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건 자유이니까

by 무량화

간밤에 야단이 났었다.

늘 하던 버릇대로 잠들기 전, 전화기를 점검해 보니 부재중 전화가 여남은 개나 됐다.

아들 며느리 언니에다 친구까지 두서너 번씩 내리 연락을 해댔던 거다.

얼른 '나 별고 없음'부터 전했다.

아들은 화날수록 차분해지는 성격대로 짧게 그럼 됐어요, 한다.

며느리는, 아범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거의 울상이다.

아이구! 이제 안심된다면서 친구 역시 밤늦게까지 탐정놀이하느냐 놀려댔다.

카톡을 열자 이곳 또한 어디 계세요ㅠㅠ, 속히 연락 주길.... 메시지가 총총 박혀있다.

본래 이틀에 한번씩이나 볼까, 자주 카톡 접속을 하지 않는 편이라는 걸 가까운 이들은 알고 있다.

그래도 급하니 카톡에 문자도 남기고 카톡 전화도 여러 차례 해댔던 거다.

왜 전화를 안 받았느냐 따지는 언니는 야심토록 연결이 안 돼 실종 신고할 판이었다며 골을 부린다.

난리법석 피우게 만든 원인 제공자로서 할 말이 없었다.

누차 전화해도 연결이 되지 않자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면서 다들 걱정이 많았던 모양이다.

충분히 그 심정 헤아려져 매우 민망스럽고 미안쩍었다.


그나마 평소보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게 다행이랄까.



월, 수, 금요일 세 시간씩 진행되는 모바일 수업.

폰 기능은 오로지 통화와 카톡 주고받기, 사진 찍기뿐 폰뱅킹도 못하는 위인이다.

알고 보니 셀폰의 다양한 기능들을 그간 백분지 일도 활용 못했다.

IT 세대인 아이들이야 익히 알고 있겠으나 묘법을 처음 접한 새내기 눈엔 모든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교육을 통해 신통방통하기 그지없는 새로운 기법들을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얏호! 애들마냥 신바람이 났다.

작은 폰 속에 그야말로 별별 재미진 앱들이 수두룩 빽빽했다.

이제야 비로소 천재 스티브 잡스에게 경의를 보내며 빛나는 혁신의 결정체에 대해 진심으로 찬탄해 마지않았다.

무덥다고 방에서 칩거만 했다면 몰랐을 세계, 호기심 작렬하는 신천지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와우~ 내 손안에 전 우주가 쥐어져 있을 줄이야.

이처럼 폰 속에 신기막측한 기능들이 숨어 있을 줄이야.

애들은 자유자재로 다루는 폰이나 아날로그 세대에겐 그리 편편치 않은 기계다.

때론 머리에 쥐가 나기도 하고 과부하에 걸릴 적도 있긴 하나 흥미진진, 수업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 줄 모르겠다.

위 사진들은 새롭게 배운 기능들로 재롱잔치. ㅎㅎ

직접 찍은 사진으로 달력도 만들고 미술관 흉내도 내봤으며 파이팅! 전광판 앱도 깔았다.

초등생보다 더 유치한 아이같이, 신기방기한 카우보이며 곰돌이 재주 부리는 장난질 등에 푹 빠져 지냈다.

신문에 사진도 넣어보고 내 요트처럼 새하얀 요트에 이름자도 새겨 넣었다.

이십 년 전, 시애틀 바닷가에서 요트를 보고 훗날 언젠가 요트를 갖고 싶다는 꿈도 가꿨더랬는데...

뭐, 아무런들 꿈꾸는 거야 자유니까.

그나저나 모바일 수업에 심취해서 전화기 무음 처리가 돼버린 것조차 잊어, 간밤에 한바탕 소동까지 일으켰으니.

신선놀음에 빠져 도끼 자루야 썩든 말든~흠.

하긴 연속 세 시간, 흥미롭긴 하지만 폭염의 거리 오가는 일이 좀 버거웠던지 평상시보다 일찍 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