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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살기 위해 생각하고 씀..

-화면해설이 일상인 삶-

[긴글 주의]


대본작업을 잠시 멈추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봤다..

내가 달릴 때 다른 사람들도 달리고 있다는 걸 잊어버렸네ㅎ

아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게 더 맞겠다..

난 어디서든 반쪽짜리여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 비교 당하고 싶지도 않아 달릴 수밖에 없었음..

누가 뭐라든 그냥 내 길을 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난 늘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는 듯..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렇다고 쉬이 포기도 못 하면서 말이다..

계속 하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데ㅎ

흔히들 버텨야 살아남고 살아있어야 알아준다고들 하니까..

인정받을 생각하지 말고 하라는데 다들 열심히 하는 이유가 인정받으려고 하는 거 아닌가?!

...

우리 회사를 영리가 아닌 비영리 단체로 만들 걸 그랬나 후회될 때가 가끔 있음..

장애 관련 사업이다보니 봉사, 재능기부 등으로 연결짓는 경우가 많아 제작비를 후려치려고 하거나 진행하면서 부담을 떠안기게 한 적이 왕왕 있었다..

적자로 진행해도 알아주지 않는ㅋ

비영리면 지금까지 한 거 알아주기라도 하지, 기부나 후원으로 버티기라도 하지..

뭐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ㅎ

...

작년말에 '무용 음성해설가' 신직업 연구 원고를 검토했을 때가 생각이 난다..

뭔지 모를 서러움에 울음이 터져나와 펑펑 울었던ㅎ

처음에 의뢰받았을 때 이 분야 전문가로 추천받았다는데 돌고 돌다가 나한테 넘어온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 분야에 전문가가 없긴 함)

그때 원고 받아 읽어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고...

이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이 다 떠올랐었음ㅋㅋㅋ

...

몇 페이지 안 되는 내용으로 우리나라 현황과 이 직업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었다..

내가 진행했던 무용음성해설가 워크숍들과 우리 회사가 음성해설 제작을 했던 무용 공연들이 제시되었는데 그 어디에도 내 이름 하나, 우리 회사 이름 하나 언급되지 않은..

배리어프리 제작, 무용음성해설 관련된 글이나 기사 등에서만 봐도 공기관, 민간 예술 단체, 장애인 관련 단체 등은 늘 언급되지만 우리 회사는 거의 없음..

...

이게 현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회사가 영리기업이라서 그런가 생각도 해봤고 내가 반쪽짜리라 그런가 생각도 들었다..

나도 내가 쓴 대본을 내가 읽고 싶은데 저시력이라 무대가 보이지 않고 천식이 있어 기침이 우려되니 못 하는 거..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거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서럽게 만드는 걸까?!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음ㅋ

그때부터 허무감이 더 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듯..

...

난 이제껏 시각장애인은 방송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적으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시각장애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및 설명의 기술을 습득하면 더 쉽게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왔기 때문에 내가 필요하다고 하면 흔쾌히 응했었다..

알아주길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음..

알아주기만 기다리지 말고 알리라고들 하는데...

응..그래보려고!

...

내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사로잡혀 있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잔뜩 자리잡고 있다..

이용당한 일들도 많았었고,

나한테 너무도 당당하게 자료를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장애 관련된 서비스를 하면서 돈을 왜 받냐고 하는 말도 많이 들었음..

세상엔 공짜가 없는데?!

누군가는 돈을 내거나 그에 응하는 노동 및 시간을 써서 제공이 되는 거라는 걸 왜 모르지?!

내가 이용가치가 있다는 거니 좋게 생각하라는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ㅎㅎㅎㅎ

...

예전에 강의 맡기겠다 그래서 화면해설 커리큘럼을 줬더니 다 반영했다, 그런데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용병을 왜 쓰냐는 반대에 강의를 못 맡기게 됐다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일이니 오픈마인드를 가지라고 했던 말이 생각남..

누군가에게는 이 일이 비장애인의 전유물인양 '내가 화면해설 일을 하는 건 시각장애인을 위해(危害)하는 일'이라며 그만두라는 협박도 받았었다..

그때 난 심장이 두근대는 걸 참고 "OO님은 OO님 위치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일을 하세요..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끊었었음ㅎ

또 누군가는 내 강의자료로 강의하기도 하고..

...

내가 시각장애인이어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당연시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시각장애인을 위해(危害)하는 일이 되기도 하는...

난 참 웃긴 일을 지금 하고 있다ㅎㅎㅎ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말이지..

다들 겪는 걸까?!

다른 작가들도 겪는 일일까?!

나한테는 이 일이 생계여서 계속 영리를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지속가능하니까...

무엇보다 장애인이 더이상 수혜자가 아닌 소비자로 인식되어야 서비스에 대한 퀄리티도 올라갈 테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게 될 테니까..

...

오늘도 난 살기 위해 생각하고 씀..


#따뜻한말한마디

#덤으로사는인생

#고마워하며사는거잊지말기

#Yani의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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