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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참 진(眞) 자가 들어가지만

by 무량화

한국 리턴 후 새로운 물정을 익혀가던 어느 날, 사십 대 조카가 스노(SNOW) 앱이란 걸 보여줬다.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이용자가 폭증한 대표적인 얼굴 성형 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형중독국가로 알려진 대한민국이 만들어냈고 그게 유명해져서 온갖 나라 사람들이 애용한다니 참으로 쪽팔리는 부끄러운 앱이라고도 했다.

별 게 다 있었구나~SNS 상에서 눈에 띄는 사진마다 어쩐지 희한스럽게도 다 유사하더라니...

당시 블로그나 인스타에 오르는 애들 사진마다 거의 엇비슷해서 다들 같은 성형외가에 갔나? 싶었는데 이런 식으로 보정된 사진들이었나 보다.

뷰티 어플이란 말대로 뽀샵질을 하지 않아도 그 앱으로 사진을 찍기만 하면 누구나 낯설 정도의 새롭고 환상적인 '나'가 완벽한 스타로 재탄생되다니.

따로이 포토샵이 필요치 않게 날렵한 턱선에 피부 뽀오야니 잡티 하나 없이 보정된 인물사진이 나오다니 신세계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진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그래서인지 죄다 들 나르시시즘에 빠져 감탄사 발하며 온 데서 셀카를 찍어대는 모양.


스스로의 얼굴에 아니 화면발에 취해 마구 찍어대는 이유 알만도 했다.

원래 심한 기계치로 거의 원시인 수준인 나는 경탄스런 신문물에 그저 어안이 벙벙, 어머! 어머! 만 연발했으니.

뷰티 어플은 얼굴 넙데데한 동양인에겐 물론이고 특히 외적 미모를 중시하는 한국인에게야말로 맞춤 서비스겠다.

각진 턱이나 두툼한 볼살이며 길게 째진 눈꼬리도 분위기 있게 변모시켜 몽환적으로 연출시켜 준다. 완전 딴사람이 될 정도로.

한편,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듯 이런 앱이 개발돼 선풍적 인기를 끌만큼 한국사회에 만연된 외모지상주의가 개탄스럽기도 했다.

외모도 경쟁력이라며 입사 면접을 앞둔 청년들조차 성형외과를 찾는다는 이 사회풍조가 과연 건강한 것일까?

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눈에 드러나는 거죽만 밤낮으로 가꾸고 다듬다 보니 행여 속 빈 강정, 골 빈 깡통이 돼버리지나 않을까 저으기 우려도 된다.

물론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여성 앵커조차 거의가 미스코리아 못잖게 한 미모 하는 데다 몸매 날씬하다.

그러나 찬물에 방금 세수한 쌩얼 그대로여도 자신 있는 사람, 약간의 흠결도 보여야 인조인간이 아닌 진짜 사람 같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안팎 두루 치장해서 내면도 충실한 사람, 각자 나름의 내공이 다져진 그런 젊은이가 더 많아지길 바라는 건 시대착오적 망상일까.

70년대부터 사진을 한 친구가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온 지금은 별로 그렇지도 않지만 당시는 카메라와 현상 장비가 고가이기도 하거니와 직접 피사체를 찾아 발로 뛰어야 하므로 시간과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했다.

보통 사진 찍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사진사, 예술 활동으로 사진 찍는 사람은 사진작가라 칭한다.

거창하게 예술이라?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표현해 내는 인간 활동인 예술로서 나름의 방식에 따라 미를 창조해 내는 작업이니 예술 맞다.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감정이나 사상을 드러내 보이는 방편이자 작가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점점 예술활동의 수용폭은 광범위해지는가 하면 한편 세분화되면서 심화돼 가는 추세.

따라서 예술이란 카테고리는 갈수록 확장될
소지가 다분한 영역이다.


예술은 주관적 감정이나 사상일 수도 있고, 자연을 모방하거나 재현하여 표현해 내는 문화활동의 한 분야이니까.

그렇게 드러나는 창작활동의 성과물이기도 한 사진은 조형예술에 속한다.




사진작가인 친구는 공공연히 사진은 사기라고 한다.

그녀 표현이 거칠다면 말에도 온도가 있다 하니 좀 더 순화시켜 꾸밈 혹은 연출이라 바꿔볼까.

사기라는 표현 자체가 타인을 옳지 못한 행동으로 속이는 나쁜 행위로만 이해되나 그렇다고 사기란 단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절대적 폄훼나 비하라고 지적질할 일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현대예술 다수가 감동을 주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하기는 커녕 불편함, 혐오감을 안겨주기도 하나 그렇다고 그들이 택한 소통방법에 딴지 걸 수는 없는 일.

그렇듯 이 시대의 모든 예술작품 자체가 미는 물론이고 도덕과 윤리를 오롯하게 수용해야 할 경우 어느 정도나 살아남을는지.

사진이란 한자에 참 진(眞) 자가 들어있으나 나 또한 여러 경험상 사진을 전수 다 믿지는 않는다.

특히 SNS에 올려진 사진 거의가 최대한 분위기 있는 뽀샵으로 사실적이기보다 몽환적이다.


나부터도 사진에 보정을 가하는 경우가 있으며 인물사진일 경우 그럴싸하게 나온 사진만 신중하게 골라서 내건다.

음식 사진을 찍을라치면 거의가 평면으로 납작하니 볼품없이 나와, 고백하자면 요리조리 시도는 해봤으나 여전 어색하기만 하다.


그도 요령이 있어서 기울기며 방향과 각도가 필요하다는데 도무지 방식을 모르겠다.

이처럼 사진은 기술상의 장난, 좋게 말해 기교를 부리는 기술만이 아니라 감각적인 온갖 테크닉을 다 동원해 모양을 꾸민다.

물론 여기엔 예술가의 본능에 따른 '감'이란 게 작동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예술가는 이성이나 논리에 호소하기보다 직감적 즉각적으로 캐치해내야 할 터.

그리하여 누군가의 감각에 아주 특별하고 강렬한 흔적으로 각인시켜야 하는데...

작고한 한국 원로 사진작가인 최민식 씨는 자랑스러운 부산사람이다.

그는 인물사진 위주로 찍되 모나리자같이 우아한 귀족이 아닌 보통사람 그중에서도 자갈치 난전의 할매, 주름 깊어 쭈글진 얼굴을 사진에 담는다.

육이오 동란 후 피폐한 표정의 피란민이나 길거리 떠도는 고아들의 참상을 사진으로 적나라하게 기록했던 그다.

부산시립박관 상설 전시실에서 그의 투박한 사진을 보며 이래서 '작품'이라 하는구나, 란 느낌이 들었다.

울림이 있는... 감동이 있는..... 꾸미지 않은 참다운 진실만이 미이며 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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