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아우성

by 봄날의 옥토

날이 더워지면서 동네에 방역차가 나타났다.
오후 6시경이 되면 내가 사는 아파트 근처엔 방역기계를 장착한 트럭이 거대한 구름 같은 연기를 뿜으며 돌아다닌다.
어린 시절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방역차다.
어릴 땐 흔히 볼 수 있었다.
그게 인체에 어떤 해를 입히는지도 모른 채, 동네 조무래기들은 신이 나서 고함을 지르며 따라다녔다.

내가 사는 곳에 방역차가 매일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는 근처에 산과 숲이 있어서다.
여름이 되며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기를 비롯해 각종 곤충들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올라왔고, 이에 주민 몇몇이 구청에 방역 요청을 하는 모양이었다.

이곳에 이사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여기엔 산과 숲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고, 이전 동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곤충들이 출몰한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피톤치드가 코끝을 자극하고, 들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산새소리가 들려온다.
뻐꾸기, 소쩍새, 이름 모를 많은 새들.

나는 다시 방역차를 바라본다.
따라다니는 꼬마들은 없지만, 꽁무니에 흰 연기를 길게 뽑으며 당당하게 돌아다닌다.
차가 지나간 자리엔 흰 연기만 남아 점점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다.
이윽고 숲을 집어삼킬 듯 덮치는 것이다.
서쪽 하늘의 강렬한 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뭇잎이, 새들이, 풀벌레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목도한다.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인간은 불편한 것은 어떻게든 없애려고 한다.
그것이 자연일지라도.
인간은 언젠가부터 잊어버린 것일까.
결국 우리도 자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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