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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11. 2024

영혼의 춤판


인디언은 모두 춤을 추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계속 추어야 한다.

봄이 오면 곧 위대한 정령께서 온갖 짐승을 데리고 오시리라.

들짐승은 어디서나 가득 뛰놀고 죽은 인디언은 모두 다시 살아나 젊은 사람같이 튼튼해지리라.

늙은 사람은 젊어지고 눈먼 사람은 눈을 뜨며 기쁜 시절을 맞이하리라.

위대한 정령이 오실 때 인디언은 백인을 버리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인디언이 높은 곳에 오르고 나면 큰 홍수가 지리라....

이는 인디언들이 빙 둘러 춤을 추며 주술처럼 외우는 주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본 홍신자의 춤이 떠오른다. 작은 조명과 검게 비어있는 무대에서 단 혼자 그녀는 흰 무명천을 걸치고 '섬'을 주제로 한 춤을 추었다. 광폭한 열정, 자유, 팽팽한 긴장, 명상 같은 여러 단어가 겹쳐지던 그녀의 춤은 영혼이란 의미로 최종집약됐다. 그녀의 춤은 영혼의 춤이었다.



홍신자의 춤이 생각난 것은 순전히 운디드 니 때문이다. 인디언들에겐 춤을 추는 축제가 일상다반사였다. 춤은 곧 놀이이자 대화이자 기도이자 제례로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춤 종류도 다양해 무지개춤, 뱀춤, 버펄로춤, 태양춤, 영혼춤도 있었는데 그중 죽은 자의 부활과 내세의 안정을 기원하며 추는 영혼춤. 예언자 워보카가 일정한 의식을 벌이고 춤을 추면 백인들이 사라지고 원주민의 토지와 들소를 되찾을 수 있다고 한 말에 따라 벌어진 춤판이다.



고스트댄스로 알려진 이 의식을 악마적이라 여긴 백인들이 이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연방정부군이 개입하게 되었다. 1890년 12월 28일 운디드 니 샛강에서 그들 방식의 한을 풀어내는 유령의 춤을 추고 있던 중 제7 기병대가 그들에게 일제히 발포했다. 집중사격을 받고 인디언들은 쓰러졌으며 일부 피한 자들도 잡혀서 마을 광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죽어갔다.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200여 명의 희생자들은 차가운 땅에 집단 매장되었다. `상처받은 무릎`을 의미하는 운디드 니에서의 전투는 마지막 인디언 전쟁이었다. 영국이 아메리카에 진출한 이후 300년간 이어지던 인디언들의 지난한 무력 항쟁은 그곳에서 집단 학살당하는 것을 끝으로 마감되었다.



맨해튼을 24달러 상당의 물품으로 손에 넣은 백인들은 인디언의 땅을 빼앗기 위해 그럴듯한 수많은 조약을 맺었다. 그중 하나인 '인디언의 동의 없이는 인디언 지역을 통행할 수 없다'(1868년 조약)란 조약도 지켜지지 않고 파기되었다. 원인은 그들 땅에 묻힌 황금에 눈먼 백인들의 끝없는 탐욕 때문이었다. 백인들이 땅 값으로 건넨 것은 인디언들이 신기해하는 구슬 몇 개가 전부였다. 그 후 백인들은 계속 거짓말로 인디언의 땅을 차지해 나갔고 그래도 백인의 말을 믿었던 인디언들은 결국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도 잃고 멸족당하기에 이른다.



 "다음 해 봄이 오면 풀은 무릎까지 높이 자라고 땅은 백인들을 모두 파묻을 새로운 흙으로 덮이리라.

새 땅에는 향기로운 풀과 나무가 우거지고 맑은 물이 흐르리라. 수많은 들소와 야생마가 돌아오리라.

새로운 땅이 옛 땅을 뒤덮는 동안 유령의 춤을 춘 인디언들은 하늘로 올라가 있겠구나.

이 새로운 땅에 죽은 사람들의 망령이 다시 살아 돌아오고 인디언들만이 이 땅에 살게 되리라."

인디언들의 이 꿈은 영원히 놓을 수가 없는 바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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