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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리영 Aug 06. 2017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고서

진실을 말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길










매 주 본방송을 챙겨본 드라마는 거의 10년 만이었다. 그만큼 뻔하지 않았다. 매 회가 뇌 속에서 땅따먹기 하는 듯 감이 넓혀졌다 좁혀졌다를 반복했다.
마지막까지 작가분이 가고자 하는 길이 어느 방향인지 늘 궁금했다.



뻔한 스토리가 될 수도 있었다. 정경유착, 스폰서, 비리, 뇌물, 살인, 엘리트들의 무너진 정의감. 마무리는 대부분  '권선징악'을 선명하게 드러내어 통쾌한 마무리하서나 '세상은 원래 이 따위야'라며 실상고발이었다.


시사하고자 하는 바는 비슷했겠지만, 비밀의 숲은 어딘가 다를 것 같았다. 아니, 달랐으면 했다.  
그래서 속으로는 '제발 러브스토리를 억지스럽게 넣지 말길', '단조로운 권선징악이 되지 말기를', '세상이, 이렇게 쓰레기니, 너가 믿는 걸 포기하는게 더 현명할걸.이라는 괜한 내적갈등이 드는 마무리를 하지 않기를.' 이라고. 꽤나 간절히 바라며 이 작품을 보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똑똑해서 브라운관 밖에 있는 나도 함께 머리가 바빴고, 속도감이 빨라 화장실도 쉽게 못가면서 보았던 이 드라마. 내가 느낀 이런 저런 감상평을 나눌 사람이 없는 혼자 본 날에는, 네이버 실시간 토커 분들이 올려둔 생각들을 읽으면서, 조용한 수다에 빠지기도 했다.  



난, 이 드라마에 참 많은 마음을 주었다. 그렇게 만든 건, 드라마 속 인물들의 역할이 컸다.







- '황시목' 검사









황검사는 '정의'를 중심으로 세워두고도, 결국 쪼그라들어버리는 선배들의 수많은 초심을 목도했다.
'모' 아니면 '도'인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갈등하지 않았다.
늘 진실을 좇았고 (가치관적 갈등)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걸 믿고 성큼성큼 움직였다.


그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 한결같은 냉철함이 이끄는 '선'.


어쩌면 그는 나의 욕망의 존재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그에게  내가 '옳다' 생각하는 수만가지의 태도와 결정들을 투영했다. 스크린 밖에서 홀로 그에게 부여해본 임무들을, 그는 해냈고, 이로부터 나는 쾌감을 매 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냉철함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넘어 자신에게 까지 적용되었다.
그는 자만하지 않았다. 공감능력, 감정적 능력이 부족한 자신을 '인지'했고 감정에 대한 이해가 실마리인 경우,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려했다.
이를 간과하기 쉬운 데, 그는 늘 인지했다. 그래서 그에게 신뢰 이상의 마음이 갔었다.  


더구나 그는 어떤 사건을 맡아 해결하고, 목표를 이루었을 지라도 그 성과를 '검사'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 여기면서 '황시목' 자신을 단 한번도 내세우지 않는다. 스스로의 영웅적인 면모에 도취되는 타입이 아니다. 정의라는 목적을 위한 한 과정이었을 뿐. 그리고 그걸 진행하는 사람이 '검사' 중 한 사람이었을 뿐. 그저 묵묵히 해야할 일을 했다. 직업의 본질을 잊지 않고, 끝까지 냉정했다.


또한 감정의 영역이 약한 황검사는 무표정이 많은데, 마지막회로 달려갈 수록. 특히 배두나 형사와 함께하면서 눈매와 입꼬리가 미묘하게 달라진다. 이 미묘한 변화들에 시청자들은 모두 시목에게 빠져들었다지 - 마지막회에 환하게 웃을 줄 알게 된 시목검사를 보면서 내 마음이 다 환- 해졌다!  


그를 참 많이 좋아했다.








웃는 시목










이창준 수석과 황시목검사







- 한여진 경사







시목과의 콤비. 참 매력적인 배두나씨! 시목이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었고 시목과 반대로 건강한 동정심과 인간애를 가지고 있다. 뭔가 형사다운 형사'랄까. 옷도 참 매력적으로 입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한경사.


한여진 경사의 캐릭터가 또렷히 보였던 한 계기가 있다.


범인으로 판결된 가짜범인분이 수감 중 본인은 자살을 했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수사과정에서 한 형사에 의해 의도적으로 누락되었고,
그 진실을 시목과 한경사가 함께 밝혔다.

이를 공개하면 검찰 경찰 모두 신뢰를 잃을 수 있는 상황.
한마디로 온 국민이 뒤집어 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갈등하는 한여진 경사.




황시목 검사 :


우리는 팩트를 찾는사람들 아닙니까. 완전히 묻혀버렸을 팩트를 경위님이 직전에 건져낸거에요.
그걸살리느냐 마느냐 결정하는 건 지금 당장의 상황이 아닙니다.
한여진이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가 거기에 달렸죠.






이 이야기를 듣고, 한여진 경사는 갈등을 멈추고 바로 언론에 경찰의 실수를 제보를 한다.
자신이 속한 조직과 본인 또한 피해를 크게 입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로 한여진 경사와 황시목은 더 긴밀히 서로를 신뢰하게 된 계기였다 생각된다.
그리고 나 역시 이때 한여진 경사가 좋아졌다.







매력적인 두나씨~



두분의 만담은 재밌지 -



늘 예쁜 자켓을 입고 나왔던 한경사 -




섹시한 세분.




떠나는 시목님 웃으라고 웃는 시목을 그린 한경사




- 영은수 검사




: 영은수 검사의 순수함과 용감함이 기억난다. 동시에 억울함과 복수심은 그녀를 지배했다.
삼국사기 속 오자서가 떠오르는 캐릭터였다.








마지막으로...






- 이창준 수석


그에 대해서는 나의 몇 문장보다,
마지막 화에서 나온 이창준 수석의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이 편지의 독백을 듣고서 난 그만 울컥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쩌면 이 편지는 이창준을 통해 작가님이
우리에게, 우리 사회에게, 그리고 작가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조차 구겨지고 있는 '초심'들이 되살아 나길.
나 또한 각종 비리나, 뇌물 등 정의는 교과서에서만 나오나 싶어 바르게 지켜왔던 마음이 허무해지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지지 않기를.







그의 유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대다수의 보통사람은 그래도 안전할거란 심리적 마지노선은 붕괴된 후다.
사회 해체의 단계다.
19년. 검사로서 19년이 이 붕괴의 구멍이 바로 내 앞에서 무섭게 커가는 걸 지켜만 봤다.


설탕물 밖에 먹은게 없다는 할머니가 내 앞에 끌려온 적이 있다.
고물을 팔아 전재산이 3000원인 사람을 절도죄로 구속한 날이 있다.
낮에는 그들을 구속하고 밤에는 밀실에 갔다.


그곳엔 말 몇마디로 수천억을 빨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고
난 그들이 법망에 걸리지 않게 지켜봤다.
그들을 지켜보지 않을 때는 정권마다 던져지는 가이드를 충실히 받아적고 이행했다.


우리 사회가 적당히 오염되었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썪었다며 내 가진걸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이상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수는 없다.
이 가방안에 든건 전부 내가 갖고 도망치다 빼앗긴 것이 되어야 한다.
장인의 등에 칼을 꽂은 배신자의 유품이 아니라 끝까지 재벌회장 그늘 아래 호위호식한 충직한 개한테서 검찰이 빼앗은거여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물증으로서 효력과 신빙성이 부여된다.


부정부패가 해악의 단계를 넘어 사람을 죽이고 있다.
기본이 수십수백의 목숨이다. 처음부터 칼을 뺐어야 했다. 첫 시작부터.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조차 칼 들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시키는건 시간도 아니요 돈도 아니다.
파괴된 시스템을 복구 시키는건 사람의 피다. 수많은 사람의 피.
역사가 증명해 준다고 하고 싶지만 피의 재물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꿔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찾아 판을 뒤엎어야 한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미 치유의 시기를 놓쳤다.
더이상 침묵해서는 안된다. 누군가 나를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서는 안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발하나 딛을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이제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비밀의 숲'은 기억할 수 있는 한 끝까지 기억하고 싶은 드라마다.
내가 욕망하는 캐릭터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8주간 참, 행복했다. 즐거웠다.



어딘가 살아있을 거 같은, 황시목 검사.
내가 언니 - 하면서 따르고 싶고 귀여움을 받고 싶은 한여진 경사.
영은수 검사의 조급함에서 나의 모습이 보여, 나를 되돌아 보기도 하고
이창준 검사의 아리까리한 말들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쓰며 범인을 여러번 바꾸어보기도 했지.
마지막 유서의 독백을 보고 또 보고 그렇게 반복해서 보면서.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었다.



너무나 현실처럼 느껴져서 슬펐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드라마라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으니까!







글을 적고 나니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조금 선명해졌다.




'진실'



진실을 말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혼자 말고 함께.








이런 드라마를 만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친근한 시목 팀!












이제 안녕 -











김창준 수석의 유서 독백 영상 :

http://tv.naver.com/v/1906108?query=%EB%B9%84%EB%B0%80%EC%9D%98+%EC%88%B2&plClips=false:1903739:1907393:1862311:1922594:1906108:1906146:1906175:1906130:1906072:1906098:1906057:1906198:1906088:1906049:1904666:1904604:1904634:1904556:1904574:1904654:1904623:1904566:1904850:1903723:1904653:1904562:1896390:1904667:1885493:1885510:1885576:1885468:1885503:1885555:1885478:1885561:1885562:1885540:1883902:1883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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