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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n 11. 2024

거문도가 보이는 풍경

5일 10일이 장날인 세화민속오일장과 해녀박물관 사이에 작은 해변이 펼쳐져 있다.

장날에 찾은 건 아니지만 제주 프리마켓의 원조인 벨롱장은 인기가 매우 좋다고 한다.  

세화는 이밖에도 군자란 자생지인 토끼섬을 방문할 때는 물론 비자림을 가기 위한 버스 환승역이기도 하다.




차도에서 약 십분 정도 동쪽 방향으로 걸어가면 바다가 나온다.


세화 바다는 작지만 투명한 보석이다.


 시리게 투명한 바다 풍광을 선사해 주는 세화해변이다.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이 해변은 정식 해수욕장도 아니고 규모도 크지 않다.

제주올레 20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은은한 수채화처럼 수수하니 요란스럽지 않아 좋다.

바닷가엔 충청도 고향 서해안변처럼 유별스레 새파란 파래가 지천이다.

그래서도 더욱 정이 끌리는지 모를 일이다.

하얀 모래톱에 펼쳐진 검은 현무암 암반들이 꼭 아콰마린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와 아름다이 조응하는 이곳.

제주 바다 어디나 물빛 맑긴 하지만 바닥의 모래알이 훤히 보일 만큼 유난히 투명한 바다.

그 바다를 삶의 터전 삼아 살아왔기에 세화포구에는 붉고 하얀 등대 듬직이 서있다.

바닷가에는 예전 모습 복원시켜 놓은 불턱도 있다.

요즘에야 해녀 탈의실이 따로 만들어졌지만 과거 물질하고 나온 해녀들 옷 갈아입던 장소다.

"물질하던 옷 벗어 말리며 / 가슴속 저 밑바닥 속 / 한 줌 한도 꺼내 말린다..." 김승기가 시 <불 턱>에서 읊었듯이.  

바다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나무의자가 해안 길에 놓여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카페가 줄지어 서있다.  

거처에서 이동시간이 꽤 걸리긴 하지만 비교적 조용한 바닷가라서 가끔씩 찾곤 한다.

내가 젤로 선호하는 스폿은 맞은편 바다 위로 두둥실 떠있는 '거문도가 있는 풍경'이다.

이번은 시기가 마침맞아 물이 쭉 빠진 해변의 바위들도 보기 좋았고 특히 바다 맞은편 거문도 섬도 크고 뚜렷이 보였다.

만조 때나 풍랑이 심한 날은 그 섬이 아주 쪼맨해지거나 흐릿하게 가물거리기도 한다.

대신 썰물로 얕아진 오늘은 물빛 깊고 오묘한 에메랄드 색이 아닌 옅은 색깔의 아콰마린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도 대만족이다.

빈말이 아니다.

그 밖에도 정겨이 마음 사로잡는 소박함과 순수함이 남아있어 미쁜 세화바다.

월정리~평대리~세화리~하도리~종달리~성산항까지 이어지는 해안 도로도 풍광 끝내주는 드라이브 로드다.

오른쪽으로 줄곧 따라붙는 바다에서 물놀이 즐기는 가족들이 더러 보였다.

이름난 해수욕장과 달리 복작대지 않는 한적함이 좋아서이리라.

주로 어린이들이 딸린 젊은 부모들로 물가에다 비치파라솔 펴놓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수영이라기보다 수심 얕은 안전한 물가에서 물장구질에 취해 있는 아이들.

깊지 않은 바다라서 인지 물빛이 연하디 연한 옥색에 가까운 민트색, 파도조차 순하기 그지없는 바다다.

불턱까지 바닷물이 들어와 남실거리는 정경은 이 바닷가만의 독특한 정경이고.

햇살 따가워도 해풍 선들거려 느릿느릿 바다 구경하며 걸을만했다.

걷고 있는 도로 이름이 어쩐지 낯익다 싶었다.

성산 오조리에서 시작되는 해맞이 해안로.

그 길 이름이 맞는데 여기까지 퍽 길게도 이어져있구나.

하도리 굴동 포구며 별방진 지나 세화해변 거친 다음 평대리까지 해맞이 해안길 이어진다.

건너편 길가에는 상권이 제대로 형성돼 카페와 식당들 촘촘하나, 바로 뒤편엔 납작한 집으로 들어가는 올레길 고스란히 살아있어 운치롭다.

 
세화포구에는 집어등 조르름 매단 어선들 풍경이 멋진 배경 역할을 해준다.

게다가 먼 하늘에 풍성한 뭉게구름까지 근사하게 떠있다.

바닷가에 선 풍차가 멀리, 하얀빛으로 솟아있다.

현무암 검은 바위와 흰모래 조화로운 세화해변은 또한 작은 서핑장으로 소문난 곳.

서핑하는 젊은이들도 있고 고무튜브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신나는 함성소리 상큼하다.   

평대리에 다다를 즈음 검은 구름 몇 점이 다가온다.

먹장구름이 끼면 비가 내리게 마련.

툭! 툭! 굵직한 빗방울이 금세 타다닥 요란스레 쏟아지면서 기어코 뛰게 만든다.

무릇 비뿐만이 아니라 뭐든 지나치게 무거워지면 쏟아내야 하고 곪은 상처는 결국 터지는 것도 같은 이치이리라.

잠깐만에 그치는 비, 속 시원히 비워내고 나니 구름층은 아주 가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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