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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비 Sep 13. 2024

prologue, 혼자 프랑스에 가게 되었다.

의욕 제로로 시작한 프랑스 워홀 이야기 (여행편)





“나는, 꼭 세계여행을 같이 가야만 해.”




지금은 기억이 희끄무레 해져 내가 했던 대사가 완벽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와 사귀려면 세계여행을 같이 가야 한다,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다.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때의 나여…)



그렇게 콧등마저 쌀쌀해지는 계절에 우리는 만남을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2 주 남겨 둔 시점이었다.



여행.

나는 오래전부터 이 여행이란 것에 대해 사뭇 진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여행은 하나의 큰 도전과 투자에 가까운 꿈이었다.

나는 속으로 나는 글을 쓰고 그는 사진을 찍으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 생각을 했다. 여행을 끝내고 책을 집필하는 기간까지 고려한 여행의 총기간까지 짜두었다.



시각디자인쪽을 졸업했으니 사진을 잘 찍겠지? 어림짐작 하면서. 알고 보니 그건 편견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는 여행도 음악도 춤도 사진도 즐기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5년을 만났다.





.

.

.









사랑하는 마음이 중요할까,

사람 자체가 나와 맞는 것이 더 중요할까?



물론 여기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노력을 중요하게 여겼던 당시와 달리

이제는 후자에 편을 들고 싶다.






알다시피 청춘은 변화가 많은 시기다.

나는 그동안 휴학을 하고, 전라도에서 살고, 졸업을 하고, 사업에 도전하고, 영어를 가르쳤다.

그는 회사를 두 번 옮겼고, 경기도 아래로 내려간 나를 따라 직장을 옮겼다. 그리고 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3년이 지나자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확실해졌다. 이런 고민을 꺼낼 때마다 주변에서는 그만큼 너를 아껴주는 사람 찾기 힘들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만큼 좋은 사람이어서 그랬을 거다.

심각하게 신중한 편인 나는 이 년 동안 울컥 나오려는 말을 머금었다.


싸운 것도 아니고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5년을 넘긴 올해 겨울.

육 년 전의 세계여행 선언이 무색하게 나는 혼자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

겨울의 쌀쌀한 기운이 마음까지 차오른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 함께 하는 여행을 꿈꿨는데.

2024년 6월. 그렇게 혼자 프랑스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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