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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1. 2024

솔향기 솔솔, 솔오름

솔솔 솔향기 상긋해서 솔오름이 아니란다.

솔오름의 솔은 ᄊᆞᆯ(쌀)을 뜻하기에 한문으로는 미악산(米岳山)이라 불린다고.  

한편, 산세가 사람 피부처럼 매끄럽다 하여 살(피부) 오름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과거 목장을 했던 곳이라 지금처럼 숲 우거진 대신 부드러운 목초지가 펼쳐져 있는 풀밭 오름이었다고 한다.

솔오름은 서귀포시 동홍과 토평의 경계지역이나 주소지는 토평동 산 16번지 일대다.

해발 567m 높이이지만 솔오름 자체는 113m 낮은 편으로 서귀포 시민들의 가벼운 산행지이자 운동 코스이다.

서귀포에서는 아침 산책지로 또는 점심 식사 후 슬슬 오르기 좋은 오름이다.

봉긋 솟은 솔오름은 산록남로 도로변에 있어서 여러 차례 지나치기는 했으나 올라가긴 처음이다.

큰 길가에 작은 주차장이 있으며 푸드트럭도 항상 대기하고 있어 잠시 들러 입맛을 다실만하다.

초입부터 쭉 뻗은 삼나무 편백나무 해송 밀밀하게 조림돼 있어서 그늘 짙푸르렀다.

빳빳한 해송 솔잎 상긋한 향은 물론이고 피톤치드 풀어내는 삼나무고 편백 향 신선하기 그지없었다.

따라서 걷는 내내 아주 상쾌한 산림욕장이 되어주었다.

가풀막진 경사지 약간, 계단 한 층 한 층 디뎌 오르며 적당히 땀 흘리기 좋은 오름이기도 했다.

정상에는 해군기지 통신망이라는 군사시설이 뾰족탑 거느리고 자리 잡았다.

뒤편으론 한라산을 가까이 조망할 수 있으며 앞쪽으론 서귀포 시내와 바다에 뜬 섶섬 문섬 범섬이 나란히 보였다.

오전 시야는 좋았는데 오후 들며 한라산에는 운무가 끼고 바다에는 부옇게 해무가 어려있었다.

아쉽게도 내내 시야가 트이지 않아 조망권은 별로였지만 이제 길눈을 터놨으니 멋진 전망 감상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이번엔 고마운 이웃의 배려 덕으로 두어 시간 설렁설렁 올랐다가 느긋하게 다섯 시 지나 내려왔다.

언제이고 시간대별 기상예보 정확히 참고한 뒤 훌쩍 다녀올 생각이다.

드높은 한라산이 중앙에 떡 솟아있어서인지 제주도 날씨는 동서남북 저마다 들쭉날쭉 도시 종잡을 수 없다.

서귀포는 해 쨍쨍한데 오일육 도로 휘감아 오르다 보면 구름장 몰려들며 제주는 빗발 거세게 치기도 한다.

맑게 갠 일기 속에 천백 도로를 넘었는데 중문에 이르니 주룩주룩 비 내린다.

하긴 한라산 언저리에 백설 하얗게 덮였어도 서귀포엔 동백꽃 유채꽃 한창.

서귀포는 30도 넘는 혹서 기세등등한데 천백 고지에 오르면 25도 이하의 서늘한 공기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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