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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Mar 29. 2017

대세론 붕괴 시나리오

문재인 대세론은 붕괴할 것인가?



대세론은 무너질 가능성이 없어야 대세론이다. 그러나 역사 속의 대세론은 항상 무너져왔다. 지나고 보면 그렇게 쉽게 무너질 것이 무슨 대세론인가 싶어서 허망한 경우도 많았다. 


대세론이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면, 87년의 노태우는 절대 당선되지 말았어야 하며, 이회창은 지금쯤 전직 대통령 사진들이 모여 있는 곳에 자신의 사진을 걸었어야 하며, 김대중과 노무현은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다. 김대중이나 김영삼, 둘 중의 한 명은 사실 87년도에 대통령이 되었어야 할 수도 있겠다.


지금 당장, 2017년 3월 29일 민주당 경선이 충청지역 결과까지 공표된 이 순간의 대세론은 역시 문재인 후보다. 지금도 돈을 걸라면 나는 당연히 문재인 후보의 민주당 경선 승리, 나아가 대통령 당선에 돈을 걸 것이다. 그것도 꽤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굳이 수치를 얘기하라면 60-70% 정도의 확률이라고 본다. 진지하게 이게 아닐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최소한 나는 아니다.


그러나 그 문재인 대세론은 철옹성이 아니다. 절대 안 무너지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 문재인 대세론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무너질 수 있을까? 이 글은 바로 그 지점, 지금은 비록 현저하게 적은 가능성이지만, 문재인 대세론이 붕괴할 경우의 시나리오를 설명하는 글이다.


참고로, 나는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셋 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거의 차이가 없을 거라고 보는 사람이다.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문재인과 안희정 둘은 비슷하고, 이재명은 오히려 조금 위험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세한 차이일 뿐이다. 안철수는? 평가 이전에 당선 가능성이 제일 없다고 본다. 어차피 이번은 민주당이 먹는 판이다. 그게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않겠다.


차기 민주당 정권이 만나게 될 세상은 상상을 초월하게 험난할 것이다. 따라서 그다음에는 다시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아쉽지만 그렇다. 그런 세상을 극복할 가능성이 보일 정도로 유능한 정치인은 현재 민주당에는 없다. 물론 대한민국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


나머지 후보들은 논할 가치가 없다. 홍준표를 논할까, 유승민을 논할까. 소용없는 일이다.


또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민주당의 최성 후보는… 그냥 최대한 빨리 사퇴하시길 권한다. 옳지 않아 보인다.


결선 투표 시행 여부


핵심은 결선 투표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는 결선 투표가 포함되어 있다. 즉, 문재인 후보가 도합 50%를 초과하는 득표를 하지 못하는 한, 2위 후보와 다시 한번 투표, 즉 결선 투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결선 투표에 돌입하게 되면 굉장히 많은 변화가 생긴다. 선거판 자체가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는 얘기다.
중간 과정을 건너뛰어서 결선 투표에 돌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도 2위 후보는 안희정 후보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 진영에서야 무슨 소리냐고, 2위는 경기 지역을 휩쓸 이재명 후보인데 왜 안희정이 2위라고 하냐고 항의하시겠지만, 며칠 뒤 경기 지역 결과가 공표되고 그때 이재명 후보가 2위로 올라서면 이 글 수정하고 사과드리겠다. 그전까지는 2위는 안희정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상황은 2위 안희정 후보의 득표와 3위 이재명 후보의 득표가 합쳐서 50%를 넘은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다시 한번 결선 투표에 돌입하는데 이제는 후보가 문재인 – 안희정 단 둘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일 중요한 것은 70-80% 이상의 득표로 민주당을 휩쓸어 버릴 것만 같았던 문재인이 까 봤더니 겨우 50%를 못 먹어서 결선투표를 또 하게 되는구나 하는 실망감이다. 이 감정이 바로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잃게 되는 지점이다. 여태껏 2위 3위 후보에 관심이 가면서도 어차피 대세는, 대통령은 문재인, 어대문 이라니까~ 하면서 신경 안 쓰던 사람들,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재 보게 된다.


모든 종류의 싸움에서 이렇게 한 판 더~라는 상황이 전개되면 치고 올라오는 쪽이 유리해진다. 3위 후보의 지지세력은 2위와 연합을 하게 된다. 선거 운동 기간 중에 모든 후보는 다른 후보 신경 안 쓰고 1등 하고만 싸우기 마련이다. 지금도 2위, 3위 간에 서로 욕하는 경우는 없다. 모든 후보는 1위 만을 비난한다. 그게 사람들이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원래 싸움의 정석이 그런 거다. 그러니 모든 후보 진영은 1위 후보 진영과 적이 되는 법이다.


1위가 50%를 못 먹었다는 것은 나머지 연합이 50%를 넘겼다는 이야기다. 이제 1위 하고 2위 이하 연합군하고 다시 한 판 붙는다. 누가 이길까?


결선 투표가 시행되기로 결정되는 순간, 판은 급격하게 변한다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때까지의 지지율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거기에 밖에서는 안철수가 우리는 문재인이 차라리 쉽고 좋은데, 안희정은 부담스러운데, 이러면서 군불을 지피고 있다. 이미 능구렁이 박지원 옹께서 그런 소리 하면서 부채질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 여론조사까지 뜨면서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은 박빙, 안희정-안철수 양자 대결은 안희정 승리, 이런 식으로 바람까지 잡아주면 판은 급격히 기울게 되어 있다.


71년 7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내부 경선이 있었다. 40대 기수론을 주창하던 김영삼과 김대중의 격돌이었는데, 김영삼이 이긴다. 그러나 2위로 밀린 김대중은 3위 이철승과 손을 잡고 결선투표에 들어가서 김영삼을 꺾고 민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움켜 잡게 된다. 이런 걸 데자뷔라고 하던가? 기시감이라고 하던가?


결선투표가 시행된다면 문재인 진영에서는 이 역전의 바람을 거두어 잡아 누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된다. 이미 캠프 참모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걸 모르면 참모하면 안 되지.


따라서, 문재인 진영의 지상 과제는 결선 투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진짜 목표고, 이번 경선의 진짜 핵심이다. 


결선 투표를 막으려면?


문재인 후보 진영의 목표가 결선 투표 안 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사뭇 다르게 보일 것이다. 강력하게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지만, 결선 투표를 무산시키려면 지지율이 높은 게 문제가 아니라, 과반 득표가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2위 3위 안희정,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 많은 득표를 올려서 1등 먹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합쳐서 과반 득표가 목표가 된다.


현재까지의 지지율 추이로 봐서 안희정이나 이재명 후보가 1위 득표를 한다? 말도 안 되는 목표다. 불가능한 목표를 목표로 삼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지지자들도 안다.


그러나 둘이 합쳐 과반을 하는 것, 그리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지지자들도 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안희정이나 이재명 후보 수준의 지지율을 가진 후보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당선될 가능성은 있고?”


없다. 1등을 못하니 한 명 뽑는 경선을 어찌 통과하겠는가? 문재인 대세론의 벽은 높아만 보인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다. 둘이다. 둘이 합쳐도 안될까? 합쳐보면 어떻게 어떻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될 것 같다는 가능성이 보이는 순간 지지자들은 달리기 시작하는 거다. 이런 얘기가 양쪽 진영 내에서 공유가 안 되고 있을 것으로 보시는가? 이미 시나리오 다 서 있다.


이 두 진영은 거의 같은 시나리오를 공유한다. 둘이 합쳐 과반 먹고 결선 투표 갈 건데 내가 2등으로 간다는 작전이다. 이거 슬슬 일반 지지자들에게도 뿌리기 시작하는 메시지다. 오늘 기사에 나오더라. 이제 2,3위 합쳐서 과반 먹을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는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애초에 호남에서 70% 이상을 먹었어야 한다. 충분히 가능했다. 호남 지역 개표 결과 나오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힘을 쏟아부었는데, 60%에 머물다니.


대세론을 확인했네, 압도적인 승리네, 이런저런 얘기들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지만 위험 수치였다. 왜? 충청은 안희정 지역이고, 경기는 이재명 지역이다. 실제로 그런지는 까 봐야 알겠지만 나름 지명도가 있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충청에서 당장 문재인은 과반 득표에 실패, 누적 득표율은 55.9%까지 내려앉았다.


영남에서 어떻게 될지, 수도권에서 어떻게 될지, 계속 과반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 선거인단은 150만이 넘게 남았다. 수도권 분위기, 심상치 않다.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압도적 1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게 핵심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슬슬 문재인이 과반 득표를 할 것인가에 몰리고 있다. 결선 투표를 하게 될지에 몰리고 있다. 왜? 결선 투표에 돌입하면 판은 완전히 다른 판이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 1위라고 좋아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과연 문재인 캠프의 대책은 뭘까? 뾰족한 수가 없다. 


문재인 비호감 지수


제일 위험한 요인이 바로 문재인에 대한 비호감 지수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수꼴이라 부를 수 있는 진영이야 비호감이고 뭐고 없다. 그들에게 문재인은 간첩이고 빨갱이니까.


민주당 지지세력 중 친문 세력들에게는 비호감이고 뭐고 없다. 문재인은 나라를 구할 영웅이니까.


문재인에 대한 비호감 지수가 높은 계층은 바로 그 중간에 끼어 있는 스윙 보트 집단이다.


이들에게도 박근혜는 역적이 된 지 오래고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권 잡을 차례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민주당이 정권 잡는 데에는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이미 해피해졌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은 해피한 대선이라고 얘기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에게는 문재인인지 안희정인지가 별로 안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재인이냐, 안희정이냐 하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에게는 큰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중간에서 민주당 쪽으로 돌아선 사람들이 문재인은 싫어하고 그 반대급부로 안희정을 좋아하고 있다는 것, 이게 제일 큰 변수로 작용하는 중이다.


민주당 지지세력 내부에서는 당연히 문재인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 친문은 사실상 민주당을 장악한 지 오래이고, 매우 긴 시간 동안 조직을 다지고 세력을 다져 왔다. 그런데 이들은 결정적으로 중간 계층이 가진 문재인에 대한 반감을 조장해 온 측면이 있다. 이 여파가 지금 나타나는 셈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상대적으로 뉴페이스인 안희정은 그런 게 없다. 상대적으로 젊고 참신하며 충남 지사로 쌓아온 전문 행정 관료적 이미지가 강해서 중간층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람들조차 “문재인이 있는데 안희정이 대선 본선에 나오기나 하겠어?” 하고 심드렁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당선 가능성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민주당 내에서 결선 투표가 진행되고, 판이 혼란스럽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하면 이러한 중간층의 안희정에 대한 호감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표출되기 시작할 것이고, 안희정의 당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기 시작한다. 그런 여론은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민주당 경선에 선거인단으로 신청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어떨까? 진짜로 어떻게 될까? 잘 모르겠다.


대세론 붕괴 시나리오


아직도 문재인 대세론은 유효하다. 그 유효성이 언제까지 갈지는 나도 진짜 모르겠다. 만약 다음번 영남지역 개표에서 문재인이 또 과반 득표에 실패한다면, 문재인 대세론은 심각하게 균열이 가게 될 것이다. 호남에서만 겨우 60% 하더니 충청 영남에서 연이어 과반 득표에 실패를 한다? 그러면 수도권에서도 실패한다고 보는 게 맞다.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민주당은 이미 친문에게 장악당해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간에 문재인이 당선되게 세팅되어 있다는 암울한 이야기는 하지 말기로 하자. 나 또한 민주당의 무능에는 치를 떠는 사람이지만 그 정도로 썩지는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희정, 이재명 후보 진영에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즉, 문재인 대세론 붕괴 여부는 영남 선거 결과에서 상당 부분 판가름이 나게 될 것이고 수도권 결과에서 확정된다는 얘기이다.


만약 그렇게 문재인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해서 결선 투표에 간다고 해도 지지율이 있는데 대세론이 왜 붕괴하냐고 반문하진 말자. 앞에서 여태 그거 설명한 거다.


물론 결선 투표에서 문재인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이기고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은 심지어 더 위험한 상황이다. 대세인 줄 알았던 문재인이 알고 보니 민주당 선거도 겨우겨우 이기고 나오는 약체네~ 하는 인식이 퍼지면 졸지에 민주당은 정권 자체를 놓치는 수가 있다.


그건 결코 용납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정치인 개인을 비교하기에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놓고 비교했을 때, 나는 그래도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 것이 안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무난하게 별다른 특이점 없이 끝날 싱거운 대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렇지 않게, 긴박하게 전개될 모양이다.


대세론은 언제 무너지는 걸까?


대세론은 “대세론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지는 순간 이미 무너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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