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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12. 2017

사골 국물 우려내기


맨날 정치 얘기하는 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진짜 먹고살기 위한 먹거리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주제는 사골 국물 우려내는 방법. 이 방법이야 말로 진짜 집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기본 뼈대는 동일한 듯.


사골은 소의 다리뼈이다. 왜 사골이라고 부르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소 다리가 네 개라서 네 개의 뼈라는 뜻으로 사골이라고 부른다. 농담하지 말라고? 진짜다.


큼직하게 생긴 뼈이고 정육점에서 판다. 살 때, 적절한 크기로 썰어 달라고 하면 아주 깔끔하게 잘라 준다. 요즘엔 아예 깔끔하게 잘라서 포장해 둔 경우가 많다. 이때 소의 잡뼈를 함께 사는 것도 좋다. 잡뼈는 국물을 더 진하게 만들어 줄 수 있고, 국물의 양도 늘려 줄 수 있다. 저렴하니까..


하긴 요즘은 사골 값이 예전처럼 비싸지 않기 때문에 굳이 잡뼈를 넣어 신경을 더 쓸 일이 없다. 순수하게 사골만 넣고 끓여도 된다.


사온 뼈에는 아무래도 핏기가 남아있기 마련. 이 핏기가 남아 있으면 국물이 탁해진다. 따라서 핏물을 빼기 위해 차가운 물에 담가야 한다. 한 시간 간격으로 물을 갈아주면서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핏물을 빼줘야 한다.


핏물이 제거되면 체에 밭쳐 물기를 빼 주고, 찜통에 뼈들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물을 먼저 끓여준다. 물이 끓으면 뼈를 투입하고 10분 이하로 간단하게 한번 끓여준다. 이것 역시 국물을 맑게 하기 위한 애벌 작업이다.


그렇게 애벌로 끓여낸 국물은 모두 쏟아 버리고, 뼈를 다시 찬물에 헹궈준다. 이때 부분 부분 엉겨있는 핏덩이들을 다 떨어내야 한다. 이 모든 작업은 다 예술적으로 맑은 국물을 얻기 위한 청결작업이니 아까와하지 말고 신경을 쓰시라. 이 작업이 잘 안되면 국물에서 퀴퀴한 냄새가 날 수도 있다.


그다음에 본격적으로 사골과 잡뼈의 양에 세배에서 네 배 정도 되는 물을 붓고 뼈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센 불로 끓이고,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여 은근히 우려야 한다. 만약 사골국물과 함께 먹을 사태살을 삶을 생각이라면 이때 같이 넣어줘야 한다. 물론 사태살도 약 30분 정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줘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끓이면서 수시로 뚜껑을 열고 들여다보면서 떠오르는 기름과 거품들을 걷어내준다. 사태살이 들어갔다면, 2시간 정도 후에 사태살 덩어리는 꺼내 주는 게 좋다. 고기는 그 정도면 충분히 익었을 것이고, 더 삶으면 역시 국물이 탁해진다.


사골 뼈는 통념상 12시간 이상 우려내게 되면 안 좋은 성분이 나오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6시간씩 두 번 우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집의 경험으로는 4시간씩 세 번 우리는 것이 더 좋은 걸로 판단한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럴 거 같다는 느낌적 느낌이라고나 할까..


즉, 한 번에 네 시간 우리고, 국물을 따라내고, 새물을 붓고 다시 네 시간, 또 국물을 따라내고 새 물을 붓고 다시 네 시간, 해서 총 세 번을 우려내는 것이다. 우려낸 국물들을 비교해 보면, 1차 국물은 좀 투명하고 기름기가 많은 느낌, 2차 국물은 기름기가 감소하고 유백색을 띠게 되고, 3차 국물은 거의 기름기가 없고, 뽀얀 국물이 만들어진다. 맛도 각각 다르다.


이 국물들을 모두 섞어서 한번 더 끓여주고, 상온에서 식혀서 한 번에 먹을 분량만큼씩 포장해서 냉동 보관하면 된다. 사태살은 갈가리 찢어서 보관하면서 국물 먹을 때 한 숟갈씩 투여해서 같이 먹으면 된다.


먹을 때에는 대파를 총총 썰어서 푸짐하게 두어 숟갈 퍼 넣고, 좋은 후추 가루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으면 된다. 밥을 말아먹거나, 당면을 삶아 두고 넣어 먹으면 좋다. 당면의 미끌 거리는 느낌이 싫은 사람은 소면으로 해도 된다.


참고로 중년이 되어서 부인이 사골국물을 끓여준다는 것은 이제 권력의 배분이 부인 쪽으로 넘어갔다는 뜻이 된다. 그런 상황을 맞이하기 싫다면, 평소에 좀 잘하시라. 유명한 배우 차인표 씨도 그랬지 않는가. 남편은 부인을 이길 수 없다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남자가 먼저 나서서 사골국을 끓여 보도록 하자. 사골국 같이 힘도 많이 들고 신경 쓸 것도 많은 요리는 남자가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아니 그 이전에 요리는 전체적으로 남자가 하는 게 더 어울린다. 음식 만들기, 집안 정리, 빨래, 화장실 청소 등의 남성 특권적인 작업을 절대 여성에게 넘기지 마시라. 남성의 권리를 위해서라도 손에 잡고 있어야 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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