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Geffen Contemporary Museum의 모든 것은 파격 그 자체다.
미술관 건물부터 파격적이다.
LA의 리틀 도쿄 역사지구 대로변에 있는 멋대가리 없이 무덤덤하니 무작정 크기만 한 건물,
40년대 하드웨어 창고였으며 한때는 LA 시에서 창고로 사용도 하고 경찰차 차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했다.
프랭크 게리 (Frank Gehry)라는 유명 건축가 솜씨라고 한다.
처음엔 얼마만큼 대단한 건축가인지 몰랐으나 획기적인 발상을 한 것부터 다분히 천재적이다 싶었다.
창고 본연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낸 안목이 바로 비범이다.
사실 과문한 탓에 나만 몰랐지, 그는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 이민 와 LA를 배경으로 활동한 세계적 건축가란다.
뉴욕과 스페인 빌라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루이비통 재단 건물 외 다수의 건축물을 남겼으며 모교인 USC 교수로 봉직했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게핀 컨템포러리가 문을 연 것은 1983 년, 전시 공간은 40,000 평방 피트나 된다.
초대형 캔버스와 전시면적을 많이 차지하는 설치미술품의 작품 전시를 고려할 때, MOCA (Museum of Contemporary Art 머리글자 )를 대표하는 곳이다.
규모가 큰 설치미술을 전시하도록 기획된 게판 컨템퍼러리이며 LA에서 처음 문을 연 원조 현대미술관이기도 한 곳이다.
건축가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가장 많이 선보이는 곳도 바로 창고같이 규모 큰 이 뮤지엄이며, 주요 기획 전시를 도맡아 열어 존재감 확실한 이곳.
LA 다운타운 재개발 사업의 하나로 그랜드 애비뉴 미술관이 건설되는 동안, 최초의 MOCA는 'temporary Contemporary' 라는 전시 공간을 그 이름처럼 임시로 오픈했다.
1996년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자이자 현대미술품 수집가인 데이빗 게핀 재단으로부터 5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받아 만든 인연이 있다.
그 후 Geffen Contemporary라 개명하였다.
전시실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또다시 파격을 접한다.
창고 대방출 세일장인 듯, 아키아 매장에 들어온 듯, 색다른 정경에 잠시 얼떨떨 넋이 빠져 달아나 버린다.
맨 꼭대기에 내건 철문 사진처럼 건물 문조차 현대미술품인가 싶어 제목을 찾아보기까지 했다는.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휑뎅그렁 드넓게 열린 공간, 지붕 서까래가 뼈대 그대로 드러난 천장에 여러 배관과 배선이 당당하게 가로지른다.
살풍경하기가 건물 설치 도면보다는 오히려 인체 해부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매끈한 바닥재 중앙에 마치 카펫처럼 일렬로 깔린 네모반듯한 철판들은 아차 순간 그냥 밟히기 십상이다.
여긴 현대미술 전시실이야, 신경 써서 정신 바싹 차리기 전에는 일반 통로 복판에 있으니 무심결에 밟기 딱 알맞다.
어디까지가 창고의 부속품 일부이고, 어떤 것이 작품인지 구분이 쉽지 않아 눈뜬 채로 더듬적거리게 만든다.
나란히 세워진 길고 짧은 원목들, 정렬해 놓거나 무질서하게 늘어놓은 벽돌과 금속, 어수선하게 걸쳐놓고 쌓아논 봉제품들.
운동장 같은 공간에 몇 개 벽돌과 원목이 널려있고 작가와 작품 제목은 어느 한 면에 숨은 그림 찾기 시키듯 아주 작고 희미하다.
설명을 대강 훑으니 'Sculpture as Place, 1958~2010' 은 현대 조각가인 Carl Andre의 작품 변화 추이를 50 년 동안 추적한 회고전이라 한다.
그의 특별기획전인지 아무튼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한 주 전시품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사진 촬영 금지이나 유일하게 촬영이 허용된 곳은 그러나 불친절하게 뚱한 표정이긴 마찬가지,
Sterling Ruby의 거대한 설치 미술인 'SOFT WORK'는 성조기 문양을 가진 섬유를 사용하여 신체를 불안정하게 표현한 인형 조각을 대량 설치해뒀다.
국가적 자부심을 상징하였다는데 내 눈엔 고대 왕국의 미이라 모형만 짚인다.
사진작가 Catherine Opie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 DC의 National Mall에 모인 인파를 33 장의 '취임식 포트폴리오'로 선을 보였다.
중앙 연단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중요 인물임을 부각했다고.
'LOVE IS THE MESSAGE, THE MESSAGE IS DEATH'는 아티스트이자 촬영 감독인 Arthur Jafa의 새로운 비디오다.
Black Music의 힘과 아름다움과 존재의 소외를 재현한 한편의 기록물인데 하도 어둡고 왕왕대서 곧바로 나와버렸다.
태연자약 천천히 여타 전시물을 둘러보긴 하나 뭐가 뭔지 감 비슷한 것도 안 잡히자, 내심 쫄아든 속내까지 다 들킬듯하다.
하긴 예술이란 그리 심각한 게 아니다, 미술감상을 하며 고뇌까지 할 건 없고 보이는 대로 감각적으로 느끼면 된다지 않던가.
어쩌면 제대로 아는 게 없으니 지고 들어가는 거 당연하고 그렇게 기선을 제압당한 채 무장해제가 된다. 그래, 졌다.
어느 것 하나 평범을 뛰어넘어버리지 않은 것, 문제적 작품 아닌 게 없다.
나.는.당.최.암.것.도.모.르.겠.다.고 백기를 든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니 미술품이다 싶지, 하도 엉뚱하고 생경하고 뜬금없고 황당해 머리가 띵하고도 멍멍하다.
나만 이런 느낌일까?
무지함을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꼴인지 모르나, 사실대로 말하자면 아무것도 모르겠으니 조리 정연한 사고를 할 수가 없다.
하긴, 사람들 생각은 의외로 닮은 구석이 많아 현대미술에 대한 선입견은 한마디로 '난해'라는 두 글자로 집약된다.
대부분 색안경을 쓴 탓인지 전시실은 한산하기 그지없어, 일반 입장객보다는 미술관 스태프진이 더 많은 숫자이다.
가령, 모두가 친숙한 고흐나 고갱 작품이 전시된 곳이라면 이리 파리만 날릴까?
물론 오늘의 현대미술이 언젠가는 고전 대접받을 날이 오긴 온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극소수의 일부 호사가를 위한 그들만의 잔치인 것도 같다.
그래선지 친절한 안내 팸플릿도 없어 더 막막하게 만드는데, 그렇다고 적자운영이 뻔한 데서 바랄 걸 바라야겠지.
이 오지랖은 괜히 남의 살림살이 걱정이 앞서니 이래서 걱정도 팔자란 말이 나온 모양. ㅎ
현대미술이란 이름으로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지만 작품들 하나같이 대체 무얼 전하고자 하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게 무언지?
솔직히 전혀 짐작도 안되고 도무지 이해불가라 그냥 헤매다 왔다.
미안스럽게도 내 위장은 너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인 것을. 2017
* 2026년 현재는 현대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날로 달로 첨단기기 더더욱 놀라워져 동시대를 사는 사람 허뚱거려진다만.
주소: 152 N. Central Ave. 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