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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ug 27. 2024

비트차, 빛 고운 에로틱 레드

목요일마다 열리는 랭커스터 파머스마켓은 나의 심심풀이 땅콩이다.


거기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사는 이유는 자연에서 방금 공수돼 매우 신선하기 때문.

슬리퍼 끌고 슬슬 나가서 한바퀴 돌며 구경한 다음 채소가게에서 비트 한 단을 사 왔다.

나박김치를 담는데 살짝 구색으로 넣으려 구입했으니 한 뿌리면 족하다.

그러나 3불짜리 비트 한 단에 주먹만 한 게 여섯 뿌리나 달렸다.

쓰다가 남은 것은 보나 마나 냉장고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기 십상.

간수를 잘못해서 종당엔 말라빠진 채 버려지게 마련이다.

고춧물의 붉음과 격이 다른 우아한 나박김치 국물을 보자 차를 만들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레시피가 좌악 깔린다.

아침부터 서둘렀다.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어 볕 좋은 한나절 채반에 널어두자 바스러지게 잘도 말랐다.

고루 잘 마른 비트를 거두어서 우엉차 만들듯 돌솥에 넣고 뭉근한 불로 덖어줬다.

녹차를 만들 때 아홉 번 덖는다더니 비트차도 그처럼 정성껏 공들이는 사람도 있었으나
딱 세 번만 그 과정을 되풀이 거쳤다.

뜨건 기운이 식기를 기다렸다가 유리병에 넣어두고 일부를 시식 차 덜어놨다.

얼른 물을 끓이고 투명한 찻잔을 준비했다.

매화차를 마실 때나 사용하는 찻잔이다.

비트차 조금을 차주전자에 넣고 물을 붓자 신기할 정도로 금세 홍보석이 되어 오감을 유혹한다.

고운 루비빛으로 변한 차를 천천히 음미해 본다.

생으로 베어 먹을 때의 쎄~하면서 달큰한 무 고유의 맛은 사라지고 보다 부드럽고 은근해진 맛, 다소곳 순화된 달달함으로 미각을 휘감는 차.

석류알의 투명한 선홍 혹은 칵테일 아메리칸 뷰티의 고혹적인 에로틱 레드처럼 빛깔 아름다운 비트차.

거기다 느낌 좋은 순한 향이 미묘하게 감돈다 하면 그대도 내일은 비트차를 만들고 싶으리.  

깨끗이 손질한 비트를 가늘게 채로 썰었더니
도마는 물론 손도 명주 피륙에 꼭두서니 물감 들듯 고와 염색이나 공작시간 즐기듯 재미지다.

햇살 맑고도 뜨거운 날 채반에 고르게 펴서 건조시켜 두툼한 돌솥에 비트를 펴 넣고 약한 불로 일차 덖어주었다.

식혔다가 다시 2차 덖음 과정을 거치면서 색이 약간 어두워진 비트.

화기를 식혔다가 세 번째 마무리 덖음질 후
완전히 식힌 다음 유리병에 보관했다.

비트차 몇 쪽으로도 곱게 우러난 차 빛깔은 루비 혹은 가넷 보석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뇌쇄적으로 에로틱하게 짙어지는 레드.

차 한잔 마시고 나자 와인잔이라도 기울인 양 후끈 달아오르는 열기(한여름 뜨건 차이므로 당연  오르고~)


나태주 시인은 바다에 지는 노을을 보고 빠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황홀하다 했던가.

이번엔 냉장고에 든 시원한 생수를 부었는데 마찬가지로 고운 찻빛이 혹적이다.

실제 비트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뿌리는 생즙, 주스, 초절임, 발효액의 원료 등 여러가지로 이용된다.

줄기와 잎 또한 쌈이나 샐러드 용도로도 쓰이지만 양이 많아 살짝 볶아주니 훌륭한 찬감,


팬에 오일을 두르고 적당한 크기로 썬 비트 줄기와 잎을 함께 넣어 볶다가 소금 간에 마늘 만으로 담백하게 양념을 해 먹으니 저녁 찬은 그 한 가지로 충분.

쌈채소의 으뜸이라는 비트 이파리 곁들여서 밥 한 공기 비우고 이제 꿈나라로.... 요즘은 날마다 새로운 소꿉질 놀이로 재미 진진하다. 2015

  

#다음은 비트의 효능과 부작용.

효능 : 비트에는 비타민B1, 2, C 외에도 칼슘과 단백질, 섬유질들이 다량 함유. 따라서 비트는 혈액의 적혈구를 만들어주고 혈액을 깨끗이 해주며 간 또한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부작용: 어떤 음식이나 과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생기듯 비트에 들어 있는 식이 질산염을 과량 섭취하게 되면 헤모글로빈을 변성시킨다는 보고가 있어 매일 섭취하거나 영유아 및 어린이에게 자주 먹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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