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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ul 27. 2017

단단해진 마음과 따뜻해진 가슴

나와 세상을 잇는 글쓰기교육


요즘 나는 그야말로 '나와 세상을 잇는' 이야기들에 가슴이 쿵쾅 쿵쾅 뛰는 중이다.
강의의 마지막 과정에서
선생님들께서 품고계신 값진 이야기와 만났다.
그 이야기들에 폭발하듯 반응하고 터져나오는 내 가슴은
이 시간들을 단순한 강의시간으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살아있는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으로 여겨 스스로에게도 감격이 된다.
 


공유를 허락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를 전하며                                                                        

한 학기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선생님과 마음을 나눈 흔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봄에 함께했던 바람길 독서학교 강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중부, 강남, 강서양천, 서부, 강동송파 등 각 지역 교육지원청의 선생님들과 만나뵈었다.
좋은 작품들을 공유하고 의미를 재구성하고 확대해 나간 결과
두번째 만난 교육청의 선생님들 보다는 세번째가,
네번째 보다는 또 그 다음이,
훨씬 풍성하고 내밀한 표현을 담아내어 주셨고 그 감격도 배가되었다.



중부 교육지원청 독서연수 강의에서 만나뵈었던 한 선생님께서는
교사란 '구름'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올 한 해 영원히 나만을 사랑할 것 같은 아이들도
내년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한다.
매년 2월이 지나고 3월이 되면 흔적도 없이 희뿌옇게 사라지는 구름과 같은 존재.
그 구름 안으로 한 새가 조용히, 우연히 다가온다.
그리고 하얗고 부드럽고 뭉텅이로 있는 뭉게구름 속에 쏙 들어가서,
잠시 쉬어간다.
새는 편안함을 느낀다.
1년간의 시한부 사랑이 끝나면 흔적도 없이 흩어져 사라지는 존재.
품안에 품었던 새들은 다시 '높고 파랗고 너무 넓은' 하늘로 떠나가고
그 모습을 그저 빙그시 웃으며 바라보기만 하는 존재.
손에 닿을 듯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구름같은 존재.


하지만
날아가는 새를 자세히 보면,
들어올 때 짊어지고 온 무거운 짐이 사라진 모습이다.


이 흔적도 없이 흩어져 사라지는
구름 안에서,
  그래도... 어떤 아이는 쉬어갑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내 마음이 가 닿을 순 없겠지만
그 중 몇 아이, 한 아이만이라도 내 품 안에서 쉬어갈 수 있다면...
선생님께서 전해주신 메세지가 아직도 가슴을 뜨겁게 울린다.



현금도 없이 카드지갑만 가지고 와 동동거리던 나를 대신해 선뜻 주차료도 정산해 주셨던...
그야말로 뭉게 구름처럼 포근하고 따뜻하셨던 선생님,
다시 만나뵙는 날에 제가 꼭 따뜻한 커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싶어요! 꼭이요!






강남 교육지원청 독서연수 강의에서 만났뵈었던 한 선생님께서는
스스로를 '타이머'로 소개하셔서 좌중을 빵 터지게 하셨다.

아이들에게 타이머로 '속도'를 이야기하는 순간,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내용도 방법도 아닌
속도와 경쟁 그 자체만이 목표로 남을 뿐이다.
 
아이들마다 각자의 시계바늘을 넣어주고 싶으시다는 선생님,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그리고 이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야기도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이 분은 자신을 '꼬리 달린 개구리'라고 표현하셨다.

보통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라고들 말하는데,
저는 '올챙이적을 너무 많이 생각해서' 탈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죠.
교실에서 친구가 하는 사소한 말에 격하게 반응하면서 어깃장을 놓는 아이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아이를 보는 순간,
나의 올챙이적 해결되지 않은 '유년기의 나'가 떠오르는 겁니다.
그 시절의 나에게 '과한 감정이입'을 하며
긴 꼬리를 질질 끌게 되는 거예요.

교실에서 만난 한 아이의 심경에 격하게 공감하는 순간,
그 아이로 인해 올챙이적 유년기의 나와 만나게 되는 순간.
그런 순간들이 너무도 많아서
이따금 어떤 잘못한 행동을 하는 아이도 제대로 혼내지 못할 때가 있고,
이따금 올챙이적의 나에게 과하게 몰입한 결과 감정적인 부작용도 겪게 되죠.


그런데,
그 꼬리가 어디에 달렸느냐.
그림을 보면 꼬리는 엉덩이쪽이 아닌 머리에 달려있다.
그 올챙이적 꼬리가, 지금 자신의 정신적인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네 페이지에 걸쳐 길게 늘어진 꼬리의 끝에는,
아직 채 부화하지 못한 올챙이 알이 세 알 붙어있다.
꼬리달린 올챙이 시절 뿐 아니라
미처 깨어나기 이전의 올챙이 알 시절조차 지금의 자신에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서 나온 표현이다.




그리고 강서양천 교육지원청 독서연수 강의에서 유쾌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뵈었다.
남다른 그림 솜씨를 보여주셨던,
아수라 백작은 아니지만
작가로 활동하시는 '교사이자 개인'
남편보다 일을 빡세게 하는 '아빠이자 엄마'
또 '아내이자 남편'
이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던 유쾌한 선생님.



다시 뵙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

그리고 '점수판'을 사용하며 마치 브루마블처럼 하루를 보내는 자신을 되돌아보셨던 선생님.






그리고 나무로서 부모된 자신의 교육 철학을 보여주신 선생님.

큰 나무 아래는 그늘이 짙다.
아이를 내 그늘 아래 두면 볕을 받지 못해 크게 자랄 수 없다.
나는 멀찍이 서 있는 나무이고싶다.
멀리 서있는 나를 바라보며
볕을 충분히 받아 누리며 자라기를.
나 또한 쉬지 않고 자라는 당당한 나무가 되리.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해주셔서 모두의 마음을 울리셨던 선생님.

"나는 어린아이 입니다."
나는 아기띠를 메고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하지만 정작 아기띠에 메어있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닐까.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아직 너무 많지만
아기띠에 메어있는 어린아이처럼
지금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기와 함께 성장하시는 선생님을 응원해드리면서
모두 한마음으로 박수를 쳐드렸다.





그리고 강동송파 교육청에서 만나뵈었던 선생님,

정년 퇴임을 앞두고 계신다는 선생님께서
강의 내내 반짝이는 눈과 인자한 미소로 아이컨택하며 들어주시고,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여 발표도 해주셨다.

발표의 첫마디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해주셨다.





선생님, 제가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예쁘고 젊어보이는 선생님께서 강의하신다기에
얼마나 전문성이 있을까 싶어서

처음엔 별 기대를 안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3시간이 너무 알차서 시간가는줄 몰랐습니다.
선생님 강의, 그 에너지
진심으로 감동받았어요.

"씨앗, 너무 미안해!
본디 꽃이 될 운명인데
널...
내 기준으로 널 힘들게 했구나!"

잘 가르치느라고.... 열심히 하느라고...
내 틀과 기준으로

아이들을 제한하고 깎아냈던 그동안의 시간들....
많이 돌아보았습니다.
정년 전까지 만나는 아이들에게 만큼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이 신선한 에너지를 흘려보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악수를 꼭 한번 하고 싶으시다며 손을 꼭 잡아주셨다.
2017년 상반기 내가 만난 가장 뭉클한 순간이었다.
수필을 쓰시고 첼로도 연주하시는 선생님...
나를 통해 자신의 젊은 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하시면서
이제 지금부터라도 글을 쓰는 일,
또는 그림책으로 아이들의 내면을 만져주는 일
또 그림책으로 봉사를 하는 일
무엇이라도 나와 같이 해보고 싶다고도 말씀해 주셨다.

때로 교실에서
아이가 써주는 사랑이 담긴 편지 하나,
진심을 흘려놓은 쪽지 하나
한 순간 보인 아이의 표정 하나
그 작은 것에 때로
다시 일어서 걸어갈 힘을 얻는다.


나를 살리는 것이다.

그것처럼,
선생님들께서 들려주시는 이런 격려와 응원의 말씀 또한
힘들고 소진되어 주저앉는 어느 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 다시 살아가게 한다.
그렇다.
내게 이렇게 진심어린 가슴으로
힘과 격려를 부어주시는 분이 계신다.
깊이 기억하겠노라 다짐하면서
감사하고 과분한 말씀 가슴으로 온전히 받고
정중히 인사드리고
더욱 단단해진 마음과 따뜻해진 가슴으로
돌아오는 운전대를 잡았다.                   











* 글을 쓴 이현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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