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박성호 Apr 09. 2017

당신들의 두 얼굴

사람들의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이야기는 잘 퍼져나가는 경향이 있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방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도 실시간 검색어를 조작하거나 메인 화면 노출 기회를 줄이는 식으로 문재인 후보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울분을 토한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반대로 느낀다. 세상이 모두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고 유력인사들은 다 문재인에게 줄을 섰다고 느끼면서 안철수 후보가 박해받는 약자라고 느끼는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네이버 부사장 윤영찬 씨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지 오래이며 무려 SNS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받은 사람이며 네이버는 모든 대기업이 그렇듯이 누가 차기 권력이 될지 몰라 눈치 보며 양다리 걸치는 중이다. 속칭 보험도 양쪽 모두 들었을 것이다. 비율로 따지자면 아마도 문재인 진영에 더 기대를 하고 있겠지. 그러니까 부사장이 직접 캠프 명함을 받은 것이다. 


문과 안 모두 현재 스코어 이번 대선을 장악한 양강 구도의 두 강자들이다. 


도대체 왜 이런 강력한 대권후보들을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스스로를 억압받고 탄압받는 피해자로 규정하고 울분을 토하며 서로가 상대를 사악한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걸까? 


이게 바로 그들의 머릿속을 장악하고 있는 선악구도이며, 그들이 이 사회를 읽는 콘텍스트이며, 그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단순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썩었고, 그 책임은 사악한 기득권 세력에게 있으며 그들은 타도되어야 하고, 나와 우리 선한 무리들은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저 사악한 기득권 세력을 타도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신화적인 서사로 이 세상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캠프에서도 지지자들이 이렇게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길 원한다. 그래야 컨트롤 하기가 쉬우니까. 지속적으로 그런 동화적 서사를 만들어내고 유포한다. 당신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우리 후보를 지지하면 되는 거야. 그게 편해. 그게 정의야. 복잡하게 고민하지마. 등등등..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박근혜 일당이나 재벌들 같이 거대한 권력, 금력을 휘두르던 부패세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박해받는 순교자 같은 사회운동가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목동에 아파트 한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은 종부세를 거부하는 기득권 세력이기도 하지만 불안정한 노후로 인해 걱정이 가득한 힘없는 중산층이기도 하다. 퇴근 이후에 부패한 관료들을 목청 높여 비난하는 우리 회사의 운동권 출신 부장님은 낮에는 거래처 납품회사들로부터 뇌물을 챙기는 사악한 갑질쟁이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보는 당신조차, SNS 상에서는 정치혁신을 위해 진보적인 후보를 소리 높여 지지하고 있는 열혈 정치덕후일지 모르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는 몰카 비디오를 보고 돈 생기면 성매매를 하고 소수자들을 차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실제 세상에는 착하기만 한 사람도 없고, 절대적인 악당도 없다. 모두가 적당히 회색이며 모두가 적당히 불쌍하면서 동시에 남을 괴롭히는 악당이 된다. 


단순하고 직선적으로 정의감에 겨워 소리만 지른다고 세상은 결코 정의로 충만하게 되지 않는다. 오래가지도 못한다. 조만간 깨닫고 포기하게 된다. 정의가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깨닫고 포기한 뒤, 시간이 흐르면 자랑하겠지. 한 때 내가 얼마나 혈기 넘치는 정의의 사도였는지. 


세상은 그런 단순한 행동으로 바뀌지 않는다.  


언제나 지금보다 단 1센티미터 만이라도 세상이 변하길 기대하면서, 너무 무리하지 않게, 그러나 평생에 걸쳐 천천히 그러나 끊임없이 좋은 쪽으로 세상을 밀고 가는 사람들이 변화시키는 거다. 


평생에 대선 한 번만 하고 끝나는 거 아니다. 그리고 이번 대선이 아무리 결과가 좋아도 세상은 영쩜일그람도 바뀌지 않는다. 문재인도 착한 사람이지만 세상을 바꾸지 못할 거고, 안철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냥 박근혜나 김기춘 보다는 나은 사람들일 뿐이다. 


이 세상은 당신과 내가, 우리 모두가 개고생 해가며 천천히 바꿔야 하는 것이다. 왜 남들이 바꿔주길 기대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는가? 내가 지지하는 대선 후보만 훌륭한 사람이라 우기며, 상대 후보를 천박하게 비난하고 있는 당신은 결코 이 세상을 좋게 만들지 못한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촛불을 들어 시민의 힘을 보여주고 박근혜로부터 권력을 회수하고 조기 대선을 하도록 만들어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보여준 그 시민들이다. 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인 그들로 인해 이미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촛불을 들어 세상을 바꾼 위대한 시민도 당신이고, 오늘 상대 후보에게 쌍욕을 날리고 있는 멍청한 시정잡배도 당신이잖아. 


그렇게 위대했던 당신들을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멍청하게 만든 걸까?


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은수미 전 의원을 만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