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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ul 29. 2017

나는 '영혼에 대한 이해' 라 명하는 이야기들을 모은다

글쓰기 책쓰기 독서교육 직무연수


나는 '영혼에 대한 이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은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꿈꾸는 은유 작가가 자신의 책 <쓰기의 말들> 에서 소개한 구절이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처럼
나 또한 '영혼에 대한 이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은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모았던 영혼의 이야기들,
그 잔잔한 감동이 선생님들에게로 흘러가
그들 자신이 가진 영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것을 하나씩 만나면서 전심으로 반응하고 감격하는 요즘이다.  



서부교육지원청 독서연수 강의에서 만나뵈었던 한 선생님

제본을 위해 준비했던 종이테이프를 다음과 같이 활용하셨다.


우리는 마음 속에 폴리스라인과 같은 테이프나 띠를 여러겹 두르고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나 그 라인에 적힌 것을 자세히 살펴보면 '들어오지 마시오'가 아닌


'들어와'라는 말이 겹겹이 써져있을 거라고.



자신이 겹겹이 쳐놓은 폴리스라인을 걷어 올리고


한명쯤 '성큼' 들어와 자신을 알아보아 주길 바라는 존재


우리는 누구나 그런 모순적인 외로움을 지닌 존재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폴리스라인을 거둬내고 선생님 안으로 성큼 들어가보니
'돌멩이' 이야기를 품고계셨다.

부모님은 내게 말씀하신다.
"너는 돌멩이야."
"내가요?"
나는 항상 스스로를 단단하고 커다란 돌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보니 나는 단단하지도, 커다랗지도 않았다.
세상 사람들은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너는 공이야."
이리저리 통통 튕겨져 다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공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선을 끄는 마지막 장면.


이는 선생님께서 직면한 현재를 담은 장면이다.


공처럼 이리저리 튕겨져 온 내 앞에는
절벽이 있다.
그 절벽 앞에는 돌이 쌓여져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바늘 하나' 가 놓여져 있다.
파르르 파르르
가늘게 떨고 있는 바늘 하나이다.


돌멩이, 공, 그리고 바늘.
마지막 장면이 너무 인상깊어서
선생님께서 담으신 자신만의 은유가 궁금해졌다.

쌓인 돌 위에 올려져 가늘게 떨리는 바늘 하나,
그리고 그 가늘고 날카로운 바늘과 배수의 진에서 만나 비장하게 멈춰선 공 하나
가늘게 떨리는 바늘과 만나 찔리면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공
그대로 세차게 굴러가 돌을 와르르 무너뜨리면
절벽 아래로 떨어져버릴 것 같은 공

마지막 장면을 오랫동안 바라보며
그 메타포들을 내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내 마음을 가득 채웠던 이 한장의 그림.

그림의 집 안에는 엄마와 아빠가 있다.
그리고 온 집안을 꽉 채우고 있는
커다란 빛과 같은 존재는
삼십 여년 전 태어난 아기,
바로 나다.
엄마와 아빠에게 찾아온 새 생명은
이토록 거대하고 충만한 존재이다.
하나의 세계를 온전히 채우기에
충분할 만큼.
한 때 세상의 온전한 중심이었던
커다란 빛은
어느새 자라나 집 밖으로 굴러 나오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어느덧 숲에 이른 둥근 빛은
온몸에 진흙을 묻히며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거센 파도에 휩쓸리며
온 몸에 찬 바닷물을 뒤집어 쓴 둥근 빛은
더이상 자신이 거대하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은 넓었고,
나는 이토록 작은 존재였다.
바람과 파도에 풍화된 둥근 빛은 구슬처럼 작아졌다.

알알이 여러 개의 빛을 모아 품은 존재
작지만 각각의 색으로 빛을 내는 존재

쪼개지고 깎여진 빛은 이제
새로운 존재로서
알알이 품은 그 빛을 발산한다.

둥근 원의 크기와 색 안에 한 사람의 성장기를 담은 이 작품
그 원이 둥글려지며 안팎으로 더욱 깊어지기를
그렇게 추스르고 또다시 굴러갈 삶의 여정을 응원하면서 내 마음 속에 오래도록 담았다.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하시며 떨리는 목소리와 촉촉한 눈망울로
꿈꾸는 지도 이야기를 읽어주신 선생님.


갖고만 있어도 설레는 지도.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이 담긴 지도
내가 담은 곳들을 다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가보지 못했다고
이 지도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꼭 가보지 않아도...
꿈을 품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품지 않은 인생과
품은 인생은 다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는 네게 기꺼이 지도가 되어주고 싶다.
네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꽃길만 걷게해줄 수는 없지만
부디 네가 원하는 꽃밭을
찾을 수 있기를.
나는 네게 그 여정을 돕는 지도가 되고싶다.
가보지 않은 길,
용기내어 걸어보고 싶은길.
겁이날 때, 떨릴 때는
나를 돌돌 말아서 손에 꽉 쥐어보렴.
네게 힘을 줄테니까. 너는 갈 수 있어!

아이들이 자신의 길을 찾도록 도와주시는 지도로서
꿈은 품은 그 여정 멋지게 이어가시기를!

그리고 연과 바람의 메타포에 삶을 담아주신 선생님.

하늘을 가슴에 품고 바람을 이기는 연.
유연하게 바람을 이기며 넓은 하늘을 찾아 오르는 연.
바람을 타는 법을 익혀 끊어짐도 두렵지 않은 연.
거친 바람에 잦아들어
땅에 가까워지면
오히려
피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잔잔한 바람은
오히려
나를 걸려 고꾸라지게 한다.
거친 바람에 맞서
한없이 날아갈때
비로소
나는 자유롭다.
높이 날아올라 하늘 속으로 들어오면,
나를 막는 것은 오로지 '나' 뿐이다.
이 높고 넓은 하늘에서
내 안을 풍성하게 채우리.

잔잔한 바람은 오히려 연을 고꾸라지게 한다.
거친 바람을 즐길 때 오히려 자유롭게 날 수 있다.
그 바람을 유연하게 타고 멀리, 멀리 함께 날아갑시다, 선생님.

그리고, 위 아래로 펼치는
자유로운 판형을 선보여주신 선생님,
한 장을 더 넘기면 온 화면을 가득 채우는
'오 캐럿' 만큼의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그려져 있던,
유쾌하게 반짝반짝 빛나시던 선생님.
다시 만나서 더 많은 이야기와 그림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웃고 있지만 얼굴을 감춘 삐에로와
긴 끈으로 삐에로에게 묶인 채
그다지 웃지 않고 있는 양 두 마리를
그려주신 선생님.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웃긴다.
내 틀 안에서...

나만의 틀이 아닌,
너희들 세상에서 행복하기를...


눈물을 머금은 웃음 띤 얼굴로
한 손에 커다란 가위를 들고 있는 삐에로.

눈가가 촉촉하셨던 선생님,

이제는 용기내어 오른 손에 든 가위로
삐에로처럼 묶여 있던 줄을 싹뚝 끊어버리고
두 양을 '너희들 세상'으로
행복하게 보내주셨을지...

기록한다는 것은 조수간만처럼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죠.
-김영하

선생님들께서 기꺼이 꺼내어 보여주신
이 모든 '끊임없이 침식해 들어오는 인생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들에
감탄과 경의를 표한다.


이오덕 선생님이 하신 말씀들 중에서 내 가슴에 깊이 박혀있는 말은
'사람이 숨을 쉬는 것은 코로 하지만 마음의 숨은 표현으로 쉰다.'라는 말씀이다.
표현하고 기록하며 마음의 숨을 쉬는 것은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지만
숨을 쉬고 있는 그 누구에게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본인이 숨을 쉬지 않으면 남도 숨쉬게 할 수 없다.

30년 교직 생활 중 이렇게 '나 자신'을 진정으로 들여다보고 표현해보면서
온전히 감동받았던 연수는 처음이라고 손을 꼭 잡아주셨던 선생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가운데
학기말 지친 마음에 힐링이 되었다고 말씀하시던 선생님.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은유 거울에 비추어 스스로를 표현해 보는 일은
글을 쓰는 일 뿐 아니라 삶을 사는 일의
가장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오히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일인지 모른다.

특히나 '가르치는 이'라는 이름으로
늘 누군가의 앞에 서있던 선생님들께는
더욱
그 기회가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라건대 이 모든 마음의 호흡들이
교실로 이어져
또 다른 살아있는 교실 속 이야기들로
아름답게 스며흘러들어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글을 쓴 이현아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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