터 계속 오른쪽 광대뼈 근처와 뺨, 입술 부위에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냥 진행에 따라 그럴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맑은 공기 덕분인지, 가족 여행이라는 일정이 주는 흥분 때문인지, 짧지만 산행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그냥 제가 잘생겨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가족 여행의 첫날을 보냈습니다.

2부를 기대해 주세요.



2017.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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