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서 1장: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제목부터 노잼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래 너는 무슨 논리로 우기는지 한번 보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뻔한 내용일 수 도 있겠지만, 조금이나마 나의 생각이 궁금하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지 말고 조금만 아래로 스크롤해주기를 부탁드린다. 그러나 이 글은 절대 신의 존재를 논리로 증명하는 변증 글이 될 수 없음을 예고하고 싶다.
바울이라는 유태인은 2000년 전에 꽤나 잘 나가던 형이다. 엘리트 율법-정치 코스를 밟아가던 금수저였는데 심지어 그 당시 지지를 많이 받던 바리새파 출신. 그런데 갑자기 이 형이 예수 믿는 배신자들 때려잡으러 다마스쿠스로 가다가 부활하신 예수님 본인을 만나 버렸다. 그 감격에 가진 것 모든 걸 내려놓고 지중해를 돌면서 예수님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쓴 편지 양만 신약 책의 1/3 정도 되는데 로마서, 갈라디아서, 에베소서 등등 수신 장소를 책 제목으로 책정한 듯하다. 요즘 나는 갈라디아서를 읽는 중인데 문득 도대체 이 형은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바울 형처럼 완벽한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21세기를 사는 우리 브런치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흥미를 느낄 수 있게 내가 신을 믿는 이유를 몇 문단 끄적여 소개해보려 한다.
나는 기독교인이다. 태어나서부터 교회를 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으로 신앙을 고백할 수 있게 된 건 성인이 되고 나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참된 기독교인이 된 것도 성인이 되고 난 후이지만 내 신앙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도 성인이 되면서 인 것 같다.
특히 학부 때 각종 철학 및 다른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내가 허상을 믿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연과학 사회과학 모두 신을 부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학자들의 논문을 읽으며 내가 배운 성경의 오류를 하나하나 공격받는 느낌을 받았고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신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빠졌다.
사실 이 접근은 시작부터가 틀렸다. 인문학은 인간이라는 복잡한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과학은 세상이라는 신비한 것을 알아가기 위한 Tool 일 뿐이다. 하지만 신은 인간도 아니고 세상도 아니다. 신은 인간과 세상을 창조한 존재인데 그를 인문학과 과학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되었다. 마치 iOS와 iPhone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존재를 Computer Science와 Computer Engineering으로 증명해 내려는 거랄까.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 아이폰도 CEO와 제품 정도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정도 관계는 세상에 넘쳐흐른다. 신과 인간의 존재가 그 정도뿐이었다면 굳이 우리는 신이 누구인지. 존재는 하는지. 그딴 거 몰라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시간이 지나 작동하지 않으면 버리고 새 버전으로 다시 만들면 되는 소모품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만들어지고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래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대충 어림잡아 80에서 90년 정도는 평균적으로 살 것으로 예상된다. iPhone처럼 전기 먹고 에너지 뿜다가 오작동하면 페기 처분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생각이라는 것도 하고 감정이라는 것도 느끼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살아간다.
어차피 인간도 수명을 다해 페기 처분될 존재라면 굳이 이 힘겨운 세상을 고통과 역경을 뚫고 살아갈 이유가 없다. 그러나 내가 믿는 유일신 여호와 하나님은 우리의 삶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고 하신다. 오작동하고 발열돼서 폭발하는 핸드폰처럼, 타락해 인생 한 번밖에 없다는 듯이 막사는 우리를 이 뻔한 엔딩 속에서 구출해내기 원하셨다. 수천 년간 계속 AS만 해주시다가 더 이상 복구 불가 상태가 되자 큰 마음먹고 결정을 내리신 듯하다.
죽음으로 인생을 마무리해야 했던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는 마음에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는 나라를 선물해 주시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듯이 이미 복구 불능이 되어 버린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필요했다.
그 대가로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어 우리에게 "복음"이라는 새 OS 업데이트 소식을 던져주신 후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다. 하지만 놀랍게도 말씀하신 대로 부활하시고 우리의 믿음을 조건으로 영원한 나라를 약속하셨다. 이것이 바로 Good News. 복음이다. 하드웨어가 박살이나도 소프트웨어만큼은 다시 복원할 수 있는 iCloud처럼 말이다.
인문학과 과학이 관찰 및 논리의 영역이라면 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그것을 초월한 믿음의 영역이다. 신을 논리적인 접근으로만 알아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를 정말 사랑하셔서 삶의 이유를 가르쳐 주시고 자격 없는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을 나는 기쁜 마음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을 알면서 모른척하며 살아갈 이유는 더더욱 없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교 3학년 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내 삶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나는 경험하고 있고 이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약속하신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쁜 소식을 나만 알고 있기에는 너무 안타까울 뿐이다.
어쩌면 뻔하고 설득력 없는 글이었을 수도 있지만 조금이나마 내가 믿는 신이 어떤 분인지 전할 수 있었다면 반쯤 성공한 것 같다. 바울 형처럼 임팩트 있게 세상에 복음을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21세기 인터넷의 힘을 빌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닿는 곳까지 한번 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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