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리턴한 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으며 당연직 지공선사로 등극했다.
지하철 표 공짜로 선물 받은 사람 반열에는 진작 올랐지만 칠십 넘어 수혜자가 됐다.
복지가 향상돼 나이 든 어르신들 그간 애쓰셨다며 예우를 해주니 고맙게 받았다.
젊을 때 국가에 이바지한 점도 별로 없고 큰 액수의 세금을 낸 바는 아니었어도 제 몫 분명히 하는 자녀를 두었으니 나름 명분은 있고.
교통카드 덕에 부산에서 지하철 무료로 타고 다니며 '지하철로 부산 여행' 포스팅을 이태 넘게 3백여 편 게시했다.
사 년 전, 제주에서 일 년 살아볼 예정으로 섬에 들어왔다.
서귀포에 거처를 정하고는 하늘만 훤하면 외출해 여기저기 쏘다녔다.
역마살이 꼈는지 한자리에 가만히 있기가 어려운 성격인 데다 볼거리 천지인 곳이니 어련하랴.
차분한 성향에 조신하다는 소리 듣고 자랐던 터인데 나이 들면서 그 반대가 돼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남매 둘 다 공히, 건강하니까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라고 반기면서 성원 보내준다.
버스를 타고 처음 성산포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남원까지는 와봤는데 그다음부터는 초행길, 표선 지나 신산리인지 어디 짬에서 일게다.
팔십도 훨씬 넘은 노인장이 지팡이를 짚고도 허뚱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기사 양반 벌컥 화를 내며, 그러게 집에나 들어앉아 있지 쓸데없이 왜 돌아다니냐고 냅다 퉁박을 줬다.
맨 앞 좌석에 겨우 앉은 노인장도 질세라 뭐라 뭐라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기사는 다시, 허구헌 날 왜 나다니냐고! 암튼 골치야 골치! 노인장 흘겨보며 짜증 섞인 핀잔을 퍼부었다.
반말 짓거리임에도 이번엔 아무 대거리가 없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안전벨트나 매요! 벼락 치듯 고함을 지른다.
노인장은 아마도 이 버스를 늘 이용하는 단골손님인 듯 비슷한 행태를 자주 접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동방예의지국 타령은 그만두고라도 승객에게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뭐야? 싶어 지며 기가 찼다.
저 양반도 똑같이 돈 내고 타는 손님인데 노인한테는 손님 대접 안 해도 되나요? 물었다.
돈은 무슨 돈! 공짜 주제에 시간만 잡아먹는데 성질이 안 나우꽈? 내 참견에 더 화통 터진 기사 저절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기사는 그러고도 화가 안 풀린 듯 한참을 구시렁거렸으나 모른 체 해버렸다.
그 바람에 제주에서는 70세 이상이면 버스를 공짜로 탄다는 걸 알게 됐다.
도시에서 이용하는 지하철은 경로우대가 되지만 개인 사업체인 버스야 그런 적용이 되리란 생각조차 안 했던 터.
검색을 해보니 제주시만의 교통복지카드가 있어 해당자가 신청하면 공영버스 이용 시 무료라는 정보를 알게 됐다.
제주로 이주 전에 이미 주민등록 주소지도 옮겼으니 제주도민이고 진작에 70 고개 넘었으므로 당근 해당자, 옳거니~~~!
월요일 일찌감치 중앙동 주민센터로 직행했다.
동사무소 직원이 교통복지카드는 제주은행에 가서 만드는 거라고 알려줬다.
주민등록증과 사진 한 장을 반드시 지참하라고도 일렀다.
부산에서 지하철카드를 만들 적에도 부산은행에서 발급받았던 생각이 났다.
제주은행 담당 창구에서 내민 인적 사항 기록지를 적어 제출했다.
즉석에서 만들어 주던 부산과는 달리 제주 교통카드는 서울에서 만들어 보내므로 보름 정도 기다려야 된다 하였다.
대신 임시 대용 카드를 만들어 줬다.
공항 리무진과 빨간색 급행 버스는 해당이 안 되지만 블루와 그린 색 버스는 무료라고 했다.
개인사업체에서 운행하는 버스 외의 나머지는 공영버스 체제로 전환, 이 시스템을 가동한 지도 몇 년 됐다고.
게다가 일 년에 스물네 번 택시 이용도 가능하다며 12월 한 달 동안 24번의 기회가 되니 기한 내에 열심히 택시 타라고 해 웃고 말았다.
나처럼 걷기 좋아하는 사람은 교통카드 있다 해도 서너 정거장쯤이야 예사 걸어 다니지만 버스를 타야 할 장거리도 있다.
알다시피 제주가 서울시 세 배나 되는 면적이라 생각보다 제법 큰 섬이다.
서귀포에서 제주공항까지는 섬을 횡단하므로 시간 반 걸리나 성산일출봉 경우 버스 타면 동으로 근 두 시간쯤 달려야 한다.
촘촘한 정거장마다 서야 하니 시간이 그만큼 걸리지만 뭐 바쁠 거 있나?
차창 밖 두루 구경하며 유유자적 그 또한 나름 신선놀음 아니랴.
이제 제주도는 사방팔방 어디든 자유자재 내 발자국이 찍히리라. 2021
*2025년 현재는 65세 이상 교통카드가 발급됨
*현재 카드 발부처가 제주은행에서 농협으로 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