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숲, 새섬

by 무량화


지난 주말, 서울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던 황선생이 서귀포에 다니러 왔다.

Welcome to Seogwipo!! 그녀를 환영하는 축제라며 해질 무렵 우리는 새연교로 향했다.

새연교에서 열리는 '금토금토 새연쇼'와 불꽃쇼에 앞서 조명 밝힌 천지연폭포, 칠십리공연장, 서귀포항에서도 음악과 춤 등 다양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었다.

칠월 말부터 시월까지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을 위해 시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행사답다.

이에 호응하듯 워싱턴야자 줄 지어 선 거리는 흥청흥청 들뜬 분위기, 남성중로에는 숱한 인파가 몰려다녔다.

작년까지만 해도 분수쇼만 있었지 불꽃쇼는 올해 처음 도입된 축제의 핫 이벤트다.

셋! 둘! 하나! 여덟 시 정각 카운트다운과 함께 불꽃을 펑펑 쏘아 올렸다.

· 토요일이면 주말마다 거처에서도 듣던 폭죽소리다.

화려하게 명멸하는 불꽃을 보며 무더운 열대야를 식히러 바닷가로 나온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러댔다.

3분 정도의 불꽃놀이가 끝나자 이번엔 새연교 교각 아래에서 분수가 쏟아지며 음악에 맞춰 춤을 췄다.

음악분수 레이저쇼는 40분 간 진행되므로 도중에 우리는 새연교에 올라 곧장 새섬으로 건너갔다.

세연교 건너서 바라본 서귀포항과 서귀포 도심 불빛은 물에 어룽져 고운 주단을 깐 듯 아름다웠다.

분수쇼 조명따라 색이 바뀌는 유람선 뉴파라다이스호 자태는 낮보다 더 선연스러웠다.

하루 종일 범섬 왕래하며 범섬 외곽의 비경인 주상절리 관광을 시켜주느라 노곤했던지 선체는 기항지에서 느긋이 쉬고 있었다.



새섬은 그전의 새섬이 아니었다.

그동안 올 적마다 공사중이라며 폐쇄됐던 새섬은 신비로운 환상의 섬으로 변모해 있었다.

일본 설치미술가 Kusama Yayoi의 작품 '거울의 방'이 연상되는 숲.

그녀의 팝아트를 보노라면 정신적 고통에서 비롯된 강박이 전이되는 듯 압박감에 어지럼증이 일었더랬다.

하지만 새섬에서는 환각과는 결이 다른 호젓함과 아늑함이 부드러이 스며들었다.

캄캄한 밤 수천수만 마리 반딧불이 유영하듯 수목 사이로 점점이 색색이 빛나며 연출된 환상적인 무한 공간으로 우릴 초대했다.

LED 레이저 조명효과를 새섬만큼 아주 연스럽게 극대화시킨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바다에 뜬 섬이라는 배경에다 자연 생태계의 빛과 음향을 이리 조화롭게 입혀내다니.

어두운 숲에서는 반딧불이 날고 영롱한 풀벌레소리에 파도소리 탄주만이 아니라 먼 바다에 뜬 고깃배 집어등

불빛 눈부셔, 초월적 경지인 샹그릴라에 닿은 듯.

그뿐인가.

해안가 널브러진 용암 덩이 새새로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는 생각잖게 개구리소리조차 괄괄거리다니, 이 모든 게 한여름밤의 꿈은 아닌가 싶어 팔을 다 꼬집어 봤다.

그처럼 마치 딴세상이나 꿈길을 부유하는 듯 몽롱한 느낌마저 들었다.

처처에서 만나는 뜻밖의 놀라운 진경에 감탄사 연발하면서 산책로를 따라 아주 느릿느릿 섬을 한바퀴 돌았다.

산토끼와 사슴이 뛰노는 숲에선 어느 깊은 산골짝을 떠올렸고 LED 광섬유가 커틴처럼 드리워진 빛의 터널에서는 수궁가가 들려왔고.

보드웍 목제바닥에는 백만 송이 수국 천지였다가 바닷물 밀려들며 고기떼 내 발 사이에서 노닐었다.

비밀의 화원에 들었던 야밤의 나들이가 이토록 황홀하고 찬란해도 괜찮은지....

새섬을 재발견한 이 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야경 간직한 새섬이 아닐쏜가.

Welcome to Seogwipo 새섬! 종합선물세트가 기다리는 금토 주말 밤에 필히 방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