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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Apr 23. 2023

되찾은 카누 수레

선착장이 우리집 창고니?

'어! 카누 수레가 어디로 갔지? 이상하다.' 

분명히 차에 넣고 다니면 무거울 테니 꺼내놓자고 한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집안 어디에도 없다. 바퀴가 커서 아무리 잘 숨겨둔다 해도 눈에 뜨일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우리 부부는 2년 전 카누를 만들고, 주말마다 카누를 타러 다닌다. 카누가 아무리 가벼워도 길이가 5m나 되니 한참 들고 이동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카누 친구들이 알려준 사이트에서 중국산 직구로 카누 수레를 구입했다. 더디 오려니 하고 거의 두 달을 기다려서 받은 카누 수레. 아주 간단하면서도 조악했다. 저걸 6만 원이나 내면서 두 달을 기다렸다니...


카누를 얹고 이동할 때 몇 발짝 안 가 카누가 이탈하기를 여러 번. 몇 차례 추슬러서 선착장까지 가야만 했다. 도착해서는 카누 탈 힘도 없을 정도로 진이 빠져있었다. 남편이 눈이 안 보이니 요령도 필요한 데다 중국산이라 그렇다면서 이동할 때마다 투덜거렸던 수레였다. 지금은 선착장 근처에 카누를 보관하게 되어 호숫가로 2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 아주 유용하게 쓰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수레가 없어진 걸 알게 된 건 몇 주만에 나갔던 지난 주말이었다. 분명 무겁다해서 꺼내놓은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기억력 좋은 남편도 소용이 없었다. 불평은 있었지만, 막상 없으니 아쉬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누 동호회 단톡방에 수레 본 사람 있는지 메시지를 남겼다. 얼마 안 되어서 두 사람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오늘도 봤다."는 사람, "내 카누 '노마드' 아래 넣어놨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접수됐다!!! 각 카누마다 이름을 지었는데, 내 카누 수레가 '노마드' 아래에 있다는 것이었다. 아~ 다행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남편 출근시키고 바로 의암호 선착장으로 갔다. 차를 주차하면서부터 '노마드' 아래 있는 수레바퀴가 보였다.

                 ' 진정한 노마드가 너였니?' ㅡㅡ;                 



마당에 묻어둔 김칫독 열듯 무릎을 구부리고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다친 데는 없는지 이리저리 보면서 그동안의 묻은 먼지를 물티슈로 꼼꼼히 닦아냈다. 그러고는 트렁크 속에 쏙! 


그제야 비 온 뒤 맞는 신선한 아침 공기, 찰랑거리는 의암호 물소리, 경쾌한 새소리가 들어왔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아침이었다. 우리의 놀이터인 카누 선착장에 누워 있는 우리 동호회 카누를 바라보는데 이 상쾌한 아침과 잘 어우러져 너무 낭만적으로 보였다. 아무리 우리의 놀이터라고 해도 그렇지 거기가 우리집 앞마당인 줄 알았나? 수레 무겁다고 꺼내놓고 그냥 집으로 왔다는 게 지금도 어이가 없다. 그런 우리의 떠나는 뒷모습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수레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이제 정신줄 좀 놓고 다니지 말아야 할 텐데 갈수록 큰 일이다. 


이 내용 폴러리에도 있습니다. 들어보세요~

https://www.porlery.com/cast/5940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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