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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Feb 25. 2017

안철수 노조 발언 사태


이 얘기는 사뭇 오랜 기원을 가진 스토리이다.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들춰서 뭐 하겠나 싶어서 의도적으로 덮어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시 이야기할 때가 온 것 같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 시작은 2014년 3월이었다.

당시 나는 안철수 의원에 관한 글을 썼다. 이 글은 딴지일보에 기사화되었고, 별다른 큰 사회적인 반향 없이 보통의 딴지 메인 기사 수준의 트래픽(실제로는 평균보다는 조금 높았던 수준으로 기억한다.)을 끌어들이고 묻혀 갔다.

그 글의 원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안철수의 미래> : http://murutukus.kr/?p=6055

이 글 중에서 "노동문제"라는 소제목을 단 단락이 문제가 된 것은 원글을 쓴 때부터 무려 1년이 훨씬 넘은 2015년 12월 경이었다.

당시 국민일보 온라인 판에 기사가 뜨기를 안철수 의원 측에서 나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나뿐 아니라, 미디어 오늘도 같은 문제로 언급이 되었다. 여기저기 언론에서 연락이 오고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죠’ 안철수 과거 발언 사실인가…>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0165338&code=61111111&sid1=pol

이 기사의 내용은 당시 꽤 많은 언론에서 속칭 "우라까이" 기사로 작성되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제일 잘 정리한 기사는 슬로우 뉴스에 올라왔었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안철수, 물뚝심송·미디어오늘에 "법적 조치 검토 중"> : http://slownews.kr/49235

그리고 그 이후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소송 제기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러고 나서 또 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결국 이 사건은 이렇게 묻히는가 싶었다. 몇몇 호사가들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왔고, 나는 애초에 밝힌 대로 제보자가 무기명으로 인용하길 원했으며 소송이 제기된다면 법정에서 증언은 하겠다고 했으니 소송이 벌어지면 밝힐 수 있고 그 전에는 내가 더 할 말은 없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런 나의 태도, 제보자와 한 약속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태도는 그래도 명색이 저널리즘 언저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룰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속시원히 밝히지 않는 걸 보니 뭔가 숨기는 게 있지 않냐는 식으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걸 안 밝히는 것은 잘못된 저널리즘이라며 내가 쓴 모든 기사의 신빙성을 터무니없이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우습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내가 뭐라고 더 발언을 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 탄핵 정국이 발생하고,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안철수 의원은 역시 대선후보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활동을 하게 된다.

이에 안철수 후보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노조 관련 발언을 상기시키며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노동관을 문제 삼는 경우가 나오기 시작했다. 별로 점잖지 않은 태도로 말이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 지적을 방어하기 위해서 그 얘기는 물뚝심송 박성호라는 자가 허위로 날조한 것이며 안철수라는 정치인은 그런 발언을 했을 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걸 보면서도 굳이 내가 뭐라고 나설 이유는 없다고 느꼈다. 불쾌하고 살짝 억울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나서봐야 기존에 했던 말 말고는 할 얘기가 없었으니 나설 이유는 실제로도 없었다. 합리적 이유가 없는 행동을 불쾌하다는 이유 만으로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러던 중 결국 이 문제가 국민의당에서 공식적으로 언급이 되기에 이른다. 누군가 이 문제를 트윗 상에서 언급을 했고, 거기에 국민의당 신고센터라는 국민의당 공식 계정이 답변을 한 것이다.

문제는 그 답변의 내용이었다.


(참고로 트위터의 구조상 아래부터 읽어야 내용이 이어진다.)



이 답변 내용은 생각보다는 조금 놀라운 것이었는데, "노동조합이 만들어졌을 경우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라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최초에 쓴 글에서 인용한 제보자의 언급은 사실이었다는 소리가 된다. 어찌 되었건 간에 내가 인용한 이야기를 확인해 주신 점에 대해서는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 대목에서 안철수가 그런 발언을 했을 리가 없다면서 나를 모욕했던 많은 분들의 사과를 기대하도록 하자. 물론 대부분은 모른 척하고 넘어가겠지만 말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러면서도 신고센터 계정은 박성호 씨의 글은 모두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 유언비어로 확인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인용한 그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을 하면서 동시에 내 글이 유언비어라고 주장을 하다니.. 

무슨 맥락의 주장을 펼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글로 먹고사는 사람에게 대고 저런 단언을 한다는 것은 문제적 발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이런 해명 요구를 멘션으로 보냈다. 



이제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금요일에 발생한 일이기도 하고, 이어지는 날들이 주말이었으므로 월요일 오후 다섯 시까지는 기다려볼 생각이다. 그 뒤의 일은 그 뒤에 판단하기로 하자. 상황의 변화가 있다면 이 지면에 다시 상황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다. 

내 글에 대한 문제는 그렇다 치고, 또 다른 문제는 무엇일까? 

사실 더 큰 문제는 "박성호 씨의 글은 모두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 유언비어"라는 문장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필요가 없는 건전한 회사를 만들어나가겠다는 포부와 함께"라는 부분이다. 

이런 표현은 노동문제에 대한 관점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노동조합이 필요 없는 건전한 회사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노동조합이 필요한 회사는 건전하지 못한 회사인가? 노조는 문제가 있는 불건전한 회사에서만 필요하다는 얘기? 이거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수준의 발언이다. 

이는 안철수 후보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국민의당>이라는 정당의 문제가 된다. 그 당에서 운영하는 공식 신고센터 계정의 운영자가 한 발언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 물뚝심송 박성호의 명예를 훼손한 것? 그 정도는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다. 나를 상대로 개인적으로 풀어가면 된다. 하지만 전국의 유권자를 상대로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어떻게 해명하고 책임질 것인지 궁금하다. 

끝까지 지켜보도록 하겠다. 

안랩을 경영하던 당시의 안철수 씨는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 사회의 경제문제나 중소기업 관련해서 내놓는 정책 공약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훌륭하기 때문이다. 

변했으리라 믿으며 긴 글을 마친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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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2. 25. 오후 3:00 추가내용


현재 국민의당 신고센터 계정에는 "사이버대응팀장" 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의 발언 형식으로, 노조 관련 발언 여부에 대한 지난 트윗은 "실수" 였으며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정정 트윗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문의한 저에 대한 명예훼손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에 다시 질문을 한 상태이며 답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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