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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Mar 20. 2017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이 글은 이 매거진의 주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당연히 음식이다. 그러면 또 당연히 사람이 음식만 먹고살 수 있냐는 질문이 나올 거고 블라블라 이어진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은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음식도 먹고 사랑도 먹고 슬픔도 먹고 외로움도 먹고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그저 덤덤하게 나누고 싶은데 다른 이야기는 할 줄 모르니까 그냥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 이야기나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었을 뿐이다.

문제는, 음식을 만든다는 행위가 2017년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가 좀 들어서 생활이 안정되어 있거나 젊어도 경제적인 풍요가 있는 경우라면 그나마 낫다. 매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젊은 독신자들이라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꿈도 꾸기 힘든 것이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관점에선 이것이 제일 슬픈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일회용 즉석 가공식품이나 레인지에 돌려 먹고 물 끓여 부으면 익는 컵라면이나 먹는 그런 삶.

이 사회는 그렇게 젊은 계층에게 빈곤을 강요하고 사료를 먹여가며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해서 돌아가고 있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그걸 바꿀 힘은 나에게는 없다. 그저 지켜보며 슬퍼해줄 수만 있다. 그리고 유일하게 할 수 있다면 장시간 노동과 학업에 시달리는 틈틈이 그 짧은 시간을 쪼개서 최대한 간단하게라도 음식 같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점을 설명해 줄 수는 있겠다.

이 매거진에 들어 있는 글들은 원래 그런 생각에서 쓰인 글이기도 하다.

물론 돼지국밥 만들기 같이 꼬박 하루가 넘는 시간을 투입해야 만들 수 있는 음식도 있다. 그거야 그냥 괜히 한 번 해 본 일일 뿐이고..

닭곰탕 같은 거. 조금만 숙달되면 그거 한 시간 이내에 만들 수 있다. 그 사이사이 다른 할 일 해가면서 말이다.

숙달된 전업주부가 아니더라도 손쉽게 재료를 구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들, 정교한 레시피가 아니라 대충대충 만들어도 먹을만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음식 만드는 법. 그런 얘기들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가 가끔은 좀 복잡하고 힘든 음식도 해 먹어 볼 수 있겠지.

컵라면이나 전자레인지 조리 음식이 아니라 직접 뭔가를 씻고 손질해서 썰고 다듬어 끓이고 볶고 삶아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는 행위. 이것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는 행동이다.

남자가 무슨 음식을 해, 뭐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썩 꺼져버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이어 줄 음식 정도는 자신이 만들어 먹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음식을 만들어 줄 줄도 알아야 된다. 스스로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할 줄도 알게 되는 거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 음식을 만든다는 행위는 무엇을 만들까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료를 구하러 마트나 시장에 가는 것도 포함되며 다 먹고 치우고 설거지까지 모두 끝내 식기를 닦아 말려 깨끗하게 정리해 두는 것에서 끝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솔직히 이 중에 제일 하기 싫은 게 설거지이긴 한데 그 설거지를 할 줄 모르는 자는 음식 만들 자격이 없다는 점 절대 잊지 말자.

그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고 먹여주고 치우는 일까지..

이런 일련의 행동들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다. 인생을 살기 위해 먹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치우는 행동들이 그 자체로 우리네 인생이라고. 그렇게 살아가는 거다.


앞으로 그런 얘기를 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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