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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공황상태, 코로나 당시-1

2020년 코로나 일지

by 무량화

하나-뒤숭숭한 나비효과, 우한폐렴(1월 29일)


늘 그러했듯 길냥이 식수를 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미세먼지 없는 청명한 하늘에 바람 잔잔해 산책하기 좋은 날씨였다.

헌데 의외였다.

사나운 파도가 방파제를 마구잡이로 넘어와 바닷물이 튄 도로변은 물기로 흥건했다.

부산지역에 해풍 심한 것도 아닌데 연달아 밀려드는 굉장한 너울파도의 기세라니.

자메이카와 쿠바 사이 해상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아침뉴스를 들었다.

설마 그곳 쓰나미가 예까지 몰려올리야 만무다.

아마도 먼바다 어딘가에서 겨울태풍이 아우성치는 모양으로, 이 또한 나비효과일까.

때론 파도치는 바다가 속 후련한 통쾌감을 자아내기도 하나 이쯤 되니 좀 두려웠다.

마침 낚시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기 망정이지 집채만 한 파도에 혼비백산하여 얼른 자리를 떴을 터.

후려치는 파도사진 몇 장 찍고 곧장 돌아왔다.



멕시코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나래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 나비효과다.

날개 한 번 퍼덕인 사소한 행위가 발단이 되어 예상치 못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세계를 강타하는 태풍이 되기도 한다.

이번 중공발 우한 폐렴, 코로나바이러스도 그와 비슷하다.

그로 인해 한국만이 아니라 지구촌 곳곳이 뒤숭숭하다 못해 흉흉하다.

작년 연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보건위원회는 각급 병원에 유행성 폐렴과 관련한 유사증상이 있는 환자가 보이면 즉각 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첫 감염이 이뤄진 질병 발생일은 한 달 전인 12월 1일이었다.

아무튼 감염자 한 명이 여러 사람에게 병을 전파시킨다는 우한 폐렴은 그렇게 세상에 처음으로 모습 드러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후베이성 화난 수산물시장에서 발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7일 처음으로 밝힌 바에 따르면 화난시장에서 판매한 야생동물(박쥐, 대나무쥐, 뱀, 사향고양이, 오소리)이 우한 폐렴의 진원지였다며 시장 폐쇄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한에서 감염 사실이 확인된 첫 환자는 화난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 또한 알려졌다.

WHO는 2020년 1월 8일 우한에서 집단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해당 질환이 인간 대 인간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더 농후하다고 발표했다.

더 무서운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과 관련,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우한 폐렴의 글로벌 수준 위험 수위를 ‘보통’에서 ‘높음’으로 수정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까지 확진 환자가 1천975명이라고 했으나 두 배 많은 환자가 이미 발생했다고 영국 연구팀은 주장한다.

실제로 중국은 사스 발생 때도 6개월간 감염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거나, 감염 실상을 축소 은폐하여 국제 공조를 어렵게 만든 전력이 있는 깜깜이 사회주의국가다.

따라서 폐렴이 언제부터 어느 정도 규모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거니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도 의문 투성이.

각 선진국에서는 중국 정부의 통계에 의구심을 품고 있으며 실제 감염자 통계수보다 많게는 20배까지 된다고 예단한다.

이는 후베이성 18개 도시를 폐쇄하는 등 극약 처방을 단행한 대응방식으로 미루어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우한시 시장의 긴급 발표에 따라 1월 23일 오전 10시를 기해 우한시에서 외부로 통하는 철도, 항공 등 교통이 전격 봉쇄되었으며 도시 내 시내버스와 지하철 운행도 중단되었으니 유령도시가 된 우한.

1월 26일 밤 기자회견에서는 "약 1천여 명의 감염 의심 환자들이 확진 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한 주민 중 500만 명이 빠져나가 현재 900만 명 정도만 시내에 남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콩대학 의료연구진은 실 감염자 수는 중국정부가 발표한 2,744명을 훨씬 웃도는 수만 명 이상(tens of thousands)으로 추정된다 하였으니 자칫 인류재앙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우한에서만 약 44,000명 정도가 감염됐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우한 폐렴이 범지구적으로 대유행할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미국 내에 4번째 확진자가 발견되었다.

이 환자는 최근 중국 우한시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전파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고 확산범위도 넓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총 6,052명(사망 132)이 보고(1.29일 9시 현재)되었다.




우한 폐렴은 현재 자금성, 만리장성, 상해 디즈니랜드 문을 닫게 했으며 북경발 시외버스 운행마저 중단케 했다.

1월 25일 미 영사관도 일시적으로 후베이성에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는 후베이성으로부터 건너오는 모든 여행자의 입국 및 환승을 잠정적으로 금지시켰다.

인천국제공항은 비상이 걸렸고 항공사들은 다투어 대부분 중국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북한과 중국 국경도시인 단둥의 장마당이 문을 닫았으며 북한은 당장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중단시켰다.

몽골도 중국과의 국경인 변방을 완전 봉쇄시켜 버렸다.

반면 한국은 공항검역에만 전력을 기울일 뿐 아직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어정쩡한 상태.

다만 이미 메르스와 사스 사태를 호되게 겪은 국민들이라 높은 경각심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지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한 의료진은 지난 1월 8일 WHO의 질병발생 통보를 접하자마자 소리없이 즉각 비상대기상태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흡기질환인 우한 폐렴은 비말 감염이며 감염된 사람이 기침할 때 침이 다른 곳으로 튄다면 그 부분에 균이 붙어 있다가 다른 사람의 손이 닿았을 때 다시 그 손으로 옮겨가 호흡기나 각막 등으로 전염되는 방식이다.

일단 양성자로 판정되면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갖추어진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시에 환자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전화 위치조회 등을 통해 그간의 환자 동선과 그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해 낸다.

그 결과 환자의 일상이 속속들이 드러나므로 발 빠르게 접촉자를 찾아내 그에 대한 감염여부 검증에 들어가 차단시킨다.

이처럼 감염병 예방법 시행령 개정 통해 신용카드, 선불카드 사용명세 등 정보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진작에 명문화돼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격리병상 음압병실(외부와의 기압 차이로 병원체가 빠져나가지 못하는 특수병실)이 마련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2차 감염을 차단시키는 이것이야말로 질병의 확산을 막는 첩경인 셈이다.

병실을 담당한 의료진과 간호팀은 각종 보호장구를 착용하므로 철저하게 외부 감염을 막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나, 격리병동 근무 자체가 얼마나 중압감을 줄 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오늘자 국내 발생현황은 아래와 같다.

*확진환자 ㅡ 4명, 조사대상 유증상자 ㅡ 183명(격리해제 155명)




이번 폐렴은 2020년 5월 절정에 이른 뒤 7월에나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글쎄다.


미증유의 바이러스 창궐, 불안스러운 지금이 바로 환란의 시대만 같다.

동시에 우한 폐렴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뿐 아니라 각국 경제까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음까지 들린다.

현재 모든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 출입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평소 위생관리를 잘해온 건강체라면 감기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무난히 지나갈 수 있다니 막연한 불안감은 갖지 말라고.

한편 우한지역 교민을 실어 나를 전세기가 30일 출발하는데, 격리수용 후보지로 낙점된 지역에서는 트랙터나 지게차로 진입도로를 막는 등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우한 폐렴의 조속한 퇴치를 위해 질병본부에서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 잠복기 ㅡ2~14일 추정

#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호흡기나 눈 코 입의 점막으로 침투될 때 전염된다.

#주요 증상ㅡ고열 호흡곤란 마른기침 근육통 설사 객담 인후통

#위험요인ㅡ최근 14일 이내 중국 후베이성 방문


#주의사항ㅡ중국 방문 시 현지 동물(가금류 포함)과의 접촉을 피하고 전통시장 및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자제.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피하기


#예방수칙외출 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 중국방문 후 호흡기증상자는 관할보건소, 지역 콜센터, 1339에 상담. 선별진료소 확인 후 방문 시 반드시 마스크 착용. 해외여행력 의료진에게 전달.


#긴급연락처ㅡ가까운 보건소 또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

< 신문기사 및 질병관리본부 사이트 참조>




둘-난리가 따로 없네 (2월 19일)



올 들어 한 달에 사흘간은 심신 온전히 쉬는 날로 정해두었다.

나름의 힐링타임을 갖기로 한 것.

일단 힐링은 일체의 매임에서 벗어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기본적인 일 외에 외출은 물론 컴퓨터, 전화기도 꺼두기로 한 약속을 지켜왔다.

집안에서도 가능한 힐링타임, 자연으로 들어가 물소리 풀향기 있어야만 치유받는 건 아니니까.

자유로운 쉼의 시간을 가지면서 좌선이나 명상을 하듯 고요히 지냈다.

마치 스님들이 안거에 들어가듯이.

단식기간을 거친 것처럼 의식은 명료해지고 눈이 맑아졌다.

그 덕에 혹사했던 눈의 피로도가 어느 정도 풀렸다.

건강하고 평온한 상태를 되찾아 오늘은 기분 좋게 컴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했다.



우한폐렴 경보가 들리자 처음 접한 전염병 소식에 놀라 무조건 그때부터 칩거에 들어갔던 것이다.

과잉반응이란 소릴 들었고 겁쟁이란 말 들을 정도로 꼼짝달싹을 안 했다.

지난 설날 성묘 다녀온 후로 타 지역은 물론 외부 이동이나 활동을 최소화했다.

지하철 이용도 일절 하지 않았고 은행이나 마트 출입도 삼갔다.

생필품, 음식재료나 마스크까지도 제 차로 움직이는 며늘에게 부탁했다.

겨우 나다닌 곳은 동네 인근 산책 그리고 컴퓨터교실이 전부로 철저하게 조심에 조심을 기했던 것,

대중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고 예방수칙을 지켜 외출 후 손을 꼼꼼하게 씻었다.

그러다 확산기미가 진정되며 전염병 공포가 좀 수굿해지자 근처 식당 여기저기를 찾아다녔다.

처음의 경계 수위를 느슨히 낮추고는 이제 전염병 끝났다 선포식 하듯 정부도 자화자찬 늘어놓았다.



대구에서 한꺼번에 확진자가 불어난 어제부터 다시 우환폐렴 비상벨이 울렸다.

특별관리지역이 된 시장의 침통한 브리핑에 연달아 뉴스에 잡힌 텅 비어버린 대구 거리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다.

슈퍼감염자가 휘젓고 다닌 대구뿐 아니라 전국 어디라도 지역사회감염이 시작돼 안전지대는 없다고 한다.

코로나 확진자가 생겨난 정신병원 뉴스를 통해 심지어 폐쇄병동까지도 바이러스가 뚫었음을 확인했다.

전염병 국내유입 한달만에 질병관리본부는 20일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 환자 수가 82명이라고 밝혔다.

재난영화에서나 보아온 장면 같은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

일본 크루즈선에 갇힌 채 떠있는 배안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중동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아프리카에서까지 발병자가 나온 상태다.

우한발 중국뉴스는 종말론에나 나옴직한 아비규환의 도가니를 연상시켰다.

깜깜이 나라라 중국은 사망자가 벌써 2천 명 넘었다는 등 통계치나 정황보도 모두를 반신반의하며 암튼 오리무중.




엊그젠 귀에 익은 방역차 소리를 오래간만에 들었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차는 어느새 옆동네 소독 중이고 집 앞엔 부분소독하는 젊은이가 여기저기 연기를 분사 중이었다.

여름철마다 모기박멸 차원에서 연막소독차가 저물녘 골목길에서 연기를 뿜어대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쫓아다녔다

오랜만에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는 자동차 방역 시스템이 가동되는 걸 보자 피부로 바짝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마침 수업이 있는 날, 오늘은 뭘 배운다고 다니던 교실도 잠정폐쇄하기로 결정했다며 재개여부는 상황에 따른다고 했다.

수업이 끝날 무렵 비상연락망이 배포되며 질병관리본부 전화번호와 지역 보건소 전화번호도 입력시켜 뒀다.

불현듯 알퐁스 도오데의 마지막 수업이 떠올랐다.

뒤숭숭한 가운데 서로들 건강 유의하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등, 분위기가 사뭇 비장스럽기까지 했다.

이미 많은 유치원과 학교,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임시로 문을 닫았다는 뉴스를 들었으나 강 건너 불이었던

우한바이러스가 비로소 지척의 위협으로 심각하게 다가왔다.

지난번 우한폐렴 포스팅하던 때만 해도 막연하던 불안감이 바짝 실체를 드러내놓고 압박해 오는 느낌이다.

미국으로 피난 가야겠다고 했더니 뉴욕도 심상치 않다며 당분간 잠자코 있으라 했다.

진짜로 난리가 따로 없다 싶어진다.




셋-자숙의 시기(2월 22일)


아침나절 전화를 한 언니가 대뜸 네 말이 다 맞는 거 같아 두렵다고 했다.

뜬금없이 곡조 슬픈 트로트가 유행하는 게 조짐이 안 좋다 하더니만...

음습한 '기생충'이 뜨는 게 왠지 불운을 부르는 거 같다고 하더니만...

요샌 사람 만나는 일이 무섭게 느껴진다며, 일련의 사태를 접할수록 내가 한 말이 예언같이 들린다는 언니.

지난가을부터 미스 트로트에 빠지기 시작한 언니를 내내 못마땅히 여기며 퉁박을 줬다.

망국의 한 서린 백년전이라면 모를까 어이해 이 시대에 구구절절 애끓는 뽕짝이 웬 말이냐며 타박을 했다.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영화를 섭렵하는 편인데, 오래전 '살인의 추억'을 볼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으나 '괴물'이나
'설국열차'는 보다가 중도작폐했고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도 왠지 내키지 않았다.

칙칙해서 찜찜하기도 하거니와 복선에 깐 메시지가 영 수상쩍다 싶어서.



가까운 대구에서 벌집 건드린 듯 터지기 시작한 우한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확진자가 들렀다는 이단교회를 온상지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전국 모든 지역으로 순식간에 전파된 바이러스 양성자는 어언 4백여 명에 육박했다.

5차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등 팔도 어느 한 곳 예외없이 와글벅적 양은냄비 속이다.

거리가 텅 빈 대구를 비롯, 총성만 들리지 않을 뿐 전국적으로 난리도 아니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도 수천인 데다 이미 사망자가 셋 나왔고 산소호흡기를 단 중환자도 몇 있다니 야단났다.

처음으로 어제 오후 부산에도 확진자 셋이 동시에 생겼다.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생활을 하다 해제된 아버지는 음성인데 그 집 아들이 양성, 대구에 다녀온 여성도 걸렸다.



전화기에 계속 웹 발신음이 뜨는데 도서관 무기한 휴관이라든지 시민에게 보내는 권고사항들이 올라온다.

자동으로 연결된 질병관리본부의 챗봇은 언제라도 코로나 현황을 실시간 알려주기도 한다.

코로나 맵이나 바이러스 예방법, 대처법 등을 실어 나르는 카톡도 바쁘다.

무단히 생기는 일이란 없듯 어떤 일이나 무의미하게 발생치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일의 발생 이면엔 그럴만한 까닭이 있더라는 얘기다.

지나고 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고개 끄덕이게 되듯이.

대한민국 국민들 저마다에게 이런 단련의 시기도 필요하다.

자신을 비롯해 자숙의 기간이 절실히 필요한 대한민국 사람들.

용서를 구하는 구약시대 백성처럼 무릎 꿇고 각자 자기 성찰부터 진지하게 해야 하지 싶다.

불의와 위선이 활개 쳐도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둔감한 것인지 세뇌된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쉽게 선동당하는가 하면 매스컴이 떠드는 대로 생각없이 몰빵,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는 편향성도 문제다.

유행이라면 중심 못 잡고 가벼이 바람에 쏠려버리는 경조부박한 경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게다가 무언가에 홀린 듯 붕 들떠서 제정신을 가누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아서 하는 말이다.



넷-블로그, 고마워요(2월 24일)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여니 고요히 비가 내렸다.

어차피 우한사태로 외출자제령이 내린 시국, 그래선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사시대 수렵인들은 눈 첩첩 쌓인 겨울이나 하늘이 뚫린 듯 억수장마 질 때 무얼했을까?

우선 동굴에 불씨 꺼지지 않게 모닥불 피워놓고 가까이 둘러앉아 있었으리라.

이 눈 그치면... 이 비 멎으면... 어느 방향으로 나가 사냥할지 상의했을까.

나가기만 하면 먹거리 사방 지천이니 미리 의논하고 자시고 할 거도 없었을까.

모닥불 사이에 두고 우우아아~노래 불렀을까.

그러면 무슨 신명에 노래가 나오냐 타박했을까.

샤먼이 아니라도 빙빙 돌면서 다들 춤을 췄을까.

보릿고개 노래처럼 얘야, 배 꺼질라! 누군가 손사래를 쳤을까.

불빛 등지고 돌아서서 홀로 벽에 그림을 그렸을까.

뾰쪽한 돌 거머쥐고 손아귀 아프도록 동굴벽 깊숙이 음각을 남겼을까.

그 짝이다.

'혼자 놀기'가 어느새 체질화되어 간다.

요즘은 날마다 컴퓨터 자판 앞에 두고 사진 다듬거나 글씨 새겨 넣으며 지낸다.

시선 피로해지면 바닷가 또는 산길 거닐며 푸른빛 충전시킨다.

심신 정화와 환기를 위해서다.

대중교통은 물론 사람들이 다수 모이는 장소 피한지도 어언 한 달이 넘었다.

설 이후 외출은 바로 이웃에 위치한 컴퓨터교실 외엔 일절 삼갔다.

외부활동이라면 운동삼아 두서너 시간 거니는 해변산책이 전부다.

두서너 시간도 잠깐일만큼 자갈밭 돌도 고르고(탐석가 흉내) 해초도 따면서(수렵채취인 흉내).

지루할 새 없이 지내긴 하지만 집에 들어서도 심심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즐길 거리가 기다리는 덕분이다.

그러면서 새삼 블로그에 대한 고마움을 진하게 느꼈다.

즐기기 위해 자진해서 펼쳐놓은 재미진 공간인 이 블로그 마당을 열어줬기에 고마운 것.

아부할 뜻 추호도 없는 것이 알다시피 블로그 운영하는 여타 웹사이트 흔해빠졌다.

그럼에도 지중한 인연의 엮임이 따스해서 들어서면 푸근해지는 공간이 여기다.

조회수나 추천수며 댓글에 구애받지 않음은, 이 놀이마당을 불순물 없이 무심히 즐기자 해서이다.

책임이나 의무가 따르지 않는 편안함, 오로지 스스로 좋아서 하는 놀이판이 블로그 아닌가.

여타 잡동사니에 신경 써야 된다면 그게 긴장감이고 스트레스지 무슨 놀이?

아울러 객쩍은 일상사를 들여다 봐주며 놀이마당에 동참해 주신 이웃들도 무한 고맙다.

만일 이 놀이마저 없었다면 하루하루 집안에서 답답하게 무얼하며 지냈을까.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건 나름의 놀이기구가 있어서다.

살아간다는 것(Lifetimes)이 원제인 영화 <인생>은 도박으로 가난에 몰린 일가의 비극이 담겼다,

흐릿한 등불 아래 길고도 무료한 저녁시간을 그림자놀이로 달래는 사람들.

차츰 솜씨가 늘자 도시로 나가 생계유지 수단으로 삼게 된다.

그림자 극으로 밥벌이를 하게 된 것.

인간은 재미를 추구하는 유희적 동물임과 동시에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도구적 동물이라 했다.

그 와중,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 홍위병의 피바람이 지난 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

노인의 일대기에서는 더러 <25시>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없잖으나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한다던가.

아무튼 유희적 인간의 놀이터로 블로그만 한 것도 없지 싶다.

Homo Artex가 별 건가.

미셸 로르블랑셰는 <예술의 기원>에서 "인간은 존재하는 순간부터 예술가였다"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자유로운 호모 루덴스이자 호모 아르텍스다.

오늘도 모두모두 파이팅!!!

이 모든 것은 종당엔 다 흘러 흘러 지나가리니.


다섯-그래도 삶은 현재진행형(2월 25일)


모진 넘 옆에 있다가 덩달아 벼락맞는다 했던가.

딱 그 짝인 게, 중공 우한땅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한국은 내외적으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전염병 창궐지로 낙인찍혀 여러나라로부터 입국금지 대상이 되어버렸다.

성지순례자나 신혼여행객이 느닷없이 입국거부 되거나 격리되며 큰 곤욕을 겪은 건 이미 지난 일이니 차치한다 치자.

앞으로 국가신용도의 추락은 물론 전반적 경제하락도 가파르게 진행될 게 뻔하다.

게다가 엄습해 오는 불안감에 국민 개개인의 정신건강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피폐해져 간다.

지레 겁부터 먹지 말라며 막연한 공포감이 더 위험하다 하지만 이미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 국민들.

시 전체가 집단 패닉상태라는 대구발 뉴스보도도 감염자가 1천 명을 넘었다는 상황판을 보나따나 과장만은 아닌 거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두렵고 공포스럽듯 언제 어디서 감염원을 접할지 모르니 불특정다수가 다 경계대상이 된 작금,



사람이 사람 만나는 게 무서운 세상이다.

서로 옷깃 스치는 것조차 피하게 되고 낯선 사람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 든다.

나 아닌 타인은 모두가 다 무조건 경계대상인 무서운 세상, 정말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희한한 나라를 목하 경험 중이다.

이미 지난주 목요일 컴퓨터 교실에서 어떤 사람이 대구 사는 동생과 통화하는 중에 '사재기'란 표현이 대화 도중에 들렸던 터.

그 현상은 어느새 서울 경기지방까지 치고 올라갔다고 한다.

외출자제령이 내려진 판에 이 불안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생필품 사두는데,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나무랄 수 없는 노릇.

때아닌 집단감염사태에 따라 무더기로 나오는 환자를 감당해야 하는 의료진의 피로도 역시 심각하다.

뉴스에 잡힌 대구의 한 병원, 방역복을 입은 채 벤치에서 고개 푹 숙이고 쪽잠을 자는 의료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한편, D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장은 한국과 일부 나라에 국한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나, 곧 방역망이 뚫려 전 세계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하버드대 전염병학 마크 립시치 교수는 세계 인구의 40%~70%가 이 전염병으로 고통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할 수 있다지만 이 감염병에 걸려도 많은 사람들은 가볍게 증세를 겪거나 혹은 아예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다만 독감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일부 만성질환자나 노인에게는 치명적이며, 전염돼도 모르는 채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

또한 코로나19와 관련, 세계 최고권위지인 NIH에 발표한 전염병 전문의 Anthony Fauci의 논문에 따르면 무증상 감염의 가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표명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동안 우한사태가 소강상태를 보일 적에는 마침 가족생일도 끼어있어 맛집과 동네식당 이용도 자주 하면서 나돌아 다녔다.

그러다 하루 다르게 기하급수적으로 감염자가 늘어가자 밖에 나가는 일은 자동 피하게 됐다.

도대체 어디에서 탈이 생겼는지, 본인도 모르는 새 부지불식간에 감염원이 되고만 사람도 많이 생겼다.

그간 외부의 대중과 접하는 일을 일절 삼가했으나 오늘 오전에는 은행 들릴 일이 있어 일찌감치 나갔다.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했다.

창구 직원들은 다 마스크를 쓴 채 여전스레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라고 이런 불안한 시기에 대인업무를 본다는 게 얼마나 겁나는 일이겠으며 싫겠는가.

여타 직장인과 자영업자, 밥벌이를 해야 하는 모든 근로자가 다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시장이니 식당에서는 미소로 손님 맞아야 하고 가게마다 손님 오면 하나라도 더 물건을 팔아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각자 맡은 일을 처리해야 하며 공장 라인에서도 톱니바퀴의 한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공사판에서 뼈대를 세우거나 건물에 도색작업을 하고 시장터에서 좌판을 열거나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생활인으로서의 역할은 피할 수도 없거니와 그 자리에서 어딘가로 도망칠 수도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움직이는 경우는 다중과 접할 기회가 더 많으니 불안하고 자차로 이동하더라도 기름을 넣으려면 여러 사람이 쓴 께름칙한 기기를 만져야 하고 지폐를 주고받아야 한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일은 그래서 전쟁터에 나간 병사 같다고 표현되기도.

나이 든 은퇴자는 이 위험지대 일선으로부터 제외된 반면, 생업을 위해 현역으로 뛰어야 하는 젊은 사람들은 부득불 현장 지킬 수밖에 없다.

조건이나 상황이 어떠하건 맡은 바 역할, 위치를 이탈할 수 없는 현역들.

어떤 여건이건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삶은 늘 현재진행형이어야 하니 그게 그저 안쓰럽고 짠할 뿐이다.


<서울 한 코스트코매장 -연합뉴스 사진->




여섯-늪속에서 이 사람이 사는 법(2월 29일)


앞뜰에 산수유꽃 노랗게 피어났네요.

예년 같으면 지금쯤 지리산자락 산동마을 산수유꽃으로 휘덮였을 테고
섬진강가 매화 하얗게 흐드러져 향기 풀어낼 텐데 올핸 남도땅 화신에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군요.

한번도 겪어본 적 없는 미증유의 비상사태를 맞은 판국에 꽃타령이 당키나 하겠어요.

어쩔 도리 없이 일선에서 현장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격리'에 들어가 스스로를 집안에 가두어야 하는 상황이 아무래도 길어질 거 같습니다.

벌써부터 친구들은 심장이 쿵쾅거리며 울렁증도 생긴 데다 잠이 안 온다는 하소연을 하네요.

울화 치밀듯 속이 답답하고 우울증이 올 거 같은 이런 게 공항장애가 아닌가 싶고요.

집 밖 활동이 제한되며 집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되므로
혼자라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찾아야는 데요.

세상이 정지된 듯 외적 교류 통로가 막힌 데다 외부활동이 위험해진 상태라 전화를 붙잡았다 하면 한두 시간씩.
그렇게라도 소통하고 나면 바깥세상과 선이 닿아있다는 안도감이라도 들거든요.

여기에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스쿼트, 요가나 단전호흡 등 적절한 운동으로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게 필요하고요.

기도시간을 갖는다거나 독서삼매에 빠져보기, 아니면 경쾌한 음악이나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좋더군요.

이참에 블러깅에 열심을 내보는 것도 효율적인 시간 보내기의 한 방법이 아닌가 싶고요.

편향적인 유튜브를 보다 보니 성향이 더욱 과격해지더라며 친구들에게 제 경험에 비추어 이렇게 말해주기도 하지요.

불안수치 높이는 텔레비전 뉴스를 덜 보고 되도록 기분 좋은 내용이나 몰입도 높은 영화 또는 유익한 유튜브만 보라고요.

저는 요즘 고전영화에서 서부영화, 히치콕영화까지 흘러간 영화 보는 재미로 지새는데요.

그 덕에 카사블랑카에서부터 앵무새 죽이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오늘은 영화 맘마미야와 남태평양을 보며 하늘마저 우중충한 하루를 잘 견뎌냈네요.

유튜브 영화채널에만 들어가도 볼만한 영화가 제법 있답니다.

돋보기로 읽기 버거운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펄벅의 대지는 오디오북으로 귀가 행복했고요.

늪속에 빠진 것 같은 요즘, 제 나름의 사는 법을 소개했는데 집안에서 홀로 할 수 있는 더 근사한 '꺼리'가 있으면 나눠주시길요.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데 익숙해있어 처음엔 좀 생경했지만 뭐든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입니다.


일곱-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3월 1일)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발표연도가 1929년입니다.


시대배경이 일제 치하가 되겠군요.


시인은 원래 서정시를 썼으나 시대 상황이 그로 하여금 서정시에만 머물러 있게 하지 않았지요.


민족적 울분과 저항을 읊은 시의 첫 행은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작되는데요.


에둘러 말하지 않은 이 한 구절의 직설적인 싯구가 당시의 현실을 정확히 표현했지요.


생명이 소생하는 희망찬 봄은 왔지만 일제에 빼앗긴 땅이기에 들에 만연한 봄마저 기뻐할 봄은 전혀 아니었을 터.


마지막 연은 이렇게 끝을 맺는데요.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닿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집혔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금수강산에 찬란히 다가온 봄을 비상시국 만든 역병 우한코로나로 인해 잃고 말았습니다.


참 별꼴도 다 많습니다, 이건 완전 총성없는 난리통인 데다 그 바람에 봄마저 빼앗기고 말다니요.


春來不似春이라더니 봄꽃 다투어 피어나는 봄이 왔건만 봄 같지가 않은 삼월이네요.


확산세가 멎지 않는 판국이라 각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 달라는 당국의 권고가 아니어도요,


산으로 들로 나가서 봄을 마중하긴커녕 집 밖은 나가기조차 불안스러워 외출 자제한 채 '자기'격리 상태인데요.


아침에 잠시 동네 한바퀴 돌아보니 매화는 이미 지고 발그레 사과꽃 필락말락하더군요.


진달래 연분홍 꽃잎 하르르, 그 곁에 수선화가 피어났고 목련 봉오리 한층 도톰해졌고요.


양귀비 꽃망울 곧 터질 듯 탱탱히 부풀어 올랐는가 하면 찔레꽃 이파리며 가시 거친 엄나무 새순도 물기운 돌더군요.


엄나무 순은 개두릅이라고 하는 햇나물감이며 가지는 약재로도 쓰이는데요,


우리 민속에 엄나무 줄기를 대문간 문설주에 걸어두면 병마가 범접지 못한다던 생각이 나 사진에 담았답니다.


겨울을 견뎌낸 그네들은 누구 하나 조바심치지 않고 자연의 섭리대로 고요히 때를 기다릴 줄 알더군요.


한결같이 차례차례 싱그러이 피어나거나 힘차게 키돋음하며 마냥 여유롭고 편안해 보이는 그들.


눈빛 맞추며 상찬하는 이 없어서 저 혼자 싱거이 피었다 지고 말아야 하니 올봄은 꽃들마저 불운하는구나, 여길 일이 아니었어요.


주관적 시선으로는 아니 시크하게 말해서 홀로라서 오히려 충만한 자기 세계를 즐길 수 있어 행복하지 않겠나 싶더군요.


자연은 절로 절로, 뒤숭숭한 세상사 전혀 개의치 않고 유유작작 평화로웠습니다.


그럼에도 안달쟁이는 내심 전전긍긍, 화개벚꽃 구름처럼 필 무렵이면 이 환난 수그러들려나? 희망사항에 그치지 않기를......


올봄은 어쩌다 빼앗겼을지라도 명년에는 틀림없이 화신 품은 봄이 온다는 사실, 매사 긍정의 시선으로 오늘을 보렵니다.




여덟-노림수가 궁금하다(3월 2일)


이단은 정통 교리를 벗어난 것이고 사이비는 반사회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 가짜다.


진짜로 가지가지한다.


아예 국민을 갖고 논다. 제 신도들처럼 제멋대로.


제사 때 또는 상갓집 문상 가서 하는 게 두 번 큰절이다.


곧 죽은 사람에게나 두 번 절하는 게 전례예법인데 아흔 다 되어가면서 그 법도조차 모른다?


아연실색할 만큼 끔찍스럽고 불순하다.


게다가 더듬수 놓는 상노인네의 코미디 극도 아니고 노망증세가 아니라면 이게 말이 되나?


퇴장하면서 온 나라를 수렁에 몰아놓은 이 엄중하고 중차대한 시국에 철부지들 엄지척까지?


쇼맨쉽이 아니라 이 작태는 누가 봐도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머리 굴린 기획에 따른 연출.


이 정도면 지나친 장난질이요 꼼수라는 게 엿보이지 않는가.


거기다 팔목에 찬 시계 하나로 회견장의 시선과 관심을 충분히 흩뜨렸다.


의도는 딱 들어맞았다, 설왕설래, 억측만발.


누구라도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왜?


그 자리에 그 시계를 차고 나왔다는 것부터 수상쩍다.


아무리 오후라 해도 겨울 찬 기운이 남아있을 경기도 가평 그것도 연수원 문 앞 야외다.


산삼만 고아 먹었나, 오늘내일하는 늙은이가 짧은 소매 와이셔츠라?


의도적으로 시계를 눈에 잘 띄게 하려는 술책이 빤히 드러난다.


3십만에 가까운 신도를 거느린 왕회장이 고작 도금 시계를?


이에 앞서 입장문 읽은 한 교단 관계자는 천만 원 넘는 롤렉스를 찼던데 대국민회견장에 그는 싸구려라니.


명품인 에르메스 제품 넥타이에 49만 원에 거래된다는 금장시계라는 게 웃겨도 너무 웃기지 않는가.


방법 형편없이 졸렬하고 유치하지만 뭔가 분명한, 이면의 노림수가 무척 대단히 아주 많이 궁금하다.


그 진위여부에 코를 박고 아니다, 맞다, 시끌벅적한 정치권 행태도 징허고 징하다.


권모술수와 농간 난무하는 정치꾼 동네다.


안 그래도 옛 새누리당과 신천지 연관설도 돌고 있는 작금.


당명을 지어줬다는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된 상태인데 버젓이 웃기는 시계를 차고 나온 의도 뚜렷한 이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그야말로 국민들을 상대로 수작질하려는 저의가 한눈에 든다. 분.탕.질.


우한폐렴으로 다 못 살겠다고 이러단 다 죽겠다고 원성 자자한 판국, 나라꼴이 말이 아닌 이때.


민심분열은 용서 못할 일이다.


의도된 메시지임이 200% 확실함에도 정치적 의미 없으니 확대 해석 말라며 뒤풀이 멘트까지 다 준비한 그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위정자들과 정당인들, 신천지 아흔 살 노인네 이하 관계자들은 대한민국의 기생충, 세균, 바이러스다.


신천지 이만희의 박근혜 시계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볼까, 그가 바로 막후 조종자일시 분명하다.


의도성을 가지고 온 국민을 상대로 저열한 모종의 공작을 시도한 배후가 명명백백 가려지길 바란다.


박원순을 비롯해 태극마크 넣어 발행된 이 포창장들은 무엇을 말하는지?




아홉-중세의 괴질, 오늘의 역병(3월 3일)


흑사병은 유럽에 처음 발생하자마자 삼분의 일의 인구를 사망시켰고 그 후 십 년 주기로 밀어닥쳐 유럽인의 반수를 쓸었다.


지중해로 흐르는 아르노강을 낀 피렌체의 경우, 섬유산업이 발달했으며 중개무역도 성행하면서 동시에 금융업이 성했다.


상공업이 번성함에 따라 새로운 계급으로 부상한 부유층들이 부를 과시하고자 어마어마한 규모의 두오모 대성당 등을 봉헌해 건물 내외를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의 싹이 움트게 된 피렌체다.


지중해 중개무역이 절정기를 맞아 새로운 문명의 꽃을 활짝 피워나가던 중, 흑사병이라는 괴질이 전유럽과 피렌체를 강타했다,


보카치오(Boccacio)의 데카메론(Decameron)에는 당시 피렌체의 참상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1331년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발병한 페스트 역시 중국이 발원지로 추정된다,


그 지역을 지배했던 몽골족들이 1346년 남러시아의 한 성을 공격하면서 성안으로 흑사병에 걸려 죽은 자국 병사들의 시신을 날려 보내므로 러시아와 유럽에 페스트가 번져나갔다.


보다 본격적 유행원이 된 것은 1347년 흑해에서 출발한 열두 척의 제노바 상선이 향신료와 비단 등을 싣고 시칠리아, 마르세유 등 유럽 부두에 접안되면서부터다.


볼가강 하류에서 이 선단을 포위했던 몽골군이 던진 페스트에 걸린 시체를 매개로 감염되어, 항해 중 승선자의 반이 죽어 이미 죽음의 배가 된 상태인 무역선들.


그때 밧줄을 타고 배 안의 쥐떼가 도시로 유입되며 쥐벼룩이 퍼지자 페스트는 순식간에 온 유럽을 휩쓸게 되었다.


같은 해 피사에서 500명, 빈에서 500명, 파리에서 800명이 하루에 죽어나갔으며 환자는 보이는 대로 화형에 처해졌다.




페스트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그 와중에 유대인들이 우물을 오염시켰다는 소문이 돌며, 그들은 고문과 화형을 당하는 등 애꿎은 수난을 겪었다,


예나 이제나 원인 모르는 재앙과 맞닥뜨리면 사람들은 책임전가와 뒤집어 씌우기 같은 악랄한 수법을 동원하는 모양.


마귀 소행이라며 마녀사냥이 만연해져, 첫 번째 페스트가 덮쳤을 때 유럽인구의 1/3인 2천4백만 명이 이래저래 목숨을 잃었다.


그 후 십 년 주기로 페스트가 창궐하며 이 역병으로 유럽 인구 절반이 희생되고 말았다.


카뮈의 페스트, 프랑스 알제리 오랑시에서 발생한 페스트는 도시 인구의 절반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소설 속 오랑시는 철저히 고립되었고 주민들은 격리 조치 당했다.


그렇게 갇힌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감에 빠지며 공황상태에 이르고 만다.


지도자는 이때 대중의 혼란이 두려워 질병의 출현과 확산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든다.


비슷한 스토리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722년도에 마지막 환자 보고가 있었다 하니 무려 400년간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페스트였다.


최근인 2009년 중국 청해성 장족 자치주에서 12명이 폐 페스트에 감염되고 이 중 세 명이 사망했으며, 직간접 접촉자 300여 명을 전부 격리 조치한 바도 있다.


소설 <천국의 열쇠>에서 치셤 신부는 중국 벽촌에 파묻혀 선교에 열정을 바친다.


당시 페스트로 황폐해져 가는 거리를 바라보며 친구가 "지옥이 이보다 더 참혹할까?" 하자 "지옥이란 인간이 희망을 잃어버린 상태를 말하는 거라네."라 하던 치셤 신부.


실제로 중국은 지난 1907년 광둥성에서 페스트가 집단 발병해 만주 지역에서만 4만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끔찍한 페스트는 환자로부터 비말감염(飛沫感染)되는 기도감염 외에 보통은 보균동물을 흡혈한 벼룩에 물려 감염되며 내출혈로 생기는 검은 반점 때문에 흑사병이라 불렸다.


여러 전염병 중에서 사람을 가장 단시간에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이 페스트다.


그 사이 의학은 끝없이 진화했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치료의학과 예방의학을 포함해서 모든 분야에 있어 눈부시게 발전한 현대의학의 수혜자인 우리.


시기가 문제이나 결국은 신종코로나 항바이러스제도 곧 개발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번 우한코로나는 중국과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들, 그중에도 초기방역의 기회를 놓친 한국을 마구잡이로 덮쳐 이루 말할 수 없는 타격을 주고 있다.


헌데 멀리 떨어져 있는 이탈리아와 이란은 대관절 어쩐 일로 연일 사망자까지 다수 나오는 등, 중국발 날벼락을 맞는걸까.


궁금해하는 내게 아들이 중앙일보 기사 링크를 걸어줘서 그 이유를 파악하게 됐기에 대강 간추려본다.


시진핑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은 중국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로 건설과 지역개발을 결합해 유라시아 국가들과 연결하고 협동하겠다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지난해 이탈리아는 G7 중 첫번째로 일대일로에 참여해 양국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장기간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이탈리아는 중국 투자를 받아 국내 인프라를 개발해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였다.


중국 이민자를 대거 유치하여 자국 내 고유브랜드 제조장에 투입도 시켰다.


한편 중국은 발칸반도 쪽 항구와 제노바 항의 개발투자의 길을 열어 서유럽으로 뻗을 수 있는 지정학적 거점을 마련했다.


현재 중국인들은 최대 차이나타운이 있는 패션도시 밀라노 등에 32만 명 넘게 밀집해 살고 있다.


1월 23일 밀라노로 입국한 2명의 중국인 여행자가 버스로 여행하던 중 1월 30일 로마에서 우한폐렴 확진을 받고 입원했다.


정부는 즉시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탈리아와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막았으나 때는 이미 늦고 말았다.




이란은 중동에서 중국 일대일로의 핵심 국가로 양국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중국은 이란의 에너지와 지정학적 위치를, 이란은 철도현대화에 거는 기대가 큰 데다 경제적으로도 의존하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중국은 상하이에서 테헤란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동서양 관통 철도 프로젝트에 공을 들였다.


이란에선 지난 2월 19일 순례자로 붐비는 시아파 성지 쿰에서 2명이 처음 확진을 받고 당일 사망하자 중국인 입국을 금했다.


순식간에 마수메 에브테카르 여성가족 담당 부통령과 이라지 하리르치 보건부 차관도 확진자에 포함됐다.


지난달 28일엔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국회 부의장이 숨졌다.


설상가상으로 이란은 2018년 5월 미국이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의약품이 부족한 상황이라 진퇴양난.


우한코로나 확산으로 이란 내 중국인 노동자들의 격리나 철수 등 철도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일대일로는 당장 차질을 빚게 된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찬탈하려는 음흉한 시도를 하면서 서북공정, 요하공정을 동시에 꾸려왔다.


한편으론 일대일로라는 신실크로드 전략을 구상한 중국은 동남아시아 저개발국가들을 종속시켜 나가려 획책했다.


나아가 유럽 아프리카를 섭렵, 세계 패권국가로 등극하려는 야심을 노골화했는데 여기저기서 삐걱대는 모양새더니 이번 우한 코로나 확산으로 발목이 꽉 잡혔다.


역병 수출국이란 오명 벗어날 길 없는 중국.


우리와는 유감스럽게도 엎어지면 코 닿는 지척거리, 게다가 일부는 중국몽을 꾼다.




열-경계대상이 되다니(3월 9일)


살다 살다가 별 꼴을 다 겪는다.


타인으로부터 부지불식간에 내가 경계대상이 되어버리다니.


중국에서 옮겨온 역병으로 난데없이 미증유의 비상사태에 빠져버린 나라.


학교는 문을 닫았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으며 공장은 가동 못하는 곳이 한둘 아니다.


시장 난전의 영세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은 하는 수 없이 일선에 나서야 하지만 그들이라고 두려움이 없으랴.


의료진은 말할 것도 없고 대민업무를 보는 관공서나 은행은 그마저 피할 수 없는 입장이니 도리없이 나서야 한다.


극도의 대혼란을 겪으며 반쯤 멈춰 선 대한민국, 그 안의 나도 셀프격리 상태로 자연 집콕을 고수하고 있다.


한참 때인 중학생 조카손주는 운동장에 모여 공차기도 못하니 옆에서 보기 딱할 정도로 답답해한다지만, 온데 구경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 이 좋은 봄날 갇혀지내자니 깝깝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침 집이 해변가라 바닷바람 쐬면서 그나마 하루 두서너 시간씩은 심신 환기를 시켰다.


어제는 일요일, 평소 한적한 해변인데 외지사람들이 제법 많이들 놀러 와 있었다.


천지 원없이 쏘다니던 언니도 꼼짝못하니 생병이 날 지경이라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장소를 택한다고 택해


엄마가 잠든 온양공원묘지를 찾았더니 한식때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와있더라고 했다.


그렇듯 사람들 생각은 엇비슷, 저마다 카페나 횟집 등 상가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시원한 파도를 보려 바닷가로 삼삼오오 몰려들 나왔다.


상가에서 낚시터가 있는 방파제 쪽으로 가려면 비좁은 언덕길을 거쳐야 한다.


이 길은 통상 내가 늘 이용하는 길이다.


읏싸읏싸 소리 내가며 어깨 팔운동도 하고 맘 내키는 대로 노래도 부르면서 오가던 한갓진 소로인데 어제는 인적 끊어질 새 없이 계속 이어져 여러 사람들과 엇갈려 걷게 되었다.




헌데 한결같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가까이 스치기를 피하는 게 역력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불교의 인연설도 이러단 물려야 할 판이다.


당연히 너도나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착용들 했다.


최일선 건강지킴이로 등극한 마스크는 애진작에 생활 속의 에티켓으로 자리 굳어졌으니까.


다른 때 같으면 마주 오는 사람과 서로 목례를 보내거나 간단한 인사말을 나누는 게 통례였다.


물론 나부터도 낯선 이를 보면 행여나 모를 감염에 대한 불안으로 일단 조심하게 되고 내심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 자주 한옆으로 비켜서 있었다.


예전에 겁나게 무서웠다는 옴병이나 천형이라 불린 나환자에 대해서나 그러했을까.


이 시대에 어쩌다 더러 경계심 품는 경우란, 고주망태가 된 취객이나 근육질 체격에 잔뜩 문신을 한 젊은이 혹은 조폭 인상의 험악한 사람이나 마주쳐야 그럴까 일반인에 대해 경계나 기피를 한 적은 거의 없다.


마스크를 잠시 벗었더니 산길 걷는 이들 눈치가 이상해진다.


은연중 서로가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세상, 타인은 누구라도 못 미더운 세상, 사람이 무서워지는 세상, 이렇듯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희한한 세월을 겪고 있다.




열 하나-마스크가 기가 막혀(3월 9일)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배급이란 단어를 내 생활에 처음 대입케 됐다.


강냉이가루와 우유가루를 배급받았던 때는 육이오 동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절대궁핍의 시기였다.


담임교사가 나눠주는 구호물자를 받으면서도 철없는 애들이라 그저 희희낙락했더랬다.


얼마동안이나 구호품 배급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운크라'란 외래어만은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다.


지금은 유엔난민기구의 전신인, 당시는 유엔한국재건단이었던 운크라(United Nations Korean Reconstruction Agency)에서 보내준 우유가루.


누런 종이봉지에 그걸 받아 들고 와, 양은 도시락통에 찌면 좋은 간식거리가 돼주던 당시였다.


그 이후로는 무언가를 배급받으며 산 적이 한번도 없다.


어쩌다 이 난리인가 싶고 이 무슨 해괴한 굿판인가 싶은 어이상실의 시대인 작금.


북한의 배급제가 자동 연상되어서일까. 낯설기도 하거니와 왠지 언짢게 들리는 배급이란 단어.


신종 감염병 확산세를 예측 못한 까닭에 마스크가 모자라 야단법석이 났다.


허둥지둥 갈팡질팡하던 정부는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란 걸 내놨다.


물론 대만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고는 한다만 공적 마스크는 뭐고 왜 배급인가?


사적이 아닌 공적 마스크? 이는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되는 마스크란 소리겠다.


그런데 공급이란 좋은 말 놔두고 거저 나눠주는 것도 아니면서 배급이라니?


배급 뜻을 사전에서 찾아본 즉 공권력이 특정 정책 목적을 위해 특정 물자를 유통하는 구조와 제도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도 특수상황일 경우 실시할 수 있으며 공짜가 아닌 건데 나만 오해를 했던 걸까?




배급이라지만 무료가 절대 아니다.


장당 1500원이다.


그렇다고 여러 장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제 날짜에 간다고 누구나 다 손에 마스크를 쥘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물량공급이 한정돼 있어 마스크가 빠르게 동나는 바람에 줄 끄트머리에 섰다가는 헛걸음치기 일쑤다.


마스크 사려고 기다리는 줄은 긴데, 물량은 적고 약국에 제때 마스크 입고도 되지 않으니

다들 분기탱천.


수급물량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확보하지도 못한 건가?


마스크 대란을 겪으며 빈손으로 돌아서는 시민들은 다시 한번 울화가 솟고 부아가 치받쳐 험한 말을 내뱉는다.


3월 9일 자 신문을 보니 약국 앞에 장사진을 친 사람들 사진과 마스크 한 장 얻지 못한 채 분통 터뜨리는 시민들이라는 기사가 이어졌다.


이건 직접 현장에 나가서 내 눈으로 본 게 아니지만 조선일보 기사가 설마 카더라식 가짜뉴스일리야.


3월 9일 오늘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는데 주민번호 끝자리에 맞춰 정해진 요일에 가야만 살 수 있다.


마스크 구매라는 단순한 일이 거의 고등수학 공식이듯 외워둬야 한다.


일주에 1인 2장 약국에서만 구매 가능하며 주민증을 확인한다.


당연히 전국의 약국 전산망 확인시스템이 가동되므로 중복구매는 불가.


어린이나 고령자가 마스크를 사려면 법정대리인이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해야 한다.


이쯤되자 너도나도 큰일났나보다 싶어 조급증이 일며 초조해진다.


사활이 걸린 문제이듯 비장스런 긴박감이 돈다. 마스크 구매 성공! 이라며 SNS에 속속 인증샷을 올리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마스크가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공상괴기영화에서나 봄직한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생생한 실제상황으로 바로 눈앞에서. 물자가 부족한 사태를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우리들.


뭐든 마트에 가면 넉넉하게 쌓여있으니 필요할 때 가면 항시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전염병이 창궐

하자 마스크가 동이 나며 하나라도 더 확보해 두려고 모두가 안달이 났다.


상대방에 대한 에티켓 수준을 넘어 바이러스를 막는 최전선 건강 지킴이인 마스크다.


이에 공급보다 수요가 턱없이 넘치니 문제.


저마다 기를 쓰고 한꺼번에 설치기 시작하자 멀쩡한 사람도 어느새 군중심리에 휘말려 그 대열에 끼게 되고 만다.


전염병 상황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는 사태진 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안감으로 작용, 이성을 잃게 만든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 드는데 이를 나무랄 수만도 없고.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기 전인 주말에 마스크를 1인당 두 장까지 살 수 있다는 뉴스보도가 있었다.


토요일에 그 내용을 듣고는 약국에 전화하니 토요일 물량은 열시도 안돼 다 떨어졌다고 했다.


일요일 아홉 시가 되자마자 손님이 드나들기 전 일착으로 약국에 들어갔다.


주민증을 제시하고 지퍼백에 담긴 두 장의 마스크를 샀다.


당장 아쉬운 건 아니지만 비상용으로 대비해 둬야 안심이 될 거 같아서.


배려니 양보의 미덕 운운하지만 그런 소린 이미 귓전에도 안 들린다.


이기적이라 그런 게 아니고 만약의 경우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지금은 비상시국.


나는 겁쟁이다.


1월 26일 설날 이후 이날까지 조신하게 칩거에 들어간 채다.


시내 한번 나가지 않고 대중교통 한번 이용하지 않자 친구는 날 보고 겁도 많다며 놀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런 때일수록 자기관리는 알아서 셀프로!



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가 입고됐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 1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날 이 약국에 입고된 마스크는 150장, 75명분에 불과했다고 조선일보/김송이 기자가 썼다.





열둘-두어 시간 공간이동(3월 13일)



중고등 학창 시절에 대부분 세계문학전집을 섭렵한다.


하나같이 명작으로 꼽히는 고전들은 술술 읽히는 흥미위주의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솔직히 부담스럴 정도로 두텁기도 하거니와 난해한 책도 여럿이었다.


금박표지의 전집을 마스터해야 한다는 지적 허영심 땜에 이해하고 읽든 아니든 하여간 읽긴 읽는다.


세월이 흘러 흘러 인생사 쓴맛 단맛에 치이고 닦이며 나이 들어간다.


그즈음엔 오묘한 생의 비밀로 가득 찼던 명작의 기억도 가물거려진다.


대강 어떤 스토리의 소설인가 정도만 알아도 그나마 기억력 꽤나 좋은 축에 속하고 독서 제법 한 축에 든다,


나이 들어 명작을 다시 읽거나 명작영화를 다시 보면 전과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와 감동과 흥분을 느껴본 적이 있으리라.


소설 또는 영화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한 인식도, 감수성 예민한 십 대 때 얕은 느낌과 달리 아무래도 사유의 폭이 넓고 깊어진 나이 든 지금은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라는 타자의 경험이 내 삶에 투영되기도 하고 대입되기도 하고 비교되기도 하고 향유하고 공유하게도 된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어제오늘 본 영화 얘기를 하고자 한다.


코로나 사태로 들리느니 정신건강을 해치는 불안감 조성하는 뉴스뿐이라 집에 있는 동안은 주로 영화를 봤다.


두어 시간 공간이동하여 다른 세상에 편입된 채 칙칙한 현실을 잊을 수 있기에 즐겨 명화의 바다를 유영하곤 한다.


히치콕 영화를 골라보고, 최고의 영화로 꼽는 카사블랑카며 앵무새 죽이기를 찾아보고 주말의 명화에서 수차 본 대지도 봤다.


에덴의 동쪽, 이유없는 반항, 자이언트, 이렇게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영원한 청춘의 아이콘이 된 제임스딘의 영화를 차례로 보았다.


에덴의 동쭉은 캘리포니아 살리나스와 몬트레이가 무대라 그곳을 두어 차례 여행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더더욱 각별했다,


살리나스가 고향인 존 스타인 벡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성경의 카인과 아벨을 모티브로 삼았다.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아버지 아담에게는 두 아들 칼과 아론이 있다.


아버지는 반듯한 장남인 아론을 신뢰하고 편애하는 반면 매번 인정받지 못하는 칼은 소외감과 불만을 느끼며 성장한다.


가정을 버리고 나가 부도덕하게 사는 어머니의 존재를 형에게 알려주자 이에 충격받은 아론은 죽음의 전쟁터로 떠나고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쓰러진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칼은 자책 속에서 용서룰 구하고 마지막 순간 부자간 화해를 하며 눈물 흘리는 칼 역을 맡은 제임스 딘.


반항적이고 제멋대로 거칠게 행동하는 칼에게 연민을 느끼는 것은 아론의 약혼녀만이 아니리라.


살리나스 농장지대의 끝모를 양배추밭과 흐드러진 유채꽃물결은 오래전 화면예서나 이제나 그 풍경 그대로라 반가웠고.


내가 저고리 앞자락에 손수건을 달고 다니던 초등학교 일 학년 때 그는 포르셰를 타고 질주하다가 24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제임스 딘,


삐딱한 자세로 특유의 곁눈질을 하는 거대한 광고판이 선 사고 장소를 찾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열셋-빨리빨리 유전자와 면역력(3월 14일)


연막소독하는 방역차가 골목을 도는 소리에 놀라 자동적으로 칩거에 들어간 지 거의 한달이 가까워 간다.


설마했던 위험이 일상 가까이 다가선 기분이 들었던 까닭이다.


처음 우한발 전염병이 뉴스를 타면서부터 내심 겁을 먹고 가급적 외출을 삼가며 조심했다.


설날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코로나를 걱정하는 나에게 아들이 그랬다.


한국은 메르스 사태를 호되게 겪으며 질병관리 특히 전염병에 대한 접근방식을 효율적으로 하게 됐으니 염려 말라고.


12월 중순 바다 건너에서 역병이 터지자마자 병원에선 진즉 1월 9일 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책회의를 이미 열었노라고.


신속한 조치로 선별 의료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의 운영방식과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라고.


그냥 감기바이러스이되 감염성 높은 신종이란 것뿐인데 사회전반을 휩쓰는 과도한 불안감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그런 설명을 자세히 들었음에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무작정 겁나고 무서웠다.


패닉상태라는 게 어떤 건지를 다시금 체험하며 심리적 두려움에 빠졌던 얼마간.


예측할 수 없는 순간이나 또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극심한 불안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공황이라 일컫는다.


이탈리아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가 집단 공황상태에 빠져드는 이때.




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 코로나 확산위기에 대처하는 한국의 방식에 외신들이 주목했다.


기민한 추적 검사를 호평하며 영국 BBC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은 전방위적으로 특별 대책을 재빠르게 세웠다”면서 동시에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유전자’ 덕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설 즈음 진작에 들었던 말이 있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이에 마크 주커버그는 fear of missing out을 Joy of missing out로 바꿔보라고 조언했다던가.


현대인에게 만연한 포모증후군은 나만 소외당하거나 고립된 것 같을 때 드는 위기감을 이른다.


이때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지킬 수 있게 하는 강력한 힘이 바로 자기 통제감.


코로나라는 감염증은 은연중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자기 통제감 자체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자기 통제감이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조절해 나갈 수 있다는 강한 느낌이다.


내 삶을 스스로 조절 혹은 통제하지 못하고 외부 상황에 억지로 끌려가는 입장일 때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쉽다고 심리학에서 말한다.


그와 같이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노출될 때 개인의 불안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럴 때 사람들은 극도의 혼란감과 고통스러움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은 거의가 자기 통제감을 느끼기 어려운 시기이다.


팬데믹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다.


스스로 삶을 조절할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박탈감과 무기력감에 빠지며 우울해지기도 한다.


특정한 사람이나 어떤 집단에 대해 분노감정이 치솟아 마구 아무 데나 화풀이를 하게도 된단다.


이해할 수 없고 울화 치미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개개인마다 현상태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이겨내는 힘은 각자 다르다.


일상에 닥친 위기를 모두 통제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있으며 나름껏 슬기롭게 조건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너나없이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간사, 예측불허인 인생이다.


고해라는 인생바다를 헤쳐나가려면 거친 풍파 이겨내는 맷집도 키워야 하고 견뎌내는 연습 역시 해둬야 하리라.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는 힘은 각자가 지닌 마음의 면역력에 따라 다르겠고 이겨낼 수 있는 지혜 역시 다를 터.


언제 어디서 밀어닥칠지 모르는 위기상황과 맞닥뜨릴 때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은 몸과 마음의 면역력에 달렸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소 몸과 마음의 면역력 키워두는 여유가 절실히 요구되는 작금이다.



열넷-양심이 찔려요(3월 16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요,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는데....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은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맹자께서 진작에 밝히셨지요.


선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실마리(端緖)가 이미 인간의 마음에 갖춰져 있는 바 저마다 사람도리를 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어쩌다.....


지난 목요일은 주민번호 끝자릿수에 따라 공적 마스크라는 걸 살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5부제가 실시되는 한국에서는 생존을 위한 절대필수품이 된 마스크인데요.


처음부터 일회용 마스크라 못 박지 않았거나 확진자만 쓰라고 권고했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무조건 전부 다 착용하는 게 원칙처럼 굳어진 상태인 지금.


미국과 반대로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여기선 외려 이상스레 취급을 당하지요.


가게나 약국 문에도 마스크 착용하고 들어오라는 안내문이 써붙어있으니 잠깐이라도 밖에 나갈 적엔 필히 마스크부터 챙겨야 되는데요.


동네 볼 일 있으면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주로 바다나 야외로 나가는 제 경우 답답해서도 당장 벗어버리지만요.


그런만치 잠시잠깐 거의 치레로 쓰는 마스크이므로 하나로도 여러 날 사용할 수 있어 굳이 꼭 사야 할 필요는 없긴 한데요.


허나 배급제 마스크를 사도록 정해진 날, 현장을 직접 접해보고도 싶고 상황이 어떤가 궁금해 약국으로 향했지요.


아홉 시 이전 일찌감치 약국에 도착했는데 유리창에 '11시 마스크 입고'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더군요.


11시 무렵 재차 약국에 갔더니 위 사진처럼 약국 밖까지 줄은 이미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어요.


긴 줄을 본 순간 불현듯 위기감이 엄습하며 당장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면 큰일이라도 날듯한 조바심이 생기더라고요.


군중심리가 발동하면 이성적 판단능력이 마비되며 자신도 모르게 무리본능에 휩쓸려버리고 말지요.


얼른 줄 끄트머리로 바짝 다가섰습니다.


앞에 선 여자는 대리 구매를 하는 듯 가족관계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을 손에 들고 있더군요.


각 약국에 배당되는 하루치 물량은 250매, 125명 몫이니 어림짐작 대충 계산으로 제 차례까지는 충분할 것 같았어요.


동네에 따라 할당량이 순식간에 소진되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여러 약국을 전전하기도 한다는데요.


마스크 사려고 약국순례하다가 끝내 허탕치자 울화 폭발해 약국유리를 걷어차 깨버린 사고도 실제 발생했고요.


자신을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줄 마지막 방패가 마스크라 여기는데 어디서도 구하지 못하니 부아가 날만도 하지요.


허나 애먼 약국이 무슨 죄? 항의받아가며 도리없이 억지봉사 하는 판에 이래저래 약국도 불만이 쌓이겠어요.


일찍이 겪어본 바 없는 미증유의 재난, 불가항력적인 돌발사태 앞에 피차 이해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는 미덕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기인 지금은 비상시국입니다.


그래선지 다들 불평 없이 그저 묵연히 발치만 바라보며 순서대로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지요.


아마도, 한국사람들 참말 어질 정도로 착하고 순해빠져서 바보소리 듣나 봐요.


제 뒤로도 행렬은 계속 불어나 줄은 구불구불 이어졌어요.


바로 뒤에 선 노부인이 돌아보는 제게 동년배라 여겼던지 말을 걸더라고요.


오랜만에 생면부지 타인과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게 됐는데, 단아하게 반백의 머리를 숏커트한 그녀가 이러더군요.


"처음으로 마스크를 사러 나와봤어요. 청정지역에 속하는 여기서도 마스크 대란을 실감하게 되네요. 그러니 대구사람들은 오죽할까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여기 마스크 전량을 대구로 보내줬으면..."


말끝을 흐리는 그녀 앞에서 할 말을 잊고 그저 묵연부답, 고개만 조용히 끄덕였네요.


하도 시절이 흉흉하다 보니 그만 인간도리를 잃어버리고만 자신의 행적이 부끄러워지며 양심이 콕, 찔리더군요.


포시즌이란 글씨가 언뜻 포이즌으로 읽히더라는. ㅠㅠㅜ



열다섯-혹시나?(3월 23일)


어디까지나 하나의 픽션이다.


자유로운 상상력에 의한 가설임을 전제로 한다.


어떤 사안을 가지고 논리적 이성적 합리적으로 추론해 봤을 때 도저히 이해나 납득하기가 어려울 경우.


도대체 수긍이 안될 때, 이건 아닌데...이럴 수는 없는데...흑사병이 창궐해 유럽 인구 1/3을 쓸어간 중세도 아닌데.....


초강력 지진이 났다거나 허리케인 몰아쳤다거나 난데없는 행성 하나가 지구별에 떨어져 생긴 난리라면 차라리 체념하겠지만.


그 어느때보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21세기이기에 작금의 이 현상은 아무래도 믿기지 않는다.


진작에 우주개발에 나선 첨단과학시대, 편리한 발명품이 줄을 잇고 눈부신 의료발전 덕에 안락 누리던 일상이 깨어져 버렸다.


부처님 손바닥 안이듯 개개인 신상이 훤히 비춰지며 일거수일투족이 고대로 새겨지는 세상인데.


뇌의 활성 패턴을 분석해 인간의 생각이나 꿈을 읽어 내려는 시도까지 하는 세상인데.


어쩌다 영화 속 가상현실을 실제 상황으로 맞닥뜨리게 됐다.


졸지에 뒤통수 쎄게 맞고나서 가만? 정신차려보니 무언가에 된통 당한듯 어이없어진다.


당연히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전후사정을 되짚어가며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고 다각도로 분석하며 찬찬히 따져보게 된다.


Why?


등골이 오싹, 섬뜩해진다.



2020년 1월 7일 우한에서 원인미상의 폐렴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나타난다. COVID-19다.


후베이성 우한이 봉쇄되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우한을 탈출한 다음으로 중국전역은 곧장 아수라장이 된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그 불똥이 한국으로 튀었다.


한 단체를 통해 감염자가 양산되자 대구는 감당할 수 없이 불어나는 확진자로 가장 큰 고초를 겪었다.


의료체계가 붕괴될 지경에 이를만큼 삽시간에 대규모 환자가 발생한 대구는 수많은 도움의 손길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중.


일상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시민들은 어리벙벙한채로 또 하나의 감염자가 되지 않으려 질병본부 권고사항을 준수하며 성실히 손 씻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면 처음엔 막연한 두려움으로 불안에 휩싸여 너나없이 우왕좌왕하게 된다.


집단 공포감에 빠져들면 모두가 피리부는 사내를 뒤따르는 쥐떼처럼 군중심리가 발동, 다들 일방통행을 하게 마련이다.


미친듯이 생필품 사재기하는 행위가 그 예다.


확진자가 시시각각 불어나며 공포심은 극대화된다.


사방에서 포위망이 바짝 조여드는 기분,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섭다.


무증상 감염자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에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게 되며 모든 사람이 좀비처럼 다 무서워진다,


사일렌소리에 긴장되듯 급박하게 몰아쳐가며 전해지는 뉴스마다 불안심리를 자극해 가만히 집에 있어도 겁이 난다.


셀프격리 상태를 유지하라는 외출금지 조치가 길어질수록 점점 감정을 퉁제할 수 없게 되며 심장 박동이 요동친다.


갇혀있다는 느낌은 속을 답답하게 만들어 우울감에 빠지게도 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상황적응이 되고 제정신 차려지기 전까지는 느닷없이 닥친 재앙에 분노를 느끼지도 못한다.


그 다음 단계가 되면 어쩌다 이런 일이? 속에서 화기가 부글거리며 분출할 곳을 찾지못한 스트레스는 분노로 화했다.


제어되지 않는 심리상태, 모든 것이 분노의 대상이 되며 특히 불편하게 만든 그 어떤 대상을 향해 마구 막말을 뱉아낸다.



그러고 있는 사이, 의외로 먼 나라인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곡소리가 났다.


두 나라 다 시진핑의 일대일로에 엮여있는 국가다.


코로나 로드가 되어버린 일대일로 정책, 위안화 덕 좀 보려다가 날벼락맞은 이탈리아다.


정신없이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이탈리아에 이어 이번엔 서로 이웃한 유럽 각국에 비상이 걸린다.


이어서 대륙 건너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더니 남미도 잇따라 경계경보를 울린다.


전세계 도시는 봉쇄되고 외부활동은 제한 당하고 의료 시설 부족이 현실화되며 사람들은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진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년층이 바이러스에 노출시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이젠 '사이토카인 스톰'이란 단어가 등장, 젊은이들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있다며 경종을 울린다.


이젠 남녀노소 누구도 방심해선 안된다는, 특히 청년들을 향해 강력 메시지를 WHO에서 내보냈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세상은 온통 혼돈의 도가니 속 같다.


이해불가인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점점 더 불어나며 세계로 드넓게 판은 키워가고 있다.


혹독한 이 시련의 실체, 배후는 대체 누구야? 넌 뭐야? 왜 이래?


책임 소재를 끝까지 파고들어가보면 종당엔 가해 집단의 면모가 드러나고, 만일 없으면 희생양 삼을 '꺼리'라도 만들게 된다.


그렇게 인과응보 프레임 씌우기, 연좌제 등등의 이름으로 무차별 살상극을 벌이는 광기에 휩쓸린다.


일정 집단 자체를 대대적으로 격리시키거나 학살하는 비행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는 것.


인종 청소(人種淸掃)는 적대적인 민족을 배제 또는 말살시킴으로써 그 민족이나 인종이 자리잡지 못하도록 싹쓸이하는 정책이다.


그 뿌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성서에도 나오는 로마제국의 유대인 박해, 아메리카원주민 집단이주,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나치 강제수용소, 진주만 사태 후 미국계 일본인 강제이주, 관동대지진 후 조선인 학살,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 유고슬라비아 내 코스보 격전, 르완다나 보스니아 사태, 크메르 루즈가 저지른 킬링 필드,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



전세계에 충격파를 몰고 온 중국발 우한코로나 사태로 전시체제에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 란 표현을 쓰면서 중국에 화가 좀 나 있다고도 했는데 내심 괘씸한 건 사실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공개적으로 “이것은 어디까지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은 당초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정보제공이 부족해 사태를 키웠다며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번 비극의 진원지 향한 사람들의 분노심은 점점 인종혐오와 중국기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더구나 전염병 사태가 지나간 다음의 각국은 보나마나 경제파탄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게될 것이고 그 피해의식이 결국


해를 끼친 직접 대상자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되기 쉽다.


이때 여타 집단은 묵인-동조-참여의 과정을 통해 보복에 동참을 하는데 특히 경제적으로 힘들때 사람들은 더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점이 무섭다.


오래전 둘러본 만자나 수용소가 오늘 문득 떠오른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진주만 미군기지를 기습공격하자 미국의회는 12월 10일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2차 세계대전 참전 계기를 맞게 된다.


법적으로는 엄연히 미국인이나 윗대 핏줄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계인 미국인(Japanese-Americans)들은 이때 잠재적 적국인(Enemy Aliens)으로 간주돼 강제수용조치를 당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일본계는 생업을 중지하고 5월 9일 정오까지 정부에서 지정한 장소로 집합하되 소지할 수 있는 짐은 트렁크 둘만 허용됐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자유로운 활동을 박탈당한 채 황량한 만자나 등지의 수용소로 강제 이송되고 만다.


각 가족마다 번호를 부여받은 다음 군인들 감시를 받으며 차량이나 기차에 올라타 사막이며 황무지 등에 급조된 열 곳의 이주센터(War Relocation Center) 또는 격리수용소(Isoation Center)로 실려 갔다.


그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조짐이 여러 정황에서 나타나며,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의 그림자가 느껴진다.


치밀한 밑그림에 따른 빅픽쳐대로 게임의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듯.


정교하게 프로그램화 된 3차대전의 종식일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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