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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un 06. 2018

대만의 예술가 리우에게

[뉴욕서점에서 만나다-(5)Printed Matter]

                                                                                                                                    

안녕하세요? 프린티드 매터에선 무엇보다 당신의 책을 만나고 싶었어요. 홈페이지 웹사이트로 서점을 둘러보면서 당신의 아트 북에 반했거든요. 화려한 색감과 추상적인 형상이 가득한 여행드로잉이었지요. 

당신의 선은 섬세하면서도 강해요. 나는 당신이 쓰는 과감한 색과 거친 질감이 참 좋아요. 활력과 에너지가 가득히 느껴지거든요. 그림 속의 당신은 과감하고 용감해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하고 거친 열정이 내면 깊숙이 들끓고 있어요. 그림 밖의 당신은 어떤가요? 만나서 눈을 들여다보면서 직접 묻고 싶어요. 
   
열권의 여행드로잉 중에서 나는 당신의 사막을 선택했어요.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을 담아두었더군요. 당신은 고산병을 앓고 심장 박동과 두통을 느끼면서도 '4000m의 색상처럼 아름다운 색상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지요. 당신은 색을 창조적으로 사용해요. 당신의 내적 상상력이 더해지자 4000m의 풍광은 새로운 색감으로 창조되었어요.
   
나도 사막을 그린 적이 있답니다. 사막의 모래와 그림자와 하늘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나이프로 유화 물감을 거칠게 얹어서 마티에르를 두텁게 살려서 그렸어요. 공간의 입체감을 살리고자 크기가 다른 다섯 개의 세로 캔버스를 사용했답니다. 분할 면이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이어지죠. 100호가 훌쩍 넘는 그림이에요. 당신은 사막을 그리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요? 무엇을 느꼈나요? 당신과 당장이라도 만나서 사막에 대해 두 시간은 거뜬히 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욕에서 당신과 만나고 싶었지만 첼시를 지나 들렀던 이 서점은 여름 세미나 준비로 문이 굳게 닫혀있었어요. 잠시 망연자실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지요. 우리에겐 국제배송이 있으니까요. 구글의 바다를 항해하다가 만난 고마운 Etsy는 당신과 나를 이어주었죠. 당신의 드로잉 노트와 마스킹 테이프와 엽서가 타이베이에서 서울로 날아왔네요. 우리 집 주소를 한글로 ‘그려준’ 당신의 글씨가 너무 정겨워서 나는 봉투도 버리지 않고 간직해두고 있답니다. 

당신은 해외 아트 페어에 참가하는 중이라 배송이 늦어질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었죠. 소포를 받아보니 사과의 엽서와 함께 작은 선물이 함께 들어있네요. 나는 당신의 작품을 원화로 만날 수 있는 아트페어에 참석하고 싶어요. 대만이나 홍콩으로 날아가 당신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픈 소망이 생겼어요.
   
이 책은 그 색감만큼이나 종이의 재질감이 참 좋아요. 책장을 넘기면서 엄지와 검지 사이로 한참동안 종이의 질감을 느끼게 되요. 손바닥으로 책장 전체를 가만히 쓰다듬어보게 되고요. 난 이렇게 거친 것이 좋아요. 과감하고 용감하며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한 것이 좋아요.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끌리나 봐요. 

당신이 그린 산과 사막과 강을 이따금 펼쳐보면서 내 안에 담겨진 거친 에너지를 잃지 않으려 해요. 앞으로도 나는 Etsy를 통해 당신의 작품을 만날 거예요. 우리가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직접 만나는 날, 각자가 가슴 속에 품어온 사막에 대해서 뜨겁게 나누길 바라요. 
   

https://www.printedmatter.org/   

[뉴욕서점에서 만나다-(5)Printed Matter] 대만의 예술가 리우에게 : 네이버 블로그                                                                                                                                                                                                                                                                                                                                                                                                                                                                                                 

  


                                                                                                       

[뉴욕서점에서 만나다(1)-프롤로그] 어떤 책공간은 안도감을 준다
https://blog.naver.com/okastor/221189740516

[뉴욕서점에서 만나다(2)-idle wild] 여행 드로잉, ‘말’로 그려보세요. 
https://blog.naver.com/okastor/221191862734

[뉴욕서점에서 만나다(3)-Strands] 언니가 간다, 용기와 행동으로 이어온 계보 
https://blog.naver.com/okastor/221216524340

[뉴욕서점에서 만나다(4)-Postman books] 대담해서 지혜로운 그림책.
https://blog.naver.com/okastor/221221641573

[뉴욕서점에서 만나다-(5)Printed Matter] 대만의 예술가 리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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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만난 13군데의 책공간과 5군데의 뮤지엄 이야기를 씁니다.


                       

* 글을 쓴 이현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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