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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 가면 해물 한정식을

by 무량화

해산물 한정식 전문 한일관.

남도 음식 명가라며 아들이 뽑아준 여수 맛집이다.

언니 내외의 결혼 55주년 기념으로 떠나온 남도 여행길.

특별한 날이니만치 양주 분 대접 잘 해 드리라며 아들이 골라준 집이다.

그저 그런 상호와는 달리 실내 인테리어가 심플하면서 세련돼 들어가면서부터 감이 좋았다.

초입의 상품 전시관은 한일식품이라는 전문 게장 및 젓갈 세트 판매처인 이 집 특성으로 이해됐다.

현대풍 감각의 카페 같은 식당 내는 우선 시각적으로 상큼하고 깔끔한 데다 점잖은 분위기여서 상견례 장소로 쓰일만했다.

주문한 음식이 순서대로 나왔다.

한꺼번에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진 음식이 아니라 네 번의 코스로 나뉘어 차례차례 나오는데 첫 코스부터 과연 괜찮네 싶었다.

전복죽으로 속을 부드럽게 다스린 다음 야채샐러드와 문어숙회부터 맛을 봤다.

하나같이 싱싱하거나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게 미감에서 느껴지는 데다 상차림이 참 정갈했다.



계절별로 다른 생선회일 터라 우럭에 낯선 생선도 보이기에 물어보니 날치회라고 한다.

전복 해삼은 너무 꼬들꼬들하고 멍게는 입에 댄 적이 없으니 그냥 패스, 소라숙회 무침이며 갓과 쪽파 피클이 입안을 산뜻하게 해 줬다.

떡갈비에 얹힌 은행알도 고숩고 전복 버터구이도 쫄깃한 맛이 일품, 달달 보드레한 대하찜도 살뜰히 발라먹었다.


전복죽에 애피타이저로 나온 야채샐러드와 각종 생선회와 동시에 곁들여진 전복 버터구이 등등.

칼큼스런 맛으로 식욕 돋워주는 해파리 무침과 오징어 숙회는 맛 상큼했다.

생새우라서 거부감부터 드는 간장 대하장은 다들 좋아라 하는 꽃게장을 원래부터 마다하는 지라 거들떠도 안 보았고.


젓갈류 역시 기피하는 식성이라 갓김치와 미나리 무침만 눈에 들아왔다.

깻잎 등 야채튀김과 통낙지 간장조림은 식감 부드러웠다는 것 외엔 사실 무슨 맛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제철 해물과 생선회 소담스러운 차림에 보리새우 나란히 나란히 정겨이 누워있었다.

홍어 삼합은 여전히 정복하기 힘든 맛이라 거들떠도 안 보고, 인절미 튀김이야 달콤한 조청 맛에 절로 넘어갔고.

매생이 물김치와 꿀 곁들인 장뇌삼에 비해 아주 흔해서 소박한 밥반찬 갈치조림도 맛깔스러웠다.

새콤달큰한 소스에 버무린 장어 튀김과 따끈한 순두부찌개는 국 대용으로 떠먹기 좋게 간 슴슴했다.


전라도의 트레이드 마크 요리인 홍어찜은 생각보다 먹을만했고 2차 이후부터는 순차적으로 나오는 별식 맛 음미하기만으로도 바빠졌다.


1차에 연달아 2차까지만 먹고도 포만감이 살짝 드는데 그다음부터는 사진 찍기조차 번거로울 지경.


3차에 이어 마무리 4차 솥째로 올라온 밥 한 공기 떠서 미역국까지 다 비웠다.


쌉싸래한 맛 거슬려 안 먹던 성게미역국은 시원한 바다 맛을 품기까지.


여기에 더해 누룽지탕도 구수한 맛에 훌훌 떠먹었으며 따끈한 계피차로 입가심하고는 식사 종료.


보다 중요한 것은 과식을 했음에도 속이 불편치 않고 이튿날 컨디션 역시 가뿐했다는데 일행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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