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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Sep 28. 2017

낫투데이 - 20170928

이런저런 부작용들


보통 신체에 문제가 발생하면 독립적인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팔꿈치 관절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또는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팔꿈치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소화 기능에 장애가 온다거나 간에 문제가 생기진 않죠. 


물론 문제가 장기화되고 잘 치료가 되지 않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런저런 부작용들이 생기고 문제가 신체 각 부위로 전파되기도 하지만 그런 심각한 경우는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암에 걸리면 문제가 그렇게 특정 부위에 제한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암이 발생한 부위는 상악이죠. 턱의 윗부분. 윗턱에서 발생한 종양이 코 속의 공간, 상악동을 침범했고 그 결과 상당 부위를 잘라낸 상태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그 근처로 문제가 아주 빠르게 확산이 됩니다. 


이번 2차 수술을 겪고 나서 제일 심각해 보였던 문제는 시력이었습니다. 수술 자체부터 오른쪽 안구를 지탱하는 근육을 제거해야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애초에 오른쪽 안구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를 받기까지 했었습니다. 다행히 직접 열어 보니 침범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 안구를 구하긴 했는데 안구를 지탱하는 근육을 약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그 결과 오른쪽 눈은 약간 아래로 쳐졌습니다. 그러면서 양쪽 눈의 초점이 정확하게 겹치지 않고 엇갈리는, 흔히 말하는 사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천정의 모양이 두 개로 보이던 증상이죠.
이 문제로 안과 진료를 받았더니 일시적인 사시가 발생했는데, 이게 금방 회복이 될 수도 있고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며칠이 안 지나서 슬슬 회복이 되더군요. 그러니까 분명히 오른쪽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에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로 인해 각도에 오차가 발생했는데, 시각을 담당하는 시스템에서 그 오차를 스스로 보정을 해 주면서 눈에 보이는 모습이 다시 일치가 되기 시작합니다.


조금은 놀라운 경험이었는데, 그렇게 이중으로 보이던 광경이 어느 순간부터 다시 하나로 합쳐지면서 멀쩡하게 시력이 회복되는 과정을 느끼면서 사람의 몸이란 것이 참으로 대단한 자기 회복력이 있는 존재구나 하는 걸 깨달았죠.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러니까 암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도 이렇게 자기 회복력이 발휘되면서 정상으로 복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쉽게 회복된 시각과는 달리 청각에는 문제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귀 속에 있는 “중이” 부분, 즉 고막 안쪽에 소리를 전달하는 부위와 코 속의 공간을 이어주는 관이 뚫려 있다고 합니다. 그게 흔히 유스타키오 관이라고 부르는 기관인데 고막 내부의 압력을 조절해 준다고 하죠. 저의 경우에 종양이 발생하면서 그 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막 내부의 중이 부위에 압력 조절이 안되고 음압이 발생하면서 물이 스며 나오게 된답니다. 즉 그 공간에 물이 차게 되고 거기에 염증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일단 물이 차게 되면 청력이 손상됩니다. 일반적인 소리가 아득이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답답하게 들리게 되죠. 이게 청각 신경이 손상되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고막의 진동을 청각신경세포로 전달해 주는 부위에 물이 차서 전달이 안 되는 것이라 전음성 난청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일단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문제는 인간에게 귀가 두 개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른쪽 귀가 안 들려도 왼쪽 귀가 멀쩡하니까 일상생활에 불편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전 중에 대화를 하거나 할 때는 좀 불편하더군요. 오른쪽, 즉 조수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말을 할 때 잘 안 들리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왼쪽 귀로 듣고자 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운전 중에는 그러면 위험하거든요.


더 힘든 문제는 고막 내부에 물이 차 있으면 고막에 압력이 가해진다는 겁니다. 그러면 고막이 아파요.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플 때도 있고 묵직하게 누르는 통증이 올 때도 있고, 하여간 항상 그러는 것은 아닌데 압력이 수시로 변하는지 가끔 갑자기 극심한 통증이 옵니다. 날씨가 저기압일 때 통증이 훨씬 더 자주 반복되는 걸 보면 분명히 압력과 관계가 있는 통증이죠. 이런 통증은 지속되는 것도 아니라서 진통제도 안 듣게 됩니다. 뭔가 다른 걸 하다가도 갑자기 귀가 아파서 짧은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통을 겪게 됩니다.

 
결국 이런 문제는 주치의 선생님께 이렇게 저렇게 호소를 하면, 조치가 되긴 하는데 처음에는 이건 일종의 부작용이니까 당분간 지켜보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한다며 기다려 보길 권합니다. 수술로 인해 유스타키오 관을 막았던 종양은 제거되었으니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자연스럽게 나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증상이 가라앉질 않더군요. 조직이 약간 부어서 관이 여전히 막혀 있을 수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죠. 


결국 이런 현상이 지속될 때 외과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보기로 결정을 합니다. 모종의 시술을 통해 고막 내부의 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일단 청각이 회복되고 통증이 없어질 거라는 기대가 가능하죠. 그래도 뭐 해봐야 아는 거지 또 무슨 문제가 발생해서 기대했던 효과가 안 나올 수도 있거든요. 병원생활을 오래 하게 되면 점점 더 섣부른 낙관도 섣부른 비관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찌 되었거나 오늘 그 시술을 위해 지정된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병원에 또 가봐야 합니다. 이래저래 병원 가는 일정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군요.


빨리 체력을 회복해야 항암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텐데 체력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시간만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2017년 가을입니다. 이제 내일만 지나면 아주 긴 연휴가 시작되는군요.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 좋은 연휴 계획 세워서 잘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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