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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Sep 19. 2017

낫투데이 - 20170919

한방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아주 친한 초등학교 동창생 중에 한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어 방문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한의사라서 양방과 한방의 경계선 구분을 잘 하는 걸로 보이는 친구입니다. 물론 저한테 그렇게 보인다는 뜻이죠. 제가 의술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


예전에 뭔가 무리를 좀 하다가 척추기립근이 강하게 경직된 적이 있었습니다. 무슨 치명적인 문제는 아니었지만 척추를 구부리는 동작을 할 때 엄청난 고통이 동반되는, 그러니까 무척 불편한 증상이었죠. 그때 이 친구가 저를 불러서 “아니 왜 이런 걸 가지고 참고 있냐” 면서 침을 놔줬던 기억이 납니다. 침을 막 놓더니 그다음에 물리치료를 좀 해주고 일어섰는데 정말로 무슨 마법처럼 근육이 풀렸던 기억이 납니다. 진짜 멀쩡한 상태로 아무리 움직여도 하나도 안 아프더라고요.


물론 그걸로 완치되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살짝 경직이 왔고, 친구가 알려준 대로 이런저런 자세의 스트레칭을 계속했더니 며칠쯤 더 조금 아프다가 완전히 풀리더군요. 정확하게 말해준 대로 되는 걸 보니 참 신기하더군요. 이럴 때 하는 말이, 참 용한 의사다~라는 거겠죠.


제가 효과를 봤다고 해서 침술을 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건 정말로 의미 없는 주장이죠. 하지만 한방에서도 침술은 나름대로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입증한 분야가 아닌가 합니다. 근육이 뭉쳤을 때, 염좌, 뭐 그런 경우에 침은 굉장히 많은 경우에 효과를 보여줍니다.


심지어 마취를 침술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며, 실제로 된다고 하네요.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뜻이겠죠.


침이 어떤 원리로 효과를 발휘하는 건지 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생체 조직에 금속 물체가 갑자기 들어오면 생체 조직이 어떤 식으로 건 반응을 할 거고 그 반응을 효과적으로 잘 조합하면 조직 전체에 어떤 자극을 주게 되고, 그걸로 원하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정도로만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의학 전반에 골고루 퍼져있긴 합니다. 분명히 한의학이 효과가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분야에까지 한의학이 지나치게 확장되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죠.


예를 들어 외과적 문제를 생각해 보죠. 당장 팔이 부러졌는데 침으로 고칠 수 있겠습니까? 한약을 먹어서 고칠 수가 있겠습니까? 외과적으로 부서진 뼈를 다시 맞추고 고정시킨 뒤 외과적 수술로 봉합을 시키고 고정을 시켜서 안정시켜야죠. 그리고 염증 생기지 말라고 항생제 투입해야 되고..


이런 분야는 서양의학이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간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런 걸 한의학도 할 수 있다고 하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더 심각한 문제라면 암이 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1차로 종양이 생긴 부위를 절제해 버리는 외과적 치료와 방사선, 항암 약물을 동원한 2차 치료를 병행하는 걸로 되어 있습니다. 한의학은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체내에 어떤 영양의 불균형이 발생한다거나 고질적으로 어떤 특정한 부분이 약한 체질이라 그 약점을 보완해야 한다거나 하는 분야에서는 한의학이 나름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분야를 넘어서서 서양의학에서도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질병들에 대해 별다른 과학적 근거도 없이 신비한 처방으로 신묘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을 한다면, 그건 대체의학도 아니고 뭔가 만병통치약을 파는 사이비 약장수 취급을 받아도 할 말 없는 거 아닐까 합니다.


대체의학이나 자연요법에 대해서는 또 다른 기회에 한 번 이야기할 기회를 가져보도록 하죠.


결국 저는 한의학이 가진 가장 큰 한계는 바로 “과학적인 방법론”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사실 그 과학적인 방법론 자체가 서양과학의 산물이라서 한의학에는 좀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 과학적인 방법론의 가치를 믿습니다. 한의학은 그게 좀 부족한 걸로 보이더군요.


제가 친한 친구이기는 하지만 한의사를 방문하게 된 이유는 암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 이유였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바로 2차 수술로 인해 턱을 움직이는 근육, 즉 저작근에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개구장애” 턱이 안 벌려지는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그냥 수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경직된 근육이 풀리면 점점 더 벌어지겠지 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고, 입이 안 벌어지다 보니 식생활에 심각한 장애가 오기 때문에 불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서 어떤 조치라도 취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 이 근육의 경직을 푸는 것은 침술이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 거죠.
문제는 그렇다 해도 그 침술이 다른 부작용을 가져오면 곤란할 것이고 항암치료나 그런 것에 지장을 가져오면 안 될 것이고.. 등등 생각이 복잡해지더군요.


만나서 얘기해 본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제 상황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고, 침 중에서도 비록 효과는 약하지만 아주 가볍고 부작용도 없는 안전한 침을 선택해서 자주 맞는 걸로 해 보자고 하더군요. 근육의 경직은 조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말입니다.


빰에 여러 군데 침을 꽂고 좀 누워 있다가 침을 빼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집에서 잘 때 붙이고 잘 수 있는 스티커에 달린 침과 아내가 놔줄 수 있는 침구 세트를 얻어 왔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집에서 맞아 보라는 것이죠.


부디 이걸로 턱근육이 좀 풀어지고 입이 좀 편하게 벌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서 입을 벌려도 앞니 기준으로 아랫니와 윗니 사이가 1센티미터가 채 안 되는 상황으로는 밥 한 숟갈을 맘 놓고 먹기가 힘들거든요. 숟가락 자체가 이 사이로 들어오질 않습니다.


또 그렇게 열심히 턱을 움직여가며 국에 말아 밥을 겨우겨우 밀어 넣어 먹고 나면 근육통이 또 엄청나게 밀려옵니다. 배는 고픈데 턱이 아파서 뭘 먹질 못하는 심정을 이해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주 환장할 노릇이에요. 특히나 저는 최소한의 시간 안에 최대한의 영양을 공급해서 체력을 회복해야 되는, 아주 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 환자라는 말입니다.


과일을 먹어도 채 썰듯이 얇게 썰어야 겨우 몇 쪽 먹을 수 있는 지금 상황이 처음에는 좀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젠 좀 지겹군요.


아무쪼록 이 침들이 효과를 발휘해서 입이 좀 더 많이 벌어질 수 있길 기원합니다.


한 번 맞고 난 소감은 뭔가 좀 딱딱하게 뭉친 근육이 약간 부드러워진 것 같기는 한데 입이 더 벌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 정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뭐 한 번 맞고 당장 무슨 효과가 있겠냐 싶지만 예전에 척추 기립근 때는 한 번으로 끝장을 봤었는데..


그땐 건강했을 때라 침을 엄청 세게 놔서 그랬던 건가?


잘 모르겠습니다.


2017.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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