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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Jul 25. 2024

정겹고 오붓한 원앙폭포

동요 노랫말 그대로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간다.

영실 계곡 타고 흘러내린 시냇물은 영천 계류로 이미 왕창 세를 불렸다

그렇게 돈내코를 거쳐 효돈천과 합류해서 거침없이 쇠소깍으로 내려가 바다와 만난다.

산록남로나 중산간동로를 지나는 도중 돈내코라는 이름은 수차례 눈에 들어왔으나 번번 스쳐지나기만 했던 터다.

로또 행운처럼 찌는듯 무더운 날, 뜻밖의  친구 연락을 받고 원앙폭포를 찾게 되었다.

솔오름에서 상효원 가는 길을 타고 달리다가 살짝 아래로 빠지자마자 도로변에 나타난 안내판.

짜잔~원앙폭포 입구 표지와 돈내코 계곡 표식이 동시에 등장했다.

꿩 먹고 알 먹고, 일전쌍조(一箭雙鵰) 라더니 도랑 치지 않고도 가재 잡는 격의 횡재다.

일단 원앙폭포 쪽부터 수인사를 나누기로 했다.

빼곡하게 들이찬 상록수림이 짙게 그늘 드리워 시원한 데크길을 따라 걸었다.

좌측으로 나있는 계곡 어림짐작으로도 무지 깊겠다는 감이 왔다.

울창한 수목들로 가려진 벼랑의 바닥은 어딘가? 그만큼 계류 소리 멀었다.   

그늘진 데크길을 설렁설렁 십여 분 걸었을까, 급경사진 계단이 금세 나오는 걸로 미루어 이 코스는 완전 호시뺑뺑이잖아.

'머리조심' 경고가 따르는 뒤틀린 고목 아래를 지나 한 굽이 더 내려가자 저 아래로 비취옥 깔아 둔 보석함 열려있다.

두 줄기로 내리쏟는 폭포수 낙차로 인해 움푹 팬 소(沼)는 엄마 유품인 반지 알 색깔처럼 녹빛 투명했다.  

폭포 인근은 햇빛 반짝이며 부서지건만 들쑥날쑥 제멋대로인 바위마다 이끼 옷 두터웠다.

깊은 산간이라 수온 꽤 낮아 이빨 맞부딪힐 판일 텐데 수영 삼매경에 빠지거나 튜브 타는 물놀이객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이름처럼 정겹고 오붓하면서도 서늘한 원앙폭포는 그들 머리 위로 무지개 수시로 내걸었다.

수심 깊어 보이진 않았으나 암벽 사이 헤집고 물가로 내려가려면 직접 락 클라이밍이라도 해야 할 판.

숲 사방에서 내쏟는 냉기 핑계 삼아 어둑신한 바위 그늘에서 느긋하니 구경만 하고 있어도 절로 피서가 됐다.

원앙폭포 물도 만져볼 겨를 없이 사진만 디립다 찍고 층계에 사뿐 올라 돈내코 계곡으로 향했다.

향했다기보다는 원앙폭포에서 나오면 자동으로 안전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장소 맞은편에 돈내코 계곡은 열려있으니까.

계곡으로 내려가는 데크길은 두 곳, 좌든 우든 어디를 택해도 후회 없는 피서지가 기다린다.

한라산 영실 계곡 푸른 정기 담은 골바람 일어 돈내코 계곡 어디라도 뼛속까지 차가워지는 때문이다.

에어컨 아래와는 다른 삽상하면서도 청쾌한 이 느낌, 심신 두루 쇄락해지는 순간이 바로 힐링 타임인 것을.

계곡 멍석바위에 앉아 멍때리고 있거나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두발 담근 채 즐기는 이쪽 피서법이 훨씬 옹골차다.

길눈 익혀뒀으니 다음번엔 방학 맞은 황선생이랑 말복쯤 온전히 하루 돈내코에서 놀다가기로 벌써 약조도 해뒀다.

지난번 고살리 숲처럼 후미지지도 않으며 특히 설쳐대던 모기가 없어서 베리베리굿! 이더라고 광고해 놨다

점차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심해져 가는 하절기 혹서를 이기는 법, 서늘하게 여름 나기엔 숲이 최고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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