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 한 바퀴 돌아 전망대에서 일몰을 맞았다.
색색이 화려한 조명으로 돋보이는 건 배경 건물만이 아니라
두 자녀 품어 안은 모자상도 입체감 도드라지며 화색이 돈다.
주전자 섬이 뜬 비취빛 바다 점점 빛깔 무거워진다.
망망대해 저 건너 대마도 쪽에 불빛 아련스레 가물거렸다.
날씨가 좋아 육안으로도 선연하나 폰 사진으론 잡히지 않지만.
정중동, 보기엔 아주 조용하나 치열한 삶의 현장을 품은 바다.
근해에서 연안 조업에 들어가 투망질하는 크고 작은 고깃배들, 집어등 환히 밝혔다.
남항 조망터에 서니 거제도 가덕도 몰운대가 놀 속에 몽실몽실 떠올랐다.
구름과 노을이 수채화 물감 번지듯 천천히 물기 퍼지면서 서서히 몸을 섞는다.
그 연하고도 부드러운 서정성.
따스하게 스며드는 감성은 이 장소와 이 시간대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축복의 선물이다.
밤바다에 내린 오색 별이 반짝반짝 출렁출렁 찬연히 명멸한다.
맑은 의식으로 마주한 황홀경에 심장이 먼저 반응 보낸다.
야경을 찍으려면 영도다리를 걸어야 한다는 걸 현송이 전에 알려주었다.
그녀와 다리를 건너던 날은 해풍 몹시 찬 초겨울이었는데 지금은 바람 잔잔한 봄.
부산항 대교를 찍기 위해서는 롯데백화점 옥상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도 그때 배웠다.
하지만 오늘은 고단해서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다리에서 사진 몇 장 찍은 다음 귀가했다.
어디에도 걸림 없는 바람처럼 아무 데도 매임 없는 구름처럼 오늘도 만끽한 자유로움.
심플하게 말해서 자유란 자신이 원하는 것 하고
원하지 않는 것 안 하는 거랬다.
가보고 싶은 곳 맘 내키는 대로 후적거릴 수 있다는 거 예사 복이랴.
우선 건강 허락되니 감사한 일이고 시간적 여유 주어짐도 고맙다.
부산은 바다면 바다, 산이면 산, 강이면 강, 역사 유적지까지 일 년 사계절 내도록 찾을 곳 무수하다.
천지사방에 대고 거듭거듭 합장.
고개는 자동으로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