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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로이현아 Jul 30. 2017

[교원대종합교육연수원] 인성교육중심 수업강화 직무연수

-교육미술관 통로 (통로 이현아)


한학기를 정리하면서
내가 만났던 영혼의 이야기들을 찬찬히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그 감동의 온기가 아직 내게 따스히 남아있을 때
그 흔적들을 고이 모아 기억하고싶다.

양평 현대블룸비스타 현대종합연수원에서
인성교육중심 수업강화 직무연수로 선생님들을 만나뵈었다.
함께 강의하시는 선배 선생님을 옆좌석에 모시고 양평까지 운전해 가는 길이 참 좋았다.
하늘이 푸르렀던 날 차창 밖의 푸른 신록 속으로
건네주신 시원한 커피 한잔과 함께...
선배 선생님의 진심어린 그리고 유쾌한
말씀들, 조언들
한참을 웃고 끄덕이면서 운전해갔던 그 길이
내게 너무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남았다.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직무연수
마지막 날 오전시간부터 식사 후 오후 시간까지 세 시간 남짓에 걸쳐서
[국어 미술 주제중심 교과융합]  그림책 창작을 통한 창의인성 수업 방안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선생님들을 만나 뵈었다.

선생님들께 그림책 창작을 통한 창의인성 수업 방안에 대해서 열심히 강의해드리고
은유 거울을 통해 들려주신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다.

경남에서 오신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개미와 꿀벌 이야기.
따님이 나와 비슷한 연배라고 하시면서
이야기를 나눠주시던 중 눈시울을 붉히셨다.

1박 2일간의 이 직무연수를 위해 집을 떠나오면서도
자녀와 손주들을 위해 갈비를 재워놓고, 반찬을 만들어 놓고, 집안일을 처리해놓고 오느라
얼마나 동동거리면서 뛰어다녔는지.
일과 손주육아를 함께 병행하면서
항상 가족을 위해 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산다.
그렇게 개미처럼 꿀벌처럼 가족을 위해 애썼지만 그 쏟아낸 마음을 서운하게 하는 것은 자녀의 가시돋힌 말 한마디,
그 한마디가 깊은 상처가 되어 나를 휘청거리게 한다.
그렇게 휘청거리며 집을 나섰다.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 너무나 낯설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목소리가 떨리셨다.

말씀을 들으면서 선생님들과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가장 약해질 때, 어떤 존재를 필요로 할때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 존재
그렇지만 너무나 가깝기에, 이해받을 수 있다고 믿기에
가장 쉽게 가시돋힌 말들을 쏟아내는 존재
그런 엄마를 가진, 그런 엄마인, 또 그런 엄마가 될 우리.

그리고 '점'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주신 선생님.
깊은 점을 찍으니,

뒷장에 이렇게 잉크가 배어났다.
인생을 살면서 마침표와 같은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리고 물음표를 던지는 순간,

또 쉬어가는 순간.
문장 부호들 만으로 삶의 순간들을 표현해주셨다.
시간이 좀 더 허락한다면 이 문장 부호들로 더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싶으시다는 선생님,
부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 이야기 깊게 이어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그리고 롤러코스터 이야기로 좌중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신 선생님.
내 강의에 정말 감동과 자극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면서
좋은 강의를 들을 때 고무된 자신의 상태를
롤러 코스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으로 표현해 주셨다.
설레고, 부풀어오르고, 뭔가 될 것 같고, 도전해보고 싶고...  

허나,
그렇게 고무되었던 마음도 잠시
동력이 부족한 내 마음은
롤러코스터의 경사를 타고 넘지 못하고
다시 뒤로 미끄러져 내린다.
될 듯,
될 듯,
넘어가려다
결국 그 임계점을 넘지 못하고 다시 뒤로 쭉 미끄러져 주저앉는 모습.

이 장면에서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
좋은 강의, 좋은 강연, 좋은 책
마치 카페인을 섭취한 것처럼 각성효과를 주는 것들
자극을 받고 솔깃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내 삶으로 가져가 실천하고 내 것으로 가꾸어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지금껏 숱하게 미끄러져 내려왔고
다시 오르고 싶어 나를 고무시켜줄 무언가를 또 찾고
다시 또 힘을 받아 올라갔다가
임계점을 넘지 못해 또 다시 뒤로 미끄러졌던 시간들
그것에 대해 우리는 깊이 공감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의 이 강의가, 이 나눔이
부디 내 것이 되기를.
그래서,
그 임계점을 훌쩍 넘어
롤러코스터가 비로소 회전하여 부드럽게 미끄러져 오르기를
그래서 또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로 흘러가기를.

선생님의 그 다짐에
나의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보태어드렸다.

경남에서 오신 너무나 인상이 좋으셨던 선생님
시냇물 흐르듯 살아온 인생,
물 속에 아름다운 것들도 많지만
때로 보고 싶지 않은 것도 보아야 했다고.

바로 가고 싶을 때에도
시냇물이 그렇듯
큰 바위를 휘돌아 감아 흘러가야 했고
때로 용솟음치고 싶어도
시냇물이 그렇듯
말없이 세월따라 흘러야 했던 날들,

지금은 비로소 모든 것이 가라앉았다고 말씀해주셨다.
필요하다면 이 시간이
내면에 가라앉은 것들을 마구 휘저어
다시 부유하게 만들어 드리기를.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두 분의 선생님.
두 분 다 남자 선생님이셨고,
군대에서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며
'고장난'것이 주목하여 이야기를 풀어내어 주셨다.
한 분은 '고장난' 나침반,
또 한 분은 '고장난' 신호등 이셨다.

'고장난' 신호등 선생님은
본인이 마음 상태가 좋을 때는 파란불로 아이들을 대하지만
마음이 거스를 때는 갑자기 빨간불로 돌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셨다.
아직 군대에서 몸에 밴 것들이 남아있어서 더욱 그런것 같다 하시며
그런 자신이 고장난 신호등처럼 너무나 '위험한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그런 말씀에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자신의 '위험함'을 스스로 자각하고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것
그것에서부터 이미 성찰과 성장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위험한 것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존재인지 자각하지 못하고
전혀 위험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상태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로 들려주셨던 '고장난' 나침반 이야기.

방향을 모르겠다.
여기저기 알려주는 사람들
그럼 알거 같다가도
가고나면 다시 헛돈다.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
그건 자네들이 했으니 된다고 하지.
된다는게 뭔지를 잘 모르겠는데.

정작 콕 집어 알려달라면
'하다보니' 그렇게 됐단다.

결국은 자기방법.
정답은 없나?
그럼 나는 아직 내 방법을 모르는 것,
결국 내 것을 찾아야 한다.

정말 진솔하신 말씀에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특히 사회 초년생 시절,
이리저리 '헛도는' 내게 정답의 방향을 척척 시원하게 제시해주는 지니와 같은 존재, 그런 멘토-그런 책을 찾아 헤메었던 적이 누구나 한번쯤 있지 않을까.
여기에 길이 있나 해서 기웃,
저기에 정답이 있나 해서 기웃,
'본인의 것을 잘 찾은 것 같아 보이는' 이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지만
"이렇게 하면 된다, 저렇게 하면 된다"
라는 훈수를 듣다보면 결국 드는 생각은
"그건 자네들이 이미 이루었으니 된다고 하는거지.."
애타는 나는
"된다는게 뭔지 그것 자체를 잘 모르겠는데."

더 깊숙이 의자를 당기고
아주 구체적인 것을 콕 집어 알려달라고 하면,
이렇게 허망하게 꼬리를 감춘다.
"하다보니 이렇게 된거야"

결국은 내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선생님.
그러나 아직 내 방법을 몰라 정답을 갈구한다는 선생님.

이 대목에서
강의 중에 말씀드렸던
'작은 손의 그림책'에 대해 다시 나누었다.
내 작은 손으로
나만이 넘길 수 있는 내 마음의 책장이 있다.
누구도 넘겨 줄 수 없는 책장.
부디 선생님의 손으로
자신의 책장을 펼쳐서 넘기는 날이 오시기를...









7월의 신록을 가로지르며 돌아오는 길
내게 들려주신 '영혼에 대한 이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에 마음의 잔이 가득 차 흘러넘친다.

나는 서로의 영혼에 담긴 이야기를 나누고 감격하고 공감하며 '파바박' 스파클이 일어나고 도화선에 불이 붙는 이 시간들이 너무 행복하다.

아이들과도, 선생님들과도,
또 인도해주실 그 누구와도.
그렇게 이어갈 이 감격의 순간이
가슴벅차다.

한 분 한 분 그 소중한 말씀들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가슴 깊이 응원드리고싶다.

                         








* 글을 쓴 이현아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담백한 시, 두툼한 마티에르가 살아있는 거친 나이프그림. 이 두가지를 사랑하며 살게 된 것을 삶의 여정에서 만난 행복 중 큰 것으로 여깁니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고 발견하는 삶을 가치롭게 여기며 교육과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본질도 ‘삶 속에서의 의미만들기 과정’ 과 다름없다고 믿습니다. 교실에서 의미를 발견한 날부터 아이들에게 스며흘러가는 통로의 삶을 살기로 다짐하고 배워서 남 주는 삶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현재 교육미술관 통로를 운영하면서 어린이작가들과 창작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교실 속 그림책]이라는 총서명의 그림책 시리즈를 독립출판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사랑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A/R/Tography)의 한 사람으로서 독서교육과 미술교육의 두 맥락에서 그림책에 대한 유의미한 담론을 이끌어내며, 가치로운 교육적 역할을 실천해내기를 소망합니다.     


*홈페이지 교육미술관 통로 http://www.museum-tongro.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oka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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