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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와피아노 Oct 16. 2023

카누 타다 물에 빠졌어요ㅜㅜ3

긴 하루

얼마가 지났을까? 잠깐 잔 것 같은데 세 시간이 넘은 거야? 저녁때가 지나 어둑해졌다. 이럴 때는 밥 좀 생략하면 좋으련만 남편은 라면이라도 해 먹자고 했다. 라면을 사러 나왔다. 아~ 세상에! 4월의 봄밤 꽃향기가 이렇게나

달콤했던가! 얼마나 향기롭던지 오늘의 모든 시름이 꽃향기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카누 동호회 단체카톡방에 사진, 영상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사고로 인해 괜찮냐부터 시작해서, 잃어버린 물건, 배 뒤집어준 J님, 바람 타고  올라온 모험담 등 카톡방 수다가 즐겁게 오갔다. 오늘 참석 못한 분들도 마치 오늘의 사건 현장에 함께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고 있었다.


우선은 우리를 뭍으로 안전하게 탈출시켜 준 감독님, 가방 찾으러 가자고 손 들어준 이사님과 감독님, 찬찬하게 챙겨준 여직원, 카누 선수 출신 강사님, 보조샘, 그리고 오늘의 영웅 J님, 열심히 물 퍼내준 우리 춘천카누사랑

멤버들. 모든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함께 했던 아름다운 협업의 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카누를 탈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 봤다. 

  1. 핸드폰은 투명 방수팩에 보관하여 목에 걸어서 끈으로 조이기

  2. 호루라기 착용

  3. 에어백 공기 넣어 제대로 사용하기

  4. 카누에서 가방을 발견했을 때는 선착장에 연락하기

  5. 카누가 뒤집어졌을 때는 배 끄트머리를 잡고 매달리기


카누 타다 물에 빠질 일 안 만들면 되지 하는 방심은 금물! 

그 일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건 이번 일로 여실히 경험을 하게 되었으니까. 

'나는 피해 갈 수 있어'생각에서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어'라는 생각의 전환을 장착하게 된 것은

 이번 사건의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시 한 편 완성하게 되어 기쁘다.



                            하루                                

                                    신정민


카누 동호회 모이는 날

의암호에서 멋지게 카누잉   

  

어어 순식간에 물에 빠졌다

차키 핸드폰 클라리넷 가방 떠오르며

허둥대는 나의 얼굴     


표정 잃은 나를 구해준 사람들  

소란스런 마음 끌고 도착한 선착장

    

구수한 보리차로

따뜻해진 몸

선물처럼 다가온 젖은 가방

이내 마음 뽀송해진다  

   

집에 와서 한숨 돌리니

노곤노곤 내려앉는 눈꺼풀  

   

놀라 눈 떠보니

어둑해진 저녁

밥 차릴 기운도 없어

라면 사러 나왔는데   

훈훈한 사랑


봄밤 향기에

모든 시름 날아가고

하루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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