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머릿속에 들어차는 생각이라곤
모두 잡동사니들뿐일까
가끔은 시시하지만 쓸데 있는 것들도
더러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중에 어떤 게 쓸모 있을까
하나씩 들춰보며
버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쪽 구석에 조용히 묻어두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고민을 하다 보니 정말 나는 시시한 인간이구나
나의 쓸모는 무얼까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출근길 전철처럼 분주하다
승객이 모두 내리고 종점을 향해
빈 전철은 달려가고
잡은 이 없는 손잡이만 덜렁덜렁
흔들리고 있다
유실물 보관소에 몇 달째 자리를
지키는 우산처럼
내 머릿속은 접힌 채 말라버린
빗물만 머금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시시해진 내 머릿속은
주인 없는 생각들이
우주 쓰레기처럼 둥둥 떠다니고 있다