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음악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매듭달.
제주도립 서귀포관현악단과 합창단의 앙상블로 두 차례나 귀 호강을 했다.
화잇 윈터 공연날은 합창단과 혼연일체 되어 한바탕 신명 나게 즐겼다.
특히 재즈 할렐루야, 이 곡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흥을 돋웠으니 드러머의 힘차고도 경쾌 상쾌한 장단과 긴 머릿결 출렁대는 피아니스트의 부드러운 건반 터치는 거의 애무 수준이었달까.
겨울의 기억 파트에서 둥둥 '북 치는 소년'은 그 리듬감이 내 가슴까지 와닿아 파동 쳤으며 겨울의 환희 캐럴 메들리는 다 함께 손뼉 치고 어깨 흔들며 발장단까지 치면서 떼창으로 불러젖혔다.
어제 1부는 점잖게 시작돼 서귀포 환상곡으로 청중들을 하나로 모아 무대에 집중시켰다.
2부 서귀포 관현악단의 오디세이 교향곡 2번 중 1악장 '일리아드'도 그러했고 차이콮스키의 장엄서곡은
전쟁의 서사시가 그림처럼 생생히 가슴 벅찬 전율로 안겨졌다.
장엄 서곡의 서두가 아닌 말미에 이르러 선사한 폭발 치듯 한 충격파라니.
대포를 쏘는듯한 강렬한 타악기가 작렬하고 승리를 알리는 팡파르 부분 역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 굉장했다.
잠시 고대 그리스 시대로 초대받아 타임머신을 타듯 오디세이 여정에 동행하는 동안,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 온 인생사가 되비쳐졌다.
사랑, 기쁨, 증오, 영광, 슬픔, 절망 등등이 수도 없이 교차되는....
이어진 박지영 씨의 완숙미 넘치는 노련한 바이올린 독주 후에는 손바닥에서 불이 났었고.
바이올리니스트가 헝가리 민속무곡인 '차르다시'와 집시의 노래라는 '지고이네르바이젠'을 테크니컬하게 연주할 때 객석의 청중들은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침 삼키는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그녀가 신들린 듯 격정적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는 싶었다.
하지만 어디서나 그러하듯 공연 중 사진촬영은 불허.
그 대신 공연이 끝난 뒤 열광적인 팬심에 답하는 차원에서 지휘자와 나란히 서서 그녀가 사진 찍는 시간을 잠깐 냈다.
브라보! 오늘 연주 최고였어요. 귓가에 속삭인 뒤 그러나 아쉬워요, 긴 머리 아깝게 잘라서요.
진심 어린 뜻을 전하자 그녀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바로 며칠전에 잘랐는데 그렇다면 전처럼 다시 머리 길러야겠어요, 리며 화답.
연말이 되니 마무리지어야 할 일들도 있고 주변 정리도 해야 하므로 하루 종일 일에 매달렸기에 몹시 피곤했다.
기다렸다는 듯 딱 이참에 고맙게도 심신의 환기창이 되어 준 음악회.
차편 대신 걸어서 귀가하며 음악회 여운에 내내 잠겨서 돌아왔다.
꿈결이듯 행복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