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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Jun 30. 2024
티베트를 통해 중국을 읽는다
얼마 전 <승려와 철학자>라는 책을 한번 더 읽었다.
부자간의 대화를 통한 동서양의 특별한 만남, 이라는 부제대로 저자는 두 사람이다.
프랑스 한림원의 정회원으로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아버지 장 프랑수와 르벨.
또 한 사람은 분자생물학 박사로 파스퇴르 연구소에서의 과학도 생활을 접고 티베트 불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된
그의 아들 마티유 리카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엮은
책인
<승려와 철학자>
다.
서양 철학과 동양정신이 만나 펼치는, 인류 지성사에 대한 열흘간의 지적 성찰기라고 소개되어 화제가 된 책이다.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근대에 이르는 다양하고도 포괄적인 철학담론은 소화가 버거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지적
대화라 좀 주눅이 들기도 했다.
이해하기 벅찬 면도 있었지만 귀결점은 삶에 관한 진지한 성찰이라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갔다.
과학만으로는 자기 인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다는 마티유 리카르(1946년 생).
그는 지난 이십 수년간 고대 현대를 총망라한 티베트 불교의 기본 경전을 편집 번역하였고
현재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수행원이자 통역, 과학자이자 저작자이며 티베트의 혼을 담는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몇 년 전 미국 위스콘신대학 신경학회에서 특별한 발표를
하였
다.
인간의 두뇌 중 긍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에서의 감마파 활동수치가 신경과학 검사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프랑스 승려인
리카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그가
선정됐
다는 뉴스도 따랐다.
행복은 몇 가지 기분 좋은 느낌, 강렬한 즐거움, 터질듯한 환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진정한 행복은 매우
건강한 마음에서 우러나는 깊은 충족의 느낌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그는 일 년에 넉 달은 반드시 티베트의 세첸으로 들어가서 홀로 수행을 한다.
부자간의 대화라고는 하나 거의 철학자인 아버지가 승려인 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짜인 이 책은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라는 본질에 대한 해부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불교에 대해서가 아니다.
달라이 라마가 반세기 넘는 길고 긴 망명생활 동안 평화의 메신저로 활동해 오며 종교 간 화합을 위한 노력을 펼쳐오는 등의 행적은 가끔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뿐, 그의 조국 티베트가 처한 현실에 거의 무지상태였다가 그 책을 통해 비로소 티베트의 불행을 재인식하기에 이르렀고 동시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동병상련, 그렇다.
일찍이 우리도 겪어봤기에 약소국가의 비극에 연민 어린 관심이 가닿은 것이다.
서른여섯 해 주권을 침탈당한 채 식민지 백성으로 아야 했던 당시, 민족문화는 물론 언어마저 말살시키려 시도했던 일제였다.
1900년 대 초 북간도로 강제 이주시켰던 한인들이 지금의 조선족 뿌리이듯 삶의 터마저 그들은 마구 흩어 놓았다.
그처럼 티베트는 중국에 의해 무자비하게 짓밟히고 있는 나라다.
1949년 중국은 공산정권을 수립한 다음 티베트에 인민해방군을 진주시켰다.
강대국 중국에 결코 위협적 상대가 아닌 변방 소국 티베트이다.
히말라야를 바라보며 구도에만 전념해 온 목가적인 독립국가 티베트를 중국은 탱크와 총칼로 강제 점령하였다.
일본이 조선을 강제 합병한 후 그러했듯이 낙후된 티베트에 도로를 건설하고 공항을 만드는 등, 중국이 외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결국 지역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전초전으로서의 길 닦기 공사였다.
뒤이어 중국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고유 신앙에서부터 종족 자체까지 박멸하려 들었다.
특히 공산주의의 식민정책은 자기 외의 다른 어떤 이데올로기도 용납지 않음은 물론
지적 정신적 자유를 일절 허용치 않으며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혹독하게 탄압하였다.
1959년 티베트에서 우리의 3.1 운동과 같은 민족봉기가 일어나자 진압과정의 탄압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그해 달라이 라마를 비롯 십만이 넘는 티베트인이 조국을 떠나 세계 도처로 분산되어 망명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60년대 말을 휩쓴 문화혁명의 광기는 티베트 사원 6천여 개를 파괴했으며 경전이 보관된 서고를 모조리 불태웠고 승려는 강제 환속시켰다.
이때 티베트 인구의 5분의 1인 백만 명이 대학살을 당하는 민족적 수난을 겪었다고 한다.
대명천지와도 같은 현대에 지구촌 한켠에서는 이리도 참담한 역사가 써지고 있었던 것.
지금도 여전히 티베트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는 그간 자국민의 노예화에 종지부를 찍고자 온건하고 비폭력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상대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흑곰이다.
중국의 힘이 강해지면서 달라이 라마에 모아졌던 세계의 우호적 시선은 점차 퇴조, 이제 국제사회는 중국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소수민족의 비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의 입지는 늘 궁색하고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독립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했다.
티베트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준다면 중국의 울타리 안에 내처 있겠다고 중국정부와의 화해를 청했으나 이에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무시해 버리는 중국.
이처럼 중국의 게걸스러운 팽창주의는 주변국을 강제 통합하는 과정에서 비윤리적 죄악을 서슴없이 자행해 왔다.
소수민족정책을 강화해 나가며 침탈행위와 아울러 국가 차원의 역사 날조를 노골적으로 시작한 것.
1986년 등소평의 직접 지시하에 티베트뿐만이 아니라 몽골,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대상으로 '서남공정'이란 프로젝트를 강압적으로 진행시켜 나갔다.
해당 당사국의 강한 반발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치밀하게 짜인 규모 큰 국책사업을 입체적으로 전개, 계획대로 밀어붙였던 것.
서남공정이 마무리되자 2002년부터 중국은 시선을 동북지방으로 돌려 '동북공정'을 추진하기에 이르렀다.
동북공정의 대상은 동북 3성, 곧 만주와 한반도다.
몇 해 전 중국에서 열린 겨울 아시안 게임의 성화를 백두산 천지에서 채화하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아시아인이 지켜볼 국제행사를 밝힐 성화 채화를 백두산에서 한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이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고착시켜 두려는 전략적 의도에 따른 것일 터이다,
1962년 북한과 체결한 ‘중조 변계조약’에 의하면 천지의 45%가 중국 소유라 한다.
이에 의거 백두산 순환도로와 레저시설 건설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세운 데다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강력 추진 중인 중국이다.
이와 같은 단계적 백두산 점거기도는 주변의 관광자원과 지하자원 등 경제적 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략적 차원에서다.
북한정권의 붕괴 시에 대비한 군사 전략적인 관할권 확보 의미가 더 강하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하다시피.
한민족의 상징인 백두산을 중국의 자연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록하려 시도하는 중국이다.
또한 2003년 즙안의 고구려 문화유산을 슬그머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한 전력도 있다.
그때부터 동북공정의 윤곽이 서서히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고대사와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분으로 흡수시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흐리게 하려는 엄연한 역사 지우기 작업인 셈이다.
즉,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국가로 간주하는 역사 왜곡의 전주곡에 다름 아니다.
나아가 이것은 본질적으로 타 민족의 역사를 훼절시키려는 야만적 행위인 것이다.
결국 이는 단순하게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킨다는 차원을 넘어 아시아 동북 지역의 고대 문명 전체를 중국의 것으로 삼으려는 문명사적 침략행위이다.
땅을 빼앗는 국토침략에서 진일보, 이제 자칫하면 역사까지 송두리째 빼앗아가려는 판이다.
이 같은 중국의 음흉한 계획인 동북공정에 당연히 우리는 철두철미 대처해야 하며
정부 차원의 대응도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물론 역사는 빼앗길 수도 없고 날조될 수도 없는 엄숙한 실체다.
하지만 세계사를 훑어보면 한나라의 역사도 그 민족이 무능하거나 힘이 없을 땐 무의미하게 스러질 수 있다는 것을 티베트의 현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잖은가.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우리가,
일제 강점기의 우리 선대가, 뼈골 시립도록 절절하게 겪었지 않았던가.
대륙의 강자 중국과 얍삽한 섬나라 일본의 틈새에 끼여 지정학적으로 안 그래도 힘겨이 버텨내야 하는 한반도다.
목소리 큰 구호나 주장보다 결론은 오직 힘,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국력을 키워야 함이 최우선 과제인 이유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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