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포항물회 그 맛 솜반내 횟집
by
무량화
Sep 7. 2024
아래로
'포항 물회의 전설 같은 맛을 서귀포에서 만나 식사 스피드가 2배속' 되더라는 포스팅을 읽자마자 서슴없이 찾아간 집.
블로거 이웃이 포항물회 찐 맛집이라며 올린 포스팅 사진까지 합세, 침샘을 마구 자극해 곧장 식당으로 직행했다.
실제 가서 먹어보니 맛깔스러운 사진이나 글이 전혀 과장된 게 아니었고.
나 역시 득템 했듯 이후 친구들과 동행하면 새 단골집 트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듣곤 한다.
예술의 전당 앞에 거주하는 홍선생은 집과 가까워 안성맞춤이라며 반겼다.
옆집 황선생도 외지에서 온 동료 교사들에게 포항물회 생각나면 가보라고 소개해 줬노라 했다.
갈 적마다 번번 물회 큰 대접 하나를 깨끗이 다 비우고도 초밥과 튀김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식탐 같아 멋쩍지만 맛있는데야 체면 불고, 이럴 때 나이 먹은 게 슬쩍 카버해 준
다.
포만감이 들었으나 거북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으니까.
스르르 소화도 잘 돼 부담이 적었다.
배가 만삭처럼 불러 집에 올 때는 늘 설렁설렁 걸어서 와야 했다.
물회라? 물기 있는 회잖아.
어쩐지 처음엔 내키지 않았고 그래서 뒤늦게 사 먹게 된 물회다.
그러던 물회에 맛을 들이게 된 계기는 한마디로 아주 심플하다.
시식해 보니 맛이 썩 괜찮아서다.
처음 음식이 나오면 일단 순수한 회 맛부터 본 후 어느 정도
무침회로 먹고 나서 살얼음 진 양념 고추장 자작하게 넣어 버무렸다.
상상했던 거와는 달리
상큼한 데다 감칠맛까지 더해 먹을만했다.
꼬들꼬들한 식감의 회라면 모를까 그 외는 별로 즐기지 않는 메뉴가 생선회였다.
싸하니 암모니아 냄새가 난대서 홍어를 입에 댄 적 없듯 물회 역시 느낌상 먹기 거북할 거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후론 포항물회 마니아가 될 정도로 즐기게 됐다.
후덥지근 찌는 여름날엔 특식으로 더더욱.
한국으로 돌아와서다.
동해안 여행 때였다.
호미곶이 있는 구룡포 가는 길에 포항에 들렀다.
포항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어정쩡한 기분인 채 처음 먹어본 포항물회는 의외로 대만족이었다.
시원하고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라 진작에 먹을 걸, 아쉬움이 들만큼 단번에 혹해버렸다.
부산엔 잘하는 포항물횟집이 동네 요지 식당가마다 포진한 터.
연산 로터리와 광안해수욕장이며 송정에도 아주 소문난 물횟집이 있다.
그렇듯 여름엔 여기저기 물횟집을 골라가며 자주 찾게 되었고 그때마다 '포항'이란 지역명부터 챙겼다.
서귀포 와서 들어보니 물회 국물을 된장 풀어 만들기에 빨갛지 않고 누런 색이라 해 아예 먹어볼 엄두도 못 냈다.
기분학상 보나 마나 이상한 맛일 거 같아서다.
음식에 있어서만은 맛 이전에 모양이나 색깔과 향이 주는 낯선 이질감을 쉬 극복 못하는 식성이다.
그러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나듯 발견 아니 해후한 포항물회이므로 되게 반가울 밖에.
일식집처럼 정갈한 상차림에 무엇보다 입맛에 맞으니 자주 찾게 되는 식당 중 하나다.
백문이불여일견이렷다.
입맛은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다.
암튼, 서귀포 솜반내를 내려다보는 언덕길 입구에 위치했다.
주인 부부가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서빙을 해준다.
쥔장 어머님이 영덕과 포항 죽도시장에서 오래 물횟집을 운영해 노하우와 솜씨를 오롯이 전수받았다고.
얄씬얄씬 회를 뜨고 각이 드러나게 칼질 잘 된 배와 오이채도 아삭 사각거리며 씹히는 식감이 좋다.
하물며 비법 중 비법인 고유의 고추장 양념이야 일러 무엇하리.
오픈하자마자 코로나 터져 그 고비 넘기기 힘들었다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흘리듯 하나...
정착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내 꽤나 했을 듯한 속내 짚어졌다.
이제는 제주에서 오리지널 포항물회 먹고 싶은 이들이 단골로 찾아와 줘 견딜만하다고 미소 짓는 내외.
입에 맞는 음식을 한결같이(변함없이) 내놓는 식당 만나면 특종거리를 잡은 거 마냥 흐뭇하고 뿌듯하다.
쥔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손수 관할하므로 그 점도 안심된다.
여름철엔 솜반내 물소리 들으며 야외에 차려진 피크닉 테이블에서 느긋하게 포항 전통 고추장물회 맛 음미할 참이다.
keyword
포항물회
횟집
서귀포
8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무량화
직업
에세이스트
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구독자
62
제안하기
구독
작가의 이전글
여수에 가면 해물 한정식을
화끈한 마라홍탕, 입안 얼얼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