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월암은 바다에 핀 연꽃

by 무량화


사진 공모전 심사를 위해 충남 쪽에 간 친구가 좀 전에 위 간월암 사진을 보내왔다.

심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는 머리 하얘 가지고 남 앞에 서는 게 열쩍다며 망설이기에, 사계 원로답고 고문다워 보인다며 염색하지 말고 참석하라 권했다.

만조 때가 되어 간월암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멀찍이서 바다 위에 뜬 섬만 찍어봤다며 보낸 사진.

섬 바로 앞에 있는 영양굴밥집에서 식사하는 도중에 한 컷 날린다는 멘트도 딸려있었다.

지난 초여름 무렵 다녀온 바 있는 그곳이라, 갯벌이 있는 바다 특유의 상긋한 해초 내음이 한 장의 사진에서 풍겨 나왔다.

바로 그 식당에 들러 영양 굴밥에 곁들여 굴전을 사 먹었던 터라 혀끝에서 당시의 감칠맛 나던 진미도 되살아나는듯했다.

예로부터 임금 수라상에 올랐다는 간월도 어리굴젓의 명성뿐만이 아니다.

작지만 속살 도톰한 자연산 서해안 굴은 풍미 뛰어나게 훌륭해 굴젓 외에 굴회나 굴전, 굴 국밥 등 서산 바닷가 향토음식은 외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노르스름 둥글넓적하게 부친 굴찌짐에 생탁 막걸리 두어 잔 기울이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으렷다.



간월도는 원래는 외딴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와 연결돼 있는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 속한 작은 섬이다.

1983년 현대 회장이 물막이 공사에 폐 유조선을 활용하는, 이른바 정주영 공법(VLCC 공법)을 도입해 화제가 됐었다.

천수만을 막아 농경지를 만들고자 대규모 간척 사업을 펴나가는 중에 누구도 상상 못 한 기발한 특수공법을 동원시킨 바로 그 현장이기도 하다.

근자 들어 간척 사업 전 생태로 복원해 해양생태 도시 건설 사업을 벌일 모양이나, 조용하게 진행되는지 겉으론 아주 평온했다.


서산 간척지 안내 대형 입간판이 선 방조제 둑방


구름 낀 하늘 탓으로 서해안 고유의 물빛 투박진 바다에는 멀고 가까운 섬들이 띠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서산 A 방조제 기나긴 둑길을 지나자 곧바로 간월암 표시가 나타났다.

하루 두 차례 바닷길이 열린다는데 도착한 시각이 마침 썰물 때라 걸어서 바위섬 위에 정좌한 간월암에 올라갔다.

개펄도 아니고 모래사장도 아닌데 잘 다져진 그런 길이라 행여 뻘에 빠질세라, 신발 버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이름이 간월암(看月庵).


환상적이라는 서해 낙조를 완상할 수 있는 장소다.

초겨울엔 간척지 찾아드는 수많은 철새 도래지라서 전국의 출사 팀이 즐겨 찾는다는 천수만 인근은 여행자들에게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비하게 대기시켰다.

이렇듯 AB 방조제 축조로 교통 환경이 개선되며 인근 지역의 관광산업은 크게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아주 오래전, 한 가지 소원은 이뤄진다는 기도 성지로 소문난 간월암을 사진으로 처음 보았을 때
마치 설화 속에 나오는 바다에 핀 한 송이 푸른 연꽃이 아닌가 싶었다.

시적인 이름대로 바다 위에 뜬 그 섬에서 보름 무렵 하룻밤 머문다면 저절로 시 한 편 태어날 것도 같았다.

그런데....막상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물질주의에 잔뜩 오염된 분위기여서 이래저래 문학적 환상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았다.

대신 정주영 회장 작품인 바다처럼 무진장 너른 서산간척지며 골짜기며 능선 따라 줄이어 초지 광활하게 펼쳐진 삼화 목장 한우개량사업장을 만나본 걸로 만족했다.

한우만 전문으로 키우는 국가 소유의 목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삼화 목장.

원래 김종필 목장으로 불리던 3백여 만평의 목장으로, 신군부가 몰수해 국고로 귀속시켰다고 한다.

이 한우목장은 서산 9경에 포함될 정도의 운치 있는 풍광을 자랑하는데 아무리 달려도 길이 끝나지 않을 듯 그만큼 한정 없이 넓었다.

그 외 간월암, 해미읍성, 용현리 마애 여래삼존상, 개심사, 팔봉산, 가야산, 황금산, 삼길포항이
서산의 뛰어난 경관지로 일컬어진다.


행여 발길 늦을세라 서둘러 식사 마치고 그날 오후 늦게 용현리 마애 여래삼존상 찾아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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