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빛의 앤텔롭밸리 파피 보호구역 (Antelope Valley California Poppy Reserve).
집에서 머지않은 인근인데 들불 번져 온통 화염이 치솟듯 사방이 벌겋다.
리저브까지 가는 동안 시선 닿는 곳마다 샛노랑 골드필드가 지천으로 깔려 그 또한 장관이다.
인심 후한 비 덕분에 올봄 캘리포니아 어디나 야생화 천국을 이루고 있다.
딸내미가 봄방학 맞은 조카에게 파피 구경을 시켜준다며 우리는 봄꽃 잔치에 멍이까지 데리고 동참하였다.
주말을 맞아 몰려든 워낙 많은 차량들로 인해 인근 도로는 온통 북새통, 차는 거의 기다시피 한다.
파피 흐드러진 리저브 근처는 물론 주황 물결 넘실대는 능선마다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섬진강 매화축제나 산동마을 산수유축제, 화개 십 리 벚꽃과 선운사 동백을 보러 갔을 적에도 이와 같이 자연은 몸살을 앓았다.
우리는, 파피 군락지도 줄어들고 인파로 복잡한 리저브를 그냥 통과해 서쪽 방향으로 내처 달렸다.
잠시 후 북쪽으로 틀어 직진, 170N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리저브 언덕 뒤편을 끼고 달렸다.
오히려 리저브보다 더 장관 이룬 채 곳곳에 만발한 꽃 경연장의 자유분방함은 가히 경탄감.
신의 작품이 아니라면, 끝모를 대평원에 정녕 뉘라서 이런 화원을 마련하랴.
광대무변한 들판길에 끝없이 이어지며 흐드러진 야생화 무리들을 우리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
굳이 리저브를 한 바퀴 돌 필요 없이 직접 110 Street를 탔다면 오히려 더 한가롭고 넉넉하게 고혹적인 파피 벌판의 매력을 만끽했을 터다.
조심스레 까치발로 즈려밟고 꽃 속에 서면 잠시 우리 모두 femme muse 되는 것을.
사통팔방 거칠 게 없는 모하비사막의 대평원에 무한대이듯 펼쳐진 파피꽃 축제의 장.
한 송이 파피는 다소곳 단정한 모습이지만 무리 지어 만개한 파피꽃 물결 바람에 나부낄 때는 충분히 뇌쇄적이다.
그럼에도 아득히 몽환적인 분위기와 달리 파피꽃 향은 나른하니 좀 특이했다.
봄날 한때를 즐기는 사람들은 저마다 나비 되어 날아다니며 요모조모 풍광을 사진에 담았다.
발치에 빼곡한 파피를 밟지 않으려 까치발 딛거나 건너뛰지만 숫제 깔리다시피 한 꽃송이들이라 피할 재간이 없었다.
종당엔 이리저리 무작정 앵글 들이대며 사진 찍어대기 바쁘다.
파피 벌판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느라 각자 여념들 없는데 워낙 바다같이 넓은 지역이라 인파조차 꽃사태에 묻히고 만다.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뜻밖에 예비된 이처럼 대단한 꽃구경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그야말로 난생처음이자 앞으로도 쉽지 않을 대장관을 연출한 자연의 경이에 오래 합장배례를 보낼 밖에.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